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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현장] "보이지 않는 압력多"…'신문기자'가 밝힌 외압, 그리고 심은경 캐스팅(종합)

조지영 기자

입력 2019-10-15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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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이지 않는 압력多"…'신문기자'가 밝힌 외압, 그리고 심은경 캐스팅…
영화 '신문기자' 기자간담회가 15일 오전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서 열렸다. 영화 '신문기자'는 일본 열도를 발칵 뒤집을 충격적인 익명의 제보로 시작된 고위 관료의 자살과 이를 둘러싼 가짜 뉴스 속에서 단 하나의 진실을 찾기 위한 이야기를 그린 영화이다. 후지이 미치히토 감독과 카와무라 미츠노부 PD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신사동=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19.10.15/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정권이 가진 보이지 않는 압력이 있어 다들 출연을 꺼리기도 하고 영화를 만들기도 쉽지 않았다!"



가짜 뉴스부터 댓글 조작까지 국가가 감추려는 진실을 집요하게 좇는 기자의 이야기를 다룬 서스펜스 영화 '신문기자'(후지이 미치히토 감독). 15일 오전 서울 강남구 신사동 CGV압구정에서 열린 '신문기자' 내한 기자회견을 통해 베일을 벗었다. 기자회견에는 연출자 후지이 미치히토 감독과 카와무라 미츠노부 프로듀서가 참석했다.

언론의 자유를 억압하는 국가와 저널리즘에 촌철살인 메시지를 던져 '일본 언론의 상징'이 된 도쿄신문 사회부 기자 모치즈키 이소코의 동명 저서를 모티브로 제작된 '신문기자'는 한 신문사 사회부 기자가 익명의 제보로 국가가 숨긴 충격적인 스캔들을 접하고 이 사건의 진실을 추적하는 이야기를 그렸다.

개봉 당시 가케학원이 대학 수의학부 신설 허가를 받는 과정에서 아베 총리가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일으킨, 일명 아베 총리의 '가케 학원 스캔들'을 다룬 것은 물론 더 나아가 아베 신조 정권을 비판하는 내용을 전면에 내세워 일본 내 큰 반향을 일으킨 문제작이다. 또한 민주주의를 짓밟는 국가의 불합리, 진실 보도와 권력 감시라는 본분을 잊은 언론에 날카로운 비판의 목소리를 전하는 것은 물론 권력 집단의 압력 속에서도 제작돼 일본 극장가를 뒤흔들었다. 일본에서 지난 6월 28일 143개 상영관에서 개봉한 '신문기자'는 한 달 만에 무려 흥행 수익 4억엔(한화 약 44억8000만원)을 벌어들여 스포트라이트를 받았고 지금까지 장기 상영되며 파란을 일으켰다. 국내에서는 심은경의 첫 일본영화 진출작이자 주연작으로 화제를 모았다.

특히 일본이 일제 강점기 강제 징용 배상 문제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로 한국을 화이트리스트 제외 국가로 지정하는 등 아베 정권의 무역 보복 조치로 인한 국내의 반일 감정이 계속되고 있고 아베 정권에 대한 반감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가운데 이달 국내 개봉을 확정한 '신문기자'는 후지이 미치히토 감독과 카와무라 미츠노부 프로듀서의 내한으로 더욱 뜨거운 관심을 얻고 있다.

이날 후지이 미치히토 감독은 "일본에서는 한동안 정치 영화, 사회파 영화가 만들어지지 않았다. 한 사람의 영화인으로 굉장히 힘이 있는 사회파 영화를 만드는 한국 영화인들을 보며 많은 감정을 느꼈다. 한국배우 심은경과 힘을 합쳐 이 영화를 만들었는데 한국 관객이 이 영화를 보고 남길 소감에 두근두근거린다"고 소회를 전했다.

그는 "어제(14일)도 인터뷰를 하면서 많이 느꼈지만 요즘엔 가짜 뉴스도 많고 진실에 대해 매스컴이 명료하지 않다는 느낌을 받고 있다. 이 영화 속에서 중요하게 그린 부분도 한 개인이 스스로 판단하고 정부에 대해 의심할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한다는 것이다. 어쩌면 한국이 일본보다 정치에 관심이 많고 흥미가 많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일본에서 개봉했을 때 정치에 관심 없었던 일본의 젊은 관객은 우리 영화의 내용에 대해 픽션이다 생각하기도 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의 관객이 이 영화를 보고 어떻게 느낄지 기대되고 흥미를 가지게 됐다"고 밝혔다.

카와무라 미츠노부 프로듀서는 "이 영화가 한국에서 꼭 히트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바다를 건너 한국에 왔다. 지금 '신문기자'는 일본에서 굉장히 드문 영화이기도 하고 이런 영화는 일본에서 오랫동안 만들어진 적이 없다. 특히 최근엔 정권이 가진 보이지 않는 압력이 있어 다들 출연을 꺼리기도 하고 영화를 만들기도 쉽지 않았다. 그런 압력 아래 만들어진 영화다. 매스컴이나 미디어가 정권에 어떻게 맞설 수 있는지 어떤 힘을 발휘할 수 있는지 말할 수 있는 영화다. 일본에서는 지난 3~4년동안 일어난 큰 사건이 있었고 정치를 뒤집을 수 있는 큰 사건이었지만 아직도 미해결로 남아있다. 미디어가 위축되어 있는 현실 속에서 영화로 현실을 포착하고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했다. 이는 일본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에게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오는 17일 한국에서 개봉하는데 일본 외에 해외에서는 첫 개봉이다. 우리에겐 역사적인 일이고 한국에서 꼭 성공하길 바란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이 영화는 다큐멘터리가 아닌 픽션이다. 사실 영화를 만들 때 실명을 쓸지 말지에 대한 고민이 컸다. 실명을 쓰게되면 이 영화에 대한 폭이 좁아질 것 같았고 더 많은 사람에게 보여주기 위해 실명을 쓰면 안 된다는 생각을 했다. 또 여러가지 소재 중에서도 사학 문제를 소재로 한 것은 학교라는 것 자체는 학문적이고 그 안에 학문과 전쟁, 과학이 결부됐다. 매우 보편적인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등을 돌리고 있다. 그런 면에서 대학이란 지점은 부조리하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신문기자'를 만들기까지 일본 정부로부터 받은 외압에 대해 후지이 미치히토 감독은 "이 영화를 만들면서 내가 느낀 직접적인 압력은 없었다. '만들어서는 안 되는 것이 아닌가?'라는 일본인 특유의 분위기가 조장됐다. 위험한 작품이라 시도하지 않는 게 좋다는 공기가 느껴졌다. 나 역시 이런 일과 관련되고 싶지 않아 처음에는 연출 제의를 두 번 거절하기도 했다. 나는 신문에 관심을 갖는 세대도 아니었고 뉴스에는 더욱 관심이 없었다. 카와무라 미츠노부 프로듀서가 '그렇기 때문에 더욱 당신의 세대가 이 영화를 만들어야 한다'며 설득했다. 그런 이유로 연출을 결심하게 됐다"고 과거를 반성했다.

반면 카와무라 미츠노부 프로듀서는 '신문기자'를 만들면서 많은 외압을 느꼈다고 밝혔다. 그는 "이 영화는 TV에서 전혀 다뤄주지 않았다. 영화 홍보에 있어서 소개를 해준 것은 신문과 SNS 밖에 없었다. 라디오에 선전을 하는 것도 거절 당했다. 그런 것들이 압력이다. 일본에서 '꼭 아베 총리가 이 영화를 보길 바란다'며 부탁했는데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도 이 영화를 꼭 보길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심은경을 캐스팅한 배경에 대해서도 솔직한 생각을 전했다. 카와무라 미츠노부 프로듀서는 "심은경을 캐스팅한 것은 개인적으로 아주 좋아하는 배우다. 일본 진출하기 1년 전 우리 회사에 찾아왔다. 이 영화를 기획할 당시 다른 일본 여배우에게 출연 제의를 하지 않았다. 심은경이라는 여배우가 이 역할에 딱 맞다고 생각했다. 일본 여배우가 출연을 거절해 어쩔수 없이 심은경을 캐스팅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실존 인물을 전혀 의식하지 않고 심은경을 캐스팅했다. 동명의 책에서 영감을 받아 영화를 만들었다. 일본은 기자클럽이라는 게 있고 그 그룹이 정부와 소통을 한다. 당연히 그 안에서 정부에 곤란한 질문이 나오지 않고 혹여 난감한 질문을 한 기자를 비난한다. 그럼에도 원작자인 모치즈키 이소코 기자는 정부를 향한 날선 질문을 던졌다. 개인이 집단에게 맞선다는 부분이 바로 이 부분이다. 이 시대에 필요한 매스컴의 자세인 것 같다. 그런 그의 모습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영화다"고 해명했다.

후지이 미치히토 감독은 "일본과 한국에서 영화를 만드는 것에 있어 심은경에게 굉장히 다른 경험을 선사한 것 같다. 심은경에게 들었는데 한국은 3개월정도 천천히 시간을 갖고 영화를 만든다고 하더라. 일본에서는 1달도채 되지 않는 단기간에 영화를 만든다. 이런 일본 영화 문화 속에서도 심은경은 훌륭하게 소화했다"고 칭찬했다.

마지막으로 카와무라 미츠노부 프로듀서는 "이 영화의 테마는 일본 외에도 많은 나라가 가지고 있는 테마라고 생각한다. 수년간 세계적으로 미디어와 정치가 문제가 되고 있다. 미디어는 전 세계적으로 부조리하고 모순으로 가득차 있다. 그럼에도 동시에 세상을 움직이고 있다. 인간이 만든 이물이라고 생각되기도 하고 인간이 만든 부조리이기도 하다. 우리들이, 또 세계의 모든 사람이 생각해 나가야 할 문제인 것 같다"고 당부했다.

'신문기자'는 심은경, 마츠자카 토리, 타나카 테츠지, 다카하시 카즈야, 키타무라 유키야 등이 가세했고 '데이 앤 나이트'의 후지이 미치히토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지난 6월 28일 일본에서 개봉한 '신문기자'는 오는 17일 국내 개봉한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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