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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조검증] 신해철, 우리는 아직 '마왕'을 보내지 않았습니다

백지은 기자

입력 2014-10-31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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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해철, 우리는 아직 '마왕'을 보내지 않았습니다


대한민국 가요계의 큰 별이 졌습니다.



'마왕' 신해철이 27일 오후 8시 19분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저산소 허혈성 뇌손상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향년 46세. 17일 장 협착증 수술을 받고 퇴원했으나 통증을 호소해 재입원, 22일 혼수 상태에 빠진지 5일 만에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그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송파구 아산병원 장례식장 23호에는 만 여명에 달하는 조문객이 몰려 가요계의 비극에 함께 아파했습니다. 90년대를 상징하는 뮤지션으로서 대한민국 록의 대중화를 이뤄낸 '마왕' 신해철. 님은 갔지마는 우리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1. 1988년 12월 24일 마왕의 태동을 알립니다. 효성그룹 아들 조현문 김재홍 조현찬 조형곤과 함께 무한궤도를 결성, MBC '대학가요제'에서 '그대에게'로 대상을 수상했습니다. '그대에게'는 신해철이 작사 작곡한 작품. 심사위원이었던 조용필은 전주만 듣고 대상감으로 직감했다죠.

2. 무한궤도 활동이 끝난 뒤 솔로로 큰 성공을 거둔 신해철. 밴드 넥스트를 결성해 '날아라 병아리', '라젠카 세이브 어스' 등 히트곡을 발표했습니다.

3. '마왕'이 탄생했습니다. MBC FM '음악도시 신해철입니다'로 수많은 폐인을 양산했던 그가 '고스트 스테이션'을 통해 다시 한번 DJ로 활약합니다. 존댓말과 반말을 오가는 독특한 화법, 가식따위 집어던진 통쾌한 사연 소개, 폐부를 찌르는 독설은 신해철을 '마왕' 왕좌에 올려놨습니다.

4. 많은 이들이 신해철을 따랐던 건 뚜렷한 주제의식 때문이 아니었을까요. 신해철은 사회적 논란거리, 정치 문제에 대해서도 당당한 목소리를 낼 수 있었던 뮤지션이었습니다. 일례로 2002년 11월 29일에는 싸이와 함께 미군 장감차에 숨진 여중생들을 추모하고 미국에 항의하는 의미로 무대에서 장갑차를 부수는 퍼포먼스를 하기도 했습니다.

5. 신해철은 유머를 즐기는 사람이기도 했습니다. 2005년 방송된 MBC '안녕 프란체스카'에서 뱀파이어들의 유일한 구원자이자 절대 권력자, 대주교 안드레 역을 맡아 시원한 웃음을 선사했죠. 그의 "스카~" 소리. 기억하시나요.

6. 신해철은 인간적인 사람이었습니다. 의외로 게임 만화 걸그룹에 대해 상당한 오덕력을 갖췄고, SF/판타지 장르에 대해서는 무한 애정을 보였습니다. '영혼기병 라젠카'의 음악을 담당했던 것도 단지 로봇이 나온다는 이유였다죠. MBC '무릎팍 도사'에서는 교복 패티시를 고백하기도.

7. 신해철은 로맨티스트였습니다. 그는 미국에서 비트겐슈타인 작업을 할 때 만난 10세 연하의 미스코리아 뉴욕 진 출신 임원희 씨와 2012년 결혼했습니다. 임원희 씨가 암선고를 받았을 때 독신주의를 선언했던 신해철은 "가장 가까운 사람으로 지켜주고 싶다"며 결혼을 결심했다죠. 암이 완치된 후 딸, 아들을 낳고 행복한 가정을 꾸렸습니다. 싸이월드에 공개된 딸 사진에 악플을 단 네티즌의 미니홈피에 찾아가 거침없는 욕설 대응으로 악플러를 겁먹게 했던 '딸바보'이기도 했습니다.

8. 님은 갔습니다. 유언도 없이 떠난 그를 애도하며 생전 남긴 어록을 몇몇 되짚어보려 합니다.

"여러분이 나를 못 본 사이에 나는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문장들을 찾아냈다고 생각한다. 딸이 아홉 살, 아들이 일곱 살일 때 들려주던 이야기를 스무살 때도 들려주고 싶다. 공부든 학교든 돈 못 벌어도 좋으니까 아프지만 말아라. 여러분도 마찬가지다"-'SNL코리아'

"흔히 꿈은 이뤄내는 것이 전부라고 생각하지만 꿈을 이루는 과정에서 잃어버려서는 안되는 것이 있고 또한 그 꿈이 행복과 직결된 것은 아니란 걸 기억했으면 좋겠다. 네가 무슨 꿈을 이루는지에 대해 신은 관심 두지 않는다. 하지만 행복한지 아닌지에 대해서는 엄청난 신경을 쓰고 있다"-'비정상회담'

"자살 충동 경향이 센 편이라 조절하는 훈련이나 치료를 받았는데 아이들이 생기고부터는 너무 행복해서 저절로 치유가 됐다. 다음 생에 다시 태어나도 당신의 남편이 되고 싶고 당신의 아들, 엄마, 오빠, 강아지 그 무엇으로도 인연을 이어가고 싶다"-'부부가 엉켜사는 이야기'에서 아내 윤원희 씨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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