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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이닝 무실점→6점 뽑아 9-8 역전승. 행운남이 외친 1군 절실함 "죽고싶을 정도였다. 고통스럽고 힘들고 지루했다. 잘 이겨냈다"[잠실 인터뷰]

권인하 기자

입력 2024-06-17 01:56

수정 2024-06-17 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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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이닝 무실점→6점 뽑아 9-8 역전승. 행운남이 외친 1군 절실함 "죽…
16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롯데와 LG의 경기, 연장 10회초를 무실점으로 막아낸 LG 김영준이 미소짓고 있다. 잠실=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4.06.16/

[잠실=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정말 죽고 싶을 정도였다."



2군에서 어떻게 준비를 했냐는 질문을 하자 잠시 대답이 멈췄다. 그리고 내뱉은 말은 "정말 죽고 싶을 정도였다"였다. 1군에 올라가고 싶은 절실함을 담은 말.

한을 풀었다. 스스로도 "너무 절실해서 있는 힘껏 던졌다"라고 했다. 그 마음이 통했는지 3이닝 동안 단 1안타만 맞고 무실점을 기록했다. 전날 무려 18안타를 터뜨렸고, 방금전까지 7안타로 8점을 뽑았던 롯데 타선이 무기력하게 아웃만 당했다. 그 결과 승리투수가 주어졌다. 3-8로 쫓기던 팀이 거짓말처럼 9회말 2사후 동점을 만들더니 연장 10회말 끝내기 승리를 거뒀다.

LG 트윈스 김영준(25)이 올시즌 첫 1군 등판에서 승리 투수가 됐다. 그야말로 행운을 불러온 투수가 됐다.

김영준은 올시즌 퓨처스리그에서 선발로 던졌다. 8경기서 2승3패 평균자책점 6.81. 2018년 1차 지명 투수로 유망주였다. 당시 서울 1차지명 선수가 키움 히어로즈의 안우진, 두산 베어스의 곽빈이었다.

임찬규와 최원태가 부상으로 빠지게 되면서 대체 선발이 필요했지만 김영준에게 기회가 오지 않았다. 염경엽 감독과 코칭스태프는 현재 퓨처스리그에서 선발로 던지는 투수들이 1군에서 경쟁력을 갖췄다고 보지 않았기 때문. 구속이 문제였다. 김영준의 직구 구속이 140㎞대 초반에 그쳤다.

김영준은 지난 11일 최원태가 부상으로 빠지면서 1군에 콜업됐다. 보직은 롱릴리프. 팀이 크게 리드하거나 크게 지고 있을 때 등판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경기들이 타이트하게 진행되면서 김영준은 등판하지 못했다. 불펜 데이로 치러진 15일 잠실 롯데전에서 무려 9명의 투수가 나왔지만 김영준의 자리는 없었다.

그러다 16일 롯데전서 3-8로 5점차까지 벌어져 패색이 짙자 8회초에 김영준의 차례가 됐다. 김영준은 8회초 선두 최항을 상대로 초구 직구를 뿌렸다. 전광판에 147㎞가 찍혔다. 이후 갈수록 직구 구속이 내려가 나중엔 138∼139㎞가 찍기히도 했다. 하지만 커터, 슬라이더, 체인지업, 포크볼, 커브 등 다양한 변화구를 구사하면서 롯데 타자들을 잘 요리했다.

김영준은 경기후 "2군에서 워낙 오래 생활을 하다가 갑자기 1군에 올라와서 너무 절실했다"며 "점수차나 상황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그냥 포수만 보고 있는 힘껏 던졌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솔직히 어안이 벙벙하다. 어떻게 던졌는지 기억이 안난다"고 한 김영준은 "한타자 한타자 생각하고 던져서 더 결과가 좋았던 것 같다"라고 밝은 표정 속에 인터뷰를 이어 갔다.

함께 호흡을 맞춘 포수 김범석과 김경태 코치에게 감사함을 표했다. 김영준은 "범석이와는 처음 호흡을 맞췄는데 여우처럼 되게 노련하게 잘 이끌어줬다. 적절한 상황에서 내가 던지고 싶은 것도 잘 섞어서 대처했다. 공부도 많이 하고 노력도 많이 한 것이 느껴졌다"라고 했고, "김경태 코치님께서 이닝 마다 조언을 해주셨다. 처음 나갈 땐 자신있게 볼질 하지 말고 포수 보고 그냥 강하게 네 공을 던져라고 하셨고, 마지막 이닝 때는 공 좋으니까 힘 빼고 밸런스로 가자고 말씀해 주셨다. 곱씹고 올라가서 잘 던질 수 있었다"라고 했다.

2군에서 어떤 준비를 했냐고 하자 한동안 말이 없던 김영준은 "정말 죽고싶을 정도였다. 1군을 올라가지 못하면 비전이 없는 거니까"라고 2군에 있는 투수들의 심정을 말했다. 이어 "너무 고통스럽고, 너무 힘들고 너무 지루하지만 잘 이겨냈다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2군에서 최상덕 투수코치와 피칭 디자인을 연구한 것이 이날의 호투에 도움이 됐다고. "구질에 대해서 연구하고, 터널링. 브레이킹이 필요한지, 구속의 차이가 필요한지 연습을 했다. 코치님이 피칭디자인을 해주셔서 오늘 변화구가 좋았던 것 같다"라고 최 코치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솔직히 항상 자신은 있었는데 1군에 올라오면 압박감, 긴장감을 못이겨냈던 것 같다. 오늘처럼 단단해져서 던졌다면 조금 더 빨리 자리를 잡지 않았을까"라고 말한 김영준은 "어떤 보직이든 감독님, 코치님께서 정해주시면 거기에 맞춰서 던질 것이다. 1군에서 최대한 많은 경험을 하고 오래 붙어 있고 싶다"라고 말했다. 잠실=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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