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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스케치]'제2의 인생' 앞둔 김태균, 마음속엔 오직 '한화 우승' 뿐

김영록 기자

입력 2020-10-23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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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인생' 앞둔 김태균, 마음속엔 오직 '한화 우승' 뿐
한화 김태균의 은퇴 기자회견이 21일 한화 이글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 전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렸다. 김태균이 기자회견 도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대전=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0.10.21/

[대전=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안녕하십니까. 한화 이글스 김태균입니다."



인사말을 채 마치지도 못하고 울컥, 눈물이 쏟아졌다. 올해 나이 서른여덞, 평생 오직 한곳만을 바라본 '한화의 자존심' 김태균, 타고난 성격에 팀을 대표하는 선수라는 위치 때문인지 좀처럼 우는 모습을 보기 힘들었던 그다.

은퇴 발표와 더불어 서산 2군 연습장에서 짐을 뺐다. 22일 은퇴 기자회견을 앞두고는 1군 선수단과도 인사를 나눴다. 그때까지만 해도 김태균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동료, 후배들이 "좀 울지 그러냐"며 핀잔을 줄 정도였다.

하지만 은퇴가 현실로 다가오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차오르는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 가족과 스승, 주황색 유니폼의 동료들, 팬들, 그라운드에 보낸 20년 평생이 주마등처럼 스쳐갔을 터. 김태균은 은퇴사에서 "일일이 다 호명해드리지 못한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님과 저를 보살펴주신 감독님들, 코치님들 모두 감사하다. 함께 땀흘려온 동료들도 고맙다. 모든 것을 희생해준 부모님, 아내와 아이들에게도 감사를 전하고 싶다"고 운을 뗐다.

김태균은 충남 천안 태생의 '모태 한화'다. 북일고를 거쳐 2001년 한화에 입단했고, 데뷔 첫 해부터 20홈런을 쏘아올리며 신인왕을 수상했다. 이후 3차례의 골든글러브, 타격왕과 홈런왕을 1번씩 거머쥐었다. 통산 타율 3할2푼, 출루율 4할2푼1리, 장타율 5할1푼6리로 은퇴 시점까지 통산 3-4-5의 비율 수치를 유지했다. KBO리그 39년 역사상 양준혁과 김동주에 이은 3번째다.

김태균의 한국시리즈는 2006년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그는 "한화에서 꿈을 이뤘고, 한화라서 행복했다. 내 자존심, 자부심이었고 영광이었다"면서 "팬들께 좋은 성적으로 보답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해 죄송하다. 평생의 한으로 남을 것 같다. 우리 후배들이 내 꿈을 이뤄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은퇴를 결정했다"고 강조했다. 또 눈물이 터졌다.

지난 겨울 FA가 된 김태균은 1년 계약을 하며 모종의 결단을 내렸다. 납득하지 못할 성적을 내면 더이상 팀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고 결심한 것. 은퇴를 결심한 직접적인 이유 또한 서산 2군 구장에서의 경험 때문이었다. 김태균은 "8월에 (부상으로)2군에 가면서 마음을 굳혔다. 서산에 젊고 유망한 후배들이 많다. 1군에 올라오기 위해 힘들게 준비하고 노력하는 선수들"이라고 강조했다.

전성기의 김태균은 최원호 감독대행의 표현처럼 '선구안과 장타력을 겸비한 4번타자'였다. 한화 뿐 아니라 KBO리그를 대표하는 선수였다. 이승엽 이대호 등과 같은 포지션임에도 대표팀에 꼬박꼬박 이름을 올렸다. 말년에 접어들면서 떨어지는 장타력에 발목을 잡힌 면도 없지 않다. 하지만 김태균은 "홈런도 안타도 잘 치는, (어떤 상황에서도)투수들이 상대하기 꺼려하는 타자가 되고자 했다, 후회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300홈런, 2000안타, 1000타점, 86경기 연속 출루 등 자신의 기록에는 자부심이 가득하다.

하지만 KBO 선수로서 최고의 목표인 한국시리즈 우승은 결국 이루지 못했다. 스스로에게 '30~40점'이란 박한 점수를 매긴 이유, 그리고 눈물을 참지 못한 이유다. 영구결번에 대해서도 "영광스런 일이지만 구단이 결정할 일"이라고 답했다.

"정말 열심히 했다. 언제나 최선을 다했다. 은퇴를 결심한 뒤로 후회도 없고, 담담했다. 하지만 난 팀의 중심타자, 주축 선수였다. 팀을 우승시키지 못한 이상 높은 점수를 줄 수 없다. 다만 앞으로 내가 지금 같은 큰 관심을 받을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하니 눈물이 났다. '김별명'은 내 강점이다. 팬들이 어떻게든 날 잊지 않고 기억해줬으면 좋겠다."

이승엽과 박용택은 타팀 홈구장을 돌며 두루 인사를 나눴다. 은퇴경기조차 없는 마무리가 아쉬울 만도 하다. 하지만 김태균은 "구단에서 은퇴경기를 제의해주셨다. 하지만 나보다 한 타석이 더 간절하고 소중한 선수들이 있다. 그런 기회를 뺏고 싶지 않다"면서 "누구나 멋진 마무리를 꿈꾼다. 주변에선 '더 할수 있다'며 아쉬워한다. 하지만 내겐 최선"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수퍼스타의 은퇴 후 코치 입성이 어느덧 당연하지 않게 된 시대다. 김태균은 한화에 남아 단장 보좌역을 맡게 된다. 그는 "초등학교 2학년 때 처음 야구를 시작한 이래 야구만 바라보고 살아왔다. 야구 발전과 한화가 좋은 팀이 되는 것을 돕고 싶다"면서 "결정권이 있는 보직은 아니다. 선수로서 드릴 수 있는 정보가 있지 않을까. 열심히 준비해서 누가 되지 않겠다. 이제 유니폼을 벗지만, 제 2의 인생이 시작된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날 기자회견 현장에는 정민철 한화 단장을 비롯해 최원호 감독대행, 주장 이용규가 꽃다발을 건넸다. 70여 명의 취재진이 현장을 가득 메우며 레전드의 은퇴를 배웅했다.

대전=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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