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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초점] 김혜수→김혜준→문정희, 참지않는 신종 女캐들의 등장

문지연 기자

입력 2020-04-09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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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혜수→김혜준→문정희, 참지않는 신종 女캐들의 등장


[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더 이상 자신에게 다가오는 '악'을 참지 않는다.



자기보호를 앞세워 악행까지 서슴지않는 여성 캐릭터들의 등장이 안방의 시청자들을 더 통쾌하게 만들어주고 있다.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들이 유행을 타더니, 한 발 더 나아가 자신의 앞길을 방해하는 것에 대해서는 가차없이 제거에 나서는 신종 여성 캐릭터들이 안방을 장악하고 있다.

SBS '하이에나'(김루리 극본, 장태유 연출)에서 멱살을 잡고 끌고가는 정금자(김혜수)와 넷플릭스 '킹덤'(김은희 극본, 김성훈 박인제 연출)의 중전(김혜준), 그리고 JTBC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한가람 극본, 한지승 장지연 연출)의 심명여(문정희)가 바로 그 주인공. 이들의 통쾌한 행동들에 시청자들이 박수를 보내는 이유가 있다.

김혜수가 연기하는 정금자는 '하이에나'의 중심 캐릭터이자 주인공이다. 잡초처럼 뽑아도 다시 자라나는 습성을 지닌 정금자는 이기기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이다 캐릭터. 여기에 가정폭력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신의 몸을 직접 해했던 과거까지 더해지며 시청자들의 공감 캐릭터로 확실하게 떠올랐다. 가정폭력을 휘두르는 의붓 아버지에게 어머니까지 잃고, 그 폭력을 벗어나기 위해 배에 직접 칼을 꽂는 행동이 지금의 정금자를 만들었다고 볼 수 있는 바. 여기에 정금자는 과거가 아니라 현재를 살아가며 미래로 나아가는 당찬 발걸음으로 남자 주인공인 윤희재(주지훈)의 미련 넘치는 한 마디에도 흔들리지 않는 뚝심을 보여줘 '워너비 주인공'다운 면모를 보여줬다.

'킹덤'의 중전도 마찬가지. 권력을 손에 쥐기 위해 아버지인 조학주(류승룡)까지 제거하며 사이다 같은 활약을 보여줬다. 지난달 공개된 시즌2에서는 "그 하찮았던 계집아이가 이제는 모든 것을 가질 것"이라는 대사 한 줄 만으로도 캐릭터에 대한 설명을 완전히 뒤집으며 보는 이들의 공감을 확실히 받아냈다. 조학주의 손에 이끌려 자신보다 나이가 배가 많은 왕의 계비로 들어가 아들을 낳기 위해 애쓰던 그의 모습을 보는 시청자들에게서 'K-장녀'라는 신조어까지 탄생하며 확실한 공감이 이어진 것. 조선이라는 나라에서 여인으로 태어나 받았던 온갖 수모들을 가슴에 쌓아두었다가 아버지인 조학주를 제거하는 것으로 갚아내는 그의 모습에서 많은 여성 시청자들의 호평이 이어지기도 했다. 이 서사에 대해 김혜준도 "이 인물에 많은 여성분들이 공감하고 있다는 사실이 속상했다"는 마음을 드러냈다.

여기에 7일 방송된 '날찾아'에 등장한 심명여의 사연도 공감을 받았다. 심명여는 과거 가정폭력을 당하던 언니 심명주(진희경)를 구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형부인 목주홍(서태화)를 죽였고, 그 죄를 언니인 심명주가 대신 뒤집어 쓰며 비극이 시작됐던 사연이 공개됐다 10년 전 '그날'의 기억은 시청자들의 공감을 받았다. 이날 방송에서 또한 남편에게 폭행을 당하던 시한부 친구의 장레식장에서 어린 딸을 본 심명여가 과거의 해원(박민영)을 떠올리는 모습도 그려져 안타까움을 자아냈던 것. 그동안 고통 속에 살았던 심명여가 절규하는 모습을 보여주자 시청자들도 공감했다.

꼭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여주인공, 혹은 '정의를 위해 움직이는' 주인공이 아니더라도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 더 독해지는 캐릭터들에게 시청자들의 공감이 향하고 있다. 그동안 가련한 캔디, 진취적인 캔디를 주로 브라운관에서 접해왔던 시청자들의 인식이 변화해감에 따라 이같은 캐릭터들이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게 된 것. 시대적인 변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움직임에 시청자들도 한 목소리를 내며 환영하는 중이다. 한 제작사 기획 PD는 "최근 여성 인권에 대한 목소리가 커짐에 따라 드라마 속 배역들도 성장하고 있다"며 "여성 캐릭터에 주체적인 서사가 없는 대본의 경우 스타들에게 선택받지 못하고, 이 영향으로 편성에서도 멀어지게 되는 것이 요즘의 트렌드"라고 밝혔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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