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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초점]"폭력 정당화vs표현의 자유"…조커' 폭력의 미학을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

이승미 기자

입력 2019-10-08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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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 정당화vs표현의 자유"…조커' 폭력의 미학을 바라보는 두 가지 시…


[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 문화 예술 작품이 그려내는 폭력, 과연 우리는 작품 속 폭력을 어떻게 봐라봐야 할까.



영화 '조커'(토드 필립스 감독)가 2일 국내에 개봉하자마자 압도적인 수치로 박스오피스 1위를 굳건히 유지하고 있다. 영화에 대한 해석 및 분석 열풍이 일면서 N차 관람 붐으로까지 이어지며 명실상부 하반기 극장가 최고의 화제작으로서의 저력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국내뿐만이 아니다. 북미에서는 역대 10월 개봉작 첫 주 오프닝 신기록을 세웠을 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도 2억3400만 달러의 수익으로 기록하며 역대 월드와이드 오프닝 신기록을 세웠다.

사실 영화에 대한 뜨거운 반응을 일찌감치 예견됐다. 코믹스 사상 가장 '문제적 빌런'인 조커를 첫 번째 주인공으로 내세운 사상 최초의 작품으로 제작 당시부터 화제를 모은데 이어 코믹스 원직 및 히어로 영화 최초로 세계 3대 영화제(칸, 베니스, 베를린) 중 하나인 제72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의 영예를 안으며 그 작품성까지 인정받았기 때문이다.하지만 영화를 바라보는 전 세계 대중의 시선은 판이하게 엇갈리고 있다. 영화가 가진 뜨거운 에너지와 조커를 연기한 호아킨 피닉스의 소름끼치도록 완벽한 연기에는 모두 이견이 없지만 영화가 묘사하는 폭력이 사회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부정적인 시선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북미에서 '조커'의 폭력성에 관한 이슈는 이례적일 정도로 뜨겁다. 북미 매체 조커이버트닷컴은 '조커'에 대해 "사회적인 논평 관점에서 보자면 '조커'는 유해한 쓰레기에 불과하다"고 비판했고 시카고 선타임스 역시 "조커'는 유감스럽게도 현실적인 악몽만큼이나 당신에게 달라붙어 있을 것"이라고 냉소적으로 반응했다. 뉴스데이도 "호아킨 피닉스도 사회에 대한 논평인 척하는 이 작품을 구원해낼 수 없다"고 깍아내렸다. 수위 높은 폭력 및 액션 신으로 유명한 '존 윅' 시리즈나 '헤모글로빈의 시인'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자극적 폭력 묘사로 유명한 쿠엔틴 타란티노의 작품들조차도 이 정도의 논쟁을 불러일으킨 적은 없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커'가 뜨거운 감자가 된 데에는 과거 총기 사건이 큰 영향을 미쳤다. 2012년 7월 20일 미국 플로리다주 오로라에서는 한 남성이 영화관에 들어가 최루탄을 터뜨리고 총을 난사해 12명이 숨겼고 70명이 다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영화관에는 영화 '다크나이트 라이즈'가 상영되고 있었다. 머리를 주황색으로 염색한 용의자가 체포되자 사람들 사이에서는 용의자가 '다크나이트 라이즈'의 전편이 '다크 나이트'에 등장한 조커에 영향을 받은 사람이라는 이야기가 떠돌았고 '조커 모방범죄설'이 사실처럼 굳어졌다. 국내에서 15세 관람가를 받은 '조커'가 이례적으로 미국에서는 청소년 관람 불가에 해당하는 R등급(부모 또는 성인 보호자 동반)을 받은 것도 이같은 이유 때문에서다.

'조커' 개봉일이 다가오자 오로라 희생자 가족들과 생존자들이 '조커'의 제작사 워너브라더스에 "예고편을 보면서 뼛속 깊이 공포를 느꼈다. 폭력 장면이 불필요하게 많이 들어가 있다. 대형 영화사가 사회적 책임을 방기했다. 총기를 줄이고 더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일에 영화사의 영향력을 써야 한다"는 편지까지 보냈다. 이 내용이에 대한 논란이 커지자 워너브라더스는 성명서를 통해 '조커'는 폭력을 정당화하는 영화가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며 "총기 폭력을 줄이기 위한 의회 입법 활동을 지원하며, 희생자들을 돕기 위해 기부도 하고 있다"며 "영화도, 제작자도, 영화사도 조커를 영웅으로 떠받들지 않는다"고 설명했다.오로라 희생자의 가족들의 의견에 동의하는 이들은 단지 과거 총기 사건 때문만이 아니라 '조커'가 그리는 캐릭터와 내용 자체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살인을 저지르고 조커가 되는 아서 플렉이라는 인물이 불쌍하고 안타깝게 그려진다는 점, 영화가 인생을 연민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점 등을 꼬집으며 영화가 폭력을 정당화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 또한 극중 가난하고 힘없는 조커가 소위, 있는 자들을 살해하고 이후 사회를 전복하는 대규모 조커 마스크 시위를 촉발시켰다는 점에서 폭력 쿠데타를 유발할 수 있다고 전하고 있다. 실제로 북미에서는 개봉 첫날 뉴욕, 로스앤젤레스 등에 위치한 주요 극장에 혹시 모를 폭력 사태를 막기 위해 경찰 병력을 배치하기로 했고 일부 극장은 조커 마스크 반입 등을 불허했다.

물론 반대 의견도 막강하다. 예술 작품은 오롯이 예술 작품으로서 받아들여야 하며 표현의 자유를 억압해선 안 된다는 의견이다. 또한 '조커'의 내용 또한 있는 자를 살해하는 조커의 행동을 미화시키고 정당화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약자였던 아서 플렉을 보호해주지 않고 결국 범죄자로 내몰고 있는 부당한 사회 시스템의 문제를 꼬집는 영화라고 설명하며 "영화의 내용을 오독해서 받아들이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승미 기자 smlee0326@sportshcosun.com, 사진=영화 '조커'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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