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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풍아'종영③] 욕하면서 봐도 OK? 영원한 막장 딜레마

백지은 기자

입력 2017-02-27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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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욕하면서 봐도 OK? 영원한 막장 딜레마


[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정말 시청률이 답일까.



MBC 주말극 '불어라 미풍아'가 26일 종영했다. '불어라 미풍아'는 김미풍(임지연)과 이장고(손호준)이 재결합하고 악녀 박신애(임수향)과 마청자(이휘향)가 수감 생활을 하는 모습으로 막을 내렸다. 일종의 권선징악형 해피엔딩인 셈. 그러나 아직도 시청자는 작품에 대한 강한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불어라 미풍아'는 당초 새터민의 삶을 녹여낸 따뜻한 가족극이라고 자신했던 작품이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내용물은 완벽하게 달랐다. 출생의 비밀, 시댁 갑질, 기억 상실, 살인 미수 등 자극적인 소재로 범벅이 된 막장 전개를 이어갔다. 이러한 전개라도 촘촘하게 이어졌다면 한국 드라마 특유의 클리셰라 포장할 수 있었을텐데 '불어라 미풍아'는 개연성 없이 우연의 반복으로만 극을 꾸려나가며 시청자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또 박신애가 신분 세탁을 위해 김미풍의 인생을 철저히 짓밟고, 마청자(이휘향)와 황금실(금보라)이 가세하며 악행 트리오를 결성한데 반해 김미풍은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만 하며 '고구마 전개'라는 쓴소리도 피하지 못했다.

결말마저 시원치 못했다. 박신애가 죄를 뉘우치고 자수, 마청자와 함께 수감 생활을 하게 됐지만 이들의 감옥 해프닝이 시트콤처럼 유쾌하게 그려지며 실소를 자아냈다. 막장 드라마의 유일한 미덕은 악인은 죄값을 치른다는 권선징악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인데, 이마저 실패한 것. 그나마 조달호(이종원)이 재혼에 성공한 것이 유일하게 시원한 전개였다.

이처럼 '불어라 미풍아'는 작품성을 논하기조차 아쉬운 작품이었다. 그럼에도 높은 시청률을 기록, 한국 주말극의 딜레마를 다시 한번 느끼게 했다. 2016년 8월 27일 10.4%(닐슨코리아, 전국기준)의 시청률로 출발한 작품이 여러가지 허점이 발굴되고 시청자 혹평이 쏟아졌음에도 최고 시청률 26.6%를 기록하며 동시간대 1위를 달성한 것. 특히 하락세를 보이던 작품이 박신애가 정체를 감추고 김대훈(한갑수)가 기억을 되찾는 걸 방해하기 위해 악행을 반복하는 전개를 보이면서 시청률이 상승한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아무리 작품성이 떨어지고 하자가 있더라도 여전히 '욕 하면서 보는' 막장 전개가 통한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 대목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불어라 미풍아'의 반쪽 성공은 한국 드라마의 종착역은 결국 막장인가라는 근본적 의문을 품게 한다. 막장 드라마의 존재는 자극적인 소재 없이도 촘촘한 구성과 감각적인 연출, 배우들의 호연이 삼합을 이룬 웰메이드 드라마가 설 자리를 축소시킨다는 것을 생각해봐야 할 필요가 있다.

'불어라 미풍아' 후속으로는 엄정화 구혜선 주연의 '당신은 너무합니다'가 방송된다.

silk78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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