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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핫포커스]'음주운전 눈감던 시대는 끝났다' 강정호 파문이 남긴 메시지

나유리 기자

입력 2020-06-30 08:45

수정 2020-06-30 09:30

'음주운전 눈감던 시대는 끝났다' 강정호 파문이 남긴 메시지
KBO 복귀를 추진 중인 강정호가 23일 오후 서울 스탠포드호텔 그랜드볼룸에서 공식 사과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을 마친 강정호가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0.6.23/

[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여론은 일관적으로 냉정했다. 공식 사과 기자회견까지 했지만 오히려 부정적인 시선은 더욱 악화됐다. 이번 파문이 KBO리그에 남긴 것은 무엇일까.



숱한 논란 끝에 결국 강정호가 KBO리그 복귀 의사를 철회했다. KBO(한국야구위원회)를 통해 복귀 의사를 밝히고, 상벌위원회를 통해 징계 내용을 확정한 후 원소속팀 키움 히어로즈를 통해 국내 무대에 노크했던 강정호는 29일 오후 자신의 SNS를 통해 철회 의사를 공식화했다. 강정호는 "팬 여러분들에게 용서를 구하고 팬들 앞에 다시 서기엔 제가 매우 큰 잘못을 저질렀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느꼈다"면서 "모두 저의 큰 욕심이었다. 제 욕심이 야구 팬 여러분과 KBO리그, 구단 그리고 동료들에게 짐이 됐다는 것을 너무 늦게 깨달았다"고 이야기 했다.

아직 강정호는 향후 거취를 확정하지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메이저리그 재입성이 쉽지 않은 상황인데다 국내 복귀는 사실상 물 건너갔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강정호가 택할 수 있는 현역 생활 연장은 일본, 대만, 호주 등 제 3 리그를 통한 복귀 뿐이다. 물론 이 역시 쉽게 성사되기는 힘들고, 계약 과정에서 과거가 다시 한번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부정적인 팬들의 시선과 비난, 여론의 분위기를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강정호는 이를 감내하면서 복귀 의사를 밝혔었다. 늦게나마 용서를 구하면서 다시 한국 무대에서 뛸 수 있는 기회를 얻겠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여론이 좋지 않았다. 강정호가 직접 나서 사과 기자회견까지 했지만, 오히려 부정적인 여론은 시간이 지날 수록 더욱 거세졌다. 강정호 측 입장에서는 각오했던 그 이상이었을 것이다. 키움 구단도 난감한 상황에 놓여있었다. KBO 상벌위원회가 결정한 1년 징계도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난을 받고있는 가운데, 강정호가 징계를 끝내고 복귀한다고 해도 구단과 선수 스스로가 안고가야 할 부담이 엄청나게 컸다. 그래서 결국 구단도, 선수도 복귀가 어렵다는 결론을 내리게 됐다.

그만큼 비난 여론을 뚫고서라도 강행할 수 있는 명분이 없었다. 강정호는 결정적 계기가 된 2016년 음주 사고가 발생했을 때, 과거 2번의 음주 운전 사실을 숨기고 있었다는 사실은 대단한 충격이었다. 강정호는 히어로즈를 대표하는 간판 스타 중 한명이었고, 팬들의 많은 사랑을 받는 유명 선수였다. 야구장에서 최고의 플레이를 보여주던 스타 플레이어가 사생활에서는 정반대의 모습으로 살고있었다는 자체가 팬들에게 주는 충격이 엄청났다. 그리고 공식 사과의 시기에도 많은 물음표가 붙었다. 그 당시 강정호는 피츠버그 소속이었기 때문에 국내 팬들에게는 공식 사과를 하지 않고 미국에서 도전을 이어갔다. 하지만 피츠버그 구단에서 방출되고, 그 이후에도 끝까지 메이저리그 재입성 끈을 놓지 않다가 더이상 도전을 이어가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국내 복귀를 택하며 사과를 하는 것이 진정성에 의문을 남겼다.

이번 파문은 다른 선수들에게 남기는 메시지가 크다. 과거에는 음주운전이나 음주사고를 개인의 일탈이라 판단해 비교적 가벼운 징계 이후 모르는 척 눈감고 넘어가는 사례가 빈번했다. 그러나 이제 시대가 달라졌다. 프로야구 선수들은 대중의 관심에 기인해 존재 가치가 생기기 때문에, '사실상 공인'이나 마찬가지다. 이제는 음주운전이 결코 가벼운 실수가 아니고, KBO나 구단의 징계도 과거보다 훨씬 수위가 높아졌다. 강력한 징계를 내릴 수 있는 근거가 과거에는 부족했다면 이제는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가지고있는 셈이다. 앞으로 음주운전을 비롯한 사생활 문제에 있어서도 과거보다 갈 수록 강한 처벌 혹은 징계가 예상된다.

메이저리그에서도 활약했던, 국내 최고 유격수로 평가를 받던 선수가 돌이킬 수 없는 잘못으로 야구 인생이 꼬였다. 야구계 모든 구성원들이 느끼는 무게감은 더 클 것이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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