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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황금빛' 서경화 "민부장 복수로 인생 첫 실검, 신기했죠"

백지은 기자

입력 2018-03-13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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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금빛' 서경화 "민부장 복수로 인생 첫 실검, 신기했죠"


[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KBS2 주말극 '황금빛 내 인생'에서 깜짝 놀랄만한 반전을 보여준 인물을 꼽자면 역시 민부장, 서경화일 것이다.



민들레는 해성그룹 정식 직원이었지만 노명희(나영희)의 개인 비서로 일하게 된 인물이다. 해성가에서 가장 인간미 있는 면모를 보여주기도 했지만, 부친상을 당한 뒤 25년 전 최은석(서은수, 서지수) 납치 사건을 목격하고도 입을 닫고 있었다는 비밀을 털어놓으며 큰 충격을 안겼다.

"민부장에 대해 궁금해하셨던 분들도 많았던 걸로 알고 있다. 작가님이 초반에 얘기해주시긴 하셨지만 민들레가 누군가의 사주를 받아 움직이는 인물은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막바지에 동기화가 훨씬 많이 됐다. 내가 이걸 속 시원하게 제대로 할 수 있을까 걱정됐다. 계속 연기해왔지만 드라마에서는 처음 받아보는 양의 대본이었다. 좋은 흥분과 떨림을 갖고 뚫어지게 대본을 봤다. 확실하게 노명희를 다운시켜야 하니까 정말 많은 준비를 했다. 소리도 지르고 비열하게 놀리기도 하고 열심히 리딩을 했다. 감독님이 상대역을 해주셨는데 민부장의 품위가 손상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감독님이 나보다 훨씬 전체적인 드라마를 잘 아는 분이기 때문에 이해가 되는 한도 내에서는 따라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준비했던 연기를 바꿨다. 이렇게 연습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는 게 너무 좋았다. 많은 분들에게 시원한 장면이 될 수 있길 바랐다. 방송 시작 전 남편과 둘 다 긴장했다. 내 연기가 마음에 안 들면 울 것 같아서 두려웠다. 오디션을 본 것 같은 느낌이었다. 아쉬움이 남긴 했지만 무사히 넘겼다는 생각이 들었다."

25년 간 쌓인 민 부장의 한이 폭발하는 이 신의 임팩트는 엄청났다. 노명희와 몸싸움을 벌이면서도 "인간답게 대해줬다면 말해줬을 것"이라고 일갈하는 민부장의 서슬퍼런 독기에 시청자도 오랜 체증이 내려가는 듯한 시원함을 느꼈다. 이어 노양호()가 서태수(천호진)에게 납치 누명을 씌우려 협박한 녹취록을 서지안(신혜선)에게 보내고 사직한 뒤 마음만 먹으면 추악한 행적을 폭로할 수 있었지만 그냥 떠나는 걸 고맙게 여기라며 외국으로 떠나며 민부장은 시청자에게 작별을 고했다. 이 장면 이후 시청자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곧바로 민부장과 서경화의 이름이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를 도배했고 관련 기사가 쏟아져나왔다.

"댓글은 잘 안보는 편인데 옆에서 보내줘서 봤다. 실시간 검색어라는 것도 알게 됐다. 내가 잘 못 찾으니까 남편이 알려줬다. 진짜 내 이름이 있더라. 신기했다. 남편과 둘이 많이 떨었는데 다행히 잘 봐주신 것 같아 다행이다. 작가님과 감독님, 나영희 선배님께 감사하다. 나영희 선배님이 많이 배려해주셨다. '화려한 유혹'에 이어 두번째 만남이라 많이 의지가 되는 선배님이었다. 정말 편하게 해주셨다."

민부장의 복수극을 시원하게 바라본 이들이 대부분이긴 하지만, 일부는 아무리 그래도 아이에게 너무한 일이었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었다.

"감독님과 연습한 뒤에 은석이한테 사과 문자라도 보내면 안되겠냐고 농담식으로 얘기했었다. 그런데 나의 실수를 설명한다는 건 너무나 복잡한 일이고 은석이에게 또 다른 상처가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20년 넘는 세월을 어린 아이한테서 빼앗아 버린 것과 마찬가지인데 사과한다고 해도 편치 못할 것 같다. 아마 은석이가 어른이 됐을 때는 한번쯤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 어떻게 보면 노명희도 아버지의 희생자다. 다른 세상은 모르고 아랫사람을 누르는 게 원칙화 되어있는 세상에서만 살았기 때문에 자기가 뭘 잘못하고 있는지 모르는 거다. 다행히 노명희에게 계기가 생겨 변화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사실 서경화는 꽤 이색적인 경력을 가진 배우다. 그의 본업은 사서였다. 성균관대학교 도서관학과 출신으로 사서로 일했던 그는 남편의 추천으로 연기를 시작했다. 그리고 우연히 해본 연기의 맛에 빠져 들었다. 말수도 적고 수줍음도 많았던 자신이 재미를 느끼고 열정을 쏟을 수 있는 게 연기라는 걸 깨닫게 된 것이다. 그리고 배우의 길을 강력 추천했던 남편의 제안에 따라 러시아로 유학을 갔다. 겁도 나고 한국과는 차원이 다른 추위에 울기도 했지만 삶과 연기에 대해 알고 싶다는 마음이 힘든 시간을 버티게 했다. 그렇게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뒤 서경화는 연극 '아름다운 여인 싸리타' '유리 동물원' '햄릿' '오이디푸스' '그날 이후' '보니앤클라이드' '꽃잎' '베르나르다 알바의 집' 등에 출연하며 경력을 쌓아나갔다. 그리고 2015년 MBC '화려한 유혹'을 시작으로 '가화만사성' '품위있는 그녀' '황금빛 내 인생' 등에 출연하며 시청자에게도 얼굴을 알렸다.

"그 시절에는 두려움이 컸다. 연극은 무대 위에서 모든 게 약속된 상황에서 벌어지는 거라 나에겐 안전지대였다. 그래서 드라마나 영화는 생각을 못했다. 사실 연극할 때 힘든 순간이 너무 많았고 무대 공포증이 생긴 시간도 있었다. 굉장히 불행해서 연기를 그만둬야 하나 고민도 했었다. 그런 경험을 할 때 남편이 계속 내가 연기를 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 아직 가야할 길은 멀지만 어느 순간부터 연기를 정말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남편이 정말 고맙더라. '화려한 유혹' 오디션을 보고 데뷔하게 됐는데, 첫 리딩 때는 정말 입시 치르는 기분이었다. 응원해주는 선배님들도 많았고 그 덕분에 이어서 올 수 있었던 것 같다."

남편과 함께해 온 연극 무대에서 안방극장으로 활동 폭을 넓혔다. 보다 넓은 무대에서 자신의 능력과 열정을 불태우기 시작했다. 이제 막 새로운 장을 연 만큼, 서경화는 보다 큰 각오를 다졌고 보다 큰 꿈과 미래를 그리게 됐다.

"나에게는 또 다른 시작이다. 좋은 작업 계속 열심히 하고 싶다. 연기에 열심히 집중하는 순간이 재미있고 그래서 열심히 할 수밖에 없는 대상이다.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도록 계속 경계할 수 있어 깊이라는 걸 안고 연기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그리고 언젠가 용기가 생긴다면 나처럼 아무 것도 하고 싶어하지 않고 재미도 못 느끼고 자신감도 없고 수줍음도 많아 뭘 하며 살아야 할지 모르는 아이들에게 용기를 주고 힘이 되어주고 싶다는 소망이 있다."

silk781220@sportschosun.com, 사진=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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