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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초점] "하교시간 잡아라" 음원차트 개편, 예상되는 가요계 풍경

박영웅 기자

입력 2017-02-17 09:09

수정 2017-02-17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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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교시간 잡아라" 음원차트 개편, 예상되는 가요계 풍경
한국음악콘텐츠산업협회

[스포츠조선 박영웅 기자] 음원차트가 대폭 개편을 예고하면서 가요계에 큰 변화가 생길 전망이다. 그간 공정성을 저해한다는 이유로 음원차트의 추천제도를 일제히 폐지한 유통사들이 이번엔 '0시 음원발매' 방식을 개선하고 나섰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이달 말 음원차트 개편 후 예상되는 가요계 풍경을 짚어봤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업계의 목소리가 높자 지난해 12월 한국음악콘텐츠산업협회(음콘협)에 건전한 음원 유통 시장 확립을 위해 음원 사재기 우려가 있는 차트 집계 시간 조정 등에 대한 대책을 추진해달라는 협조 공문을 보냈고, 음콘협과 음원서비스 사업자들은 권고에 따라 개선 방안을 논의했다.

이에 따라 멜론, KT뮤직, CJ E&M, 벅스, 소리바다 등 국내 주요 음원 유통사는 일부 차트 운영에 대한 개편을 단행하기로 했다. 개선안에 따른 시스템 변화는 다음과 같다. 0시에 발매되는 음원은 당일 오후 1시에 순위가 반영되고, 정오 12시부터 오후 6시까지 발표된 음원은 실시간 차트에 즉각적으로 순위가 반영되는 방식이다. 그 외의 시간에 발매되는 음원은 다음 날 오후 1시에 순위가 공개된다. 이 개편안은 이르면 이달 말부터 실시된다.

앨범 발매시간을 제한하면서 음원차트에 생길 변화는 분명하다. 이 개편안의 목적은 우선 '0시 음원발매'를 대폭 축소하는데 있다. 자정에 음원을 공개해도 다음 날 순위에 반영되는 만큼, 대부분의 가수들은 정오로 발매시간을 옮길 가능성이 크다. 실시간 차트에 반영되는 대상은 정오 12시부터 오후 6시까지 발매되는 음원으로 제한했기 때문이다. 즉, 유독 팬덤경쟁이 치열한 새벽 시간대가 아닌, 정오에 발매해 대중과 팬들이 반응을 고루 유도하겠단 방침이다.

대형가수와 인기 아이돌 가수들이 선호하는 발매 시간대인 자정은 팬덤의 경쟁이 가장 치열한 시간대다. 낮보다 일반 이용자 수가 적은 시간대이기에, 팬덤이 일제히 새벽 시간대를 공략해 차트 상위권을 장악하기도 수월한 시간이다. 반대로, 100위권 내 진입이 간절한 대부분의 가수들에게 새벽은 잔인한 시간이기도 하다.

팬덤경쟁이 치열한 아이돌 가수들의 경우 자정, 정오도 아닌, 오후 6시로 발매시간을 조정할 가능성이 가장 크다. 아이돌은 학생 팬들이 대부분인 만큼, 학교 수업시간이 아닌 하교시간 혹은 퇴근시간에 맞춰 발매시간을 택할 것이란 의견이다. 오후 6시가 실시간 차트가 적용되는 가장 마지막 시간대인 이유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한 가수가 오후 6시에 신보를 발매하면, 한시간 뒤인 오후 7시 실시간 차트에 반영돼 팬들의 관심도를 높인다는 계산이다. 한 관계자는 스포츠조선에 "아무래도 학생들의 수업시간을 피해 하교시간이나 직장인들의 퇴근시간에 맞춰 발매시기를 조정할 가능성이 크다"라면서 "특히 아이돌의 경우, 변칙적으로 발매시간을 조정하겠지만 현재로서는 음원에 대한 관심도를 높이기 위해 오후 6시에 가장 많이 몰릴 것 같다. 실시간 차트에 반영되는 가장 마지막 시간대이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또 음원차트 개편안에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일 대상은 아이돌 뿐 아니라 음악 예능과 드라마 OST 음원이다. 인기 예능 프로그램의 음악 프로젝트 음원의 경우, 방송 직후 공개해야 차트 반응이 즉각적으로 오는 편인데, 이제 저녁시간대에는 공개가 불가능해진다. 인기 드라마의 삽입곡이 방송 후 차트에 오르는 광경도 이제 보기 힘들어진다.

현재 아이돌 팬들과 네티즌들은 이 같은 개선안에 의구심을 품고 있다. 결국 중요한 건 팬들의 경쟁을 더욱 부추기는 실시간 차트가 문제라는 것. '줄세우기'가 용이한 새벽시간대 발매를 제한할 게 아니라 보다 체계적이고 공정한 종합 차트를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다.

앞서 음원 유통사들은 추천제를 폐지하고 개인 큐레이션 서비스를 도입하는 등 변화에 동참했다. 음원차트의 공정성을 훼손하는 추천 서비스는 메인차트 바로 위에 노출되기에, 전체 차트를 감상하면 추천곡도 자동적으로 재생 목록에 포함된다. 때문에 추천 서비스에 곡이 소개되면 차트 진입이 쉽다. 이 역시 기획사들이 추천 서비스를 집중 공략하고, 공정성 논란에 휩싸이면서 많은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현재 대부분의 유통사가 추천제는 폐지한 상황이다.

사재기 논란과 추천제 등 부침을 겪었던 음원차트가 건전한 음악 생태계를 만들기 위한 움직임에 한창이다. 매해 공정성 논란이 끊이지 않는 만큼, 건전한 유통 질서 마련을 위한 업계의 꾸준한 노력도 중요한 상황이다.

hero16@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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