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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됐다. 내가 친다" 박병호 더비? 진짜 주인공은 만년 백업 타자였다[수원 인터뷰]

나유리 기자

입력 2024-06-28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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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됐다. 내가 친다" 박병호 더비? 진짜 주인공은 만년 백업 타자였다
28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삼성-KT전. 9회말 1사 1, 3루 홍현빈이 끝내기 안타를 친 후 환호하고 있다. 수원=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4.6.28/

[수원=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너무 꿈만 같아요. 아직도 현실이 아닌 것 같아요."



'박병호 더비'로 주목 받았던 경기. 진짜 주인공은 만년 백업 타자 홍현빈이었다. 백업의 설움을 단 한번의 스윙으로 날렸다.

KT 위즈는 28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맞대결에서 5대4로 승리했다. 리드부터 뺏겼고, 9회초까지도 지고 있던 KT는 9회말 단 한 이닝에 승패를 바꿨다.

0-4로 끌려가던 KT는 7회말 김상수의 2타점 적시타, 8회말 강백호의 솔로 홈런으로 점수 차를 조금씩 좁혀나갔다. 그리고 1점차 상황에서 마지막 9회말 공격을 맞이했다. 선두타자 황재균이 삼성 마무리 오승환을 상대로 2루타를 치면서 조금씩 희망이 생겼다.

김상수가 희생 번트에 성공하며 1사 3루. 대타 강현우가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걸어나가며 1루를 채웠다. 1사 1,3루에서 KT 벤치는 1루 대주자 김건형을 투입했고, 대타 없이 홍현빈을 밀어붙였다.

홍현빈은 이날 8회초 우익수 대수비로 투입된 상태였다. 그리고 오승환을 상대한 홍현빈은 주저 없이 초구를 강하게 타격했다. 우익수 방면으로 흘러나가는 장타. 주자 2명이 모두 홈으로 들어오면서 KT가 5대4로 끝내기 승리를 거뒀다. 이날 트레이드 대상이었던 박병호와 오재일의 맞대결이 주목 받았지만, 진짜 승리의 주인공은 홍현빈이 됐다.

경기 후 팀 동료들이 쏟은 물에 흠뻑 젖은 홍현빈은 좀처럼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프로 9년차만에 처음 친 끝내기 안타였기 때문이다. 홍현빈은 "지금도 믿기지가 않는다. 현실이 아닌 것 같다. 얼떨떨하고, 믿기지 않는다"며 감격을 드러냈다.

홍현빈은 끝내기 상황에 대해 "9회초 수비 끝나고 들어오면서, 9회말 타순을 봤을때 잘하면 내가 끝낼 수 있는 상황이 오긴 하겠다라는 생각을 잠깐하긴 했었다. 그런데 이게 실제가 되면서 믿기지 않는다"면서 "뒤에 좋은 타자들이 있었다. (김)건형이형이나 (강)현우도 준비하고 있었고, 대기 선수들이 몇명 남아있었기 때문에 찬스가 되면 대타를 써서 빠질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타석에 들어섰는데 최만호 코치님이 바꾼다고 하시길래 보니까 1루 대주자를 바꾸는 거였다. 그래서 '됐다, 내가 친다' 생각으로 들어갔다"고 돌이켰다.

이어 "현우 타석에서 되게 어렵게 어렵게 승부를 하더라. 제 뒤 타자가 로하스고, KBO 최고의 타자라고 생각하기 ??문에 나에게도 어렵게 승부하겠다고 생각해서 높은 변화구를 생각하고 있었다. 제가 생각하는 코스대로 왔는데, 생각한대로 친 건 아니지만 그래도 좋은 결과가 나왔다. 방망이에 맞는 순간 '끝났다. (1루주자)건형이형 제발 들어와라'는 생각만 했다"며 웃었다.

1997년생인 홍현빈은 유신고 재학 당시부터 많은 주목을 받았던 유망주였다. 상무 제대 이후에도 1군 콜업 기회를 종종 받았지만, 생각대로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서 좀처럼 백업의 꼬리표를 ?竄 못하던 상황이다. 그러나 생애 가장 짜릿한 순간을 이날 맛봤다.

홍현빈은 "제가 아무래도 주전이 아니고 백업으로 오래 있었던 선수였기 때문에, 사실 다들 9회에 기대를 안했을 것이다. 그냥 삼진이나 병살만 치지 마라 이런 생각으로 계셨을건데 제가 운이 좋았던 것 같다. 선배님들도 당황하게 만드는 역할을 한 것 같다"며 기쁨을 만끽했다.

그는 이어 "작년이 저에게 터닝 포인트라고 생각했는데 많이 힘들었던 시간들을 보냈다. 올해는 마인드를 다시 다잡고, 묵묵하게 하자는 생각으로 계속 해왔다. 그래도 좋은 모습을 보여드렸으니까 그것에 대해서는 만족한다"고 덧붙였다.

수원=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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