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위한 글러브를 마련해달라는 것. 대부분의 외국인 지도자들이 국내 팀과 계약할 때 여러 옵션, 편의 사항을 요구하는 경우는 있지만, '글러브'를 마련해달라는 요구는 생뚱 맞은 감이 있다. 오랜 기간 마이너리그에 머물며 빅리거들을 키워낸 수베로 감독이 단순히 '글러브를 마련할 길이 없어서' 이런 요구를 내건 것은 아닐 터. 한화는 수베로 감독의 '특별 조건'은 흔쾌히 수락했다. 자가 격리를 마친 수베로 감독은 공식 업무를 시작한 이튿날인 1월 27일 한화로부터 영문 이름(Carlos Subeo)과 백넘버(3번)가 새겨진 검은색 글러브를 전달 받았다.
이후 수베로 감독은 팀 훈련 뿐만 아니라 미디어 브리핑 시간에도 글러브를 끼고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일반 배트에 비해 얇은 이른바 '펑고 배트'를 국내외 지도자들이 들고 다니는 모습은 심심찮게 볼 수 있었지만, 글러브를 끼고 현장을 누비는 사령탑의 모습은 꽤 생소하다.
글러브를 낀 수베로 감독의 모습에서 권위의식은 찾아볼 수 없다. 훈련 때 선수들에게 일일히 다가가 소통하는 것은 물론, 수비-주루 훈련 때마다 직접 그라운드를 구르며 시범을 보이기도 한다. 최근 연습경기가 시작한 뒤엔 투수 교체 상황에서 직접 마운드에 오르고, 더그아웃을 분주히 오가며 격려 뿐만 아니라 공-수에서 드러난 선수들의 플레이에 대한 피드백도 이어가고 있다. 연습경기서 드러난 한화 더그아웃의 분위기도 짧은 시간만에 몰라보게 달라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