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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인골프대회]'적장에서 동반자로' 그린 위 감독들의 유쾌한 수다

정현석 기자

입력 2019-12-0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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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장에서 동반자로' 그린 위 감독들의 유쾌한 수다
KBO와 스포츠조선이 공동 주최하고 2019 한국시리즈 우승팀인 두산 베어스가 후원하는 제38회 KBO 야구인 골프대회가 2일 춘천 라데나골프클럽에서 열렸다. 야구인 골프대회는 프로야구 원년인 1982년부터 매년 개최되고 있다. 왼쪽부터 KT 이강철 감독, SK 염경엽 감독, 두산 김태형 감독, LG 류중일 감독, 삼성 허삼영 감독, 키움 손혁 감독, NC 이동욱 감독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춘천=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2019.12.02/

그라운드 위 적장은 그린 위 동반자였다.



1년 내내 치열하게 경쟁했던 프로야구 명장들이 필드 위에서 화합을 다졌다.

2일 강원도 춘천 라데나골프클럽에서 열린 제38회 야구인골프대회. 스포츠조선과 KBO(한국야구위원회)가 공동 주최하고 한국시리즈 우승팀 두산 베어스가 후원한 이날 행사에서 명장들의 샷 대결이 펼쳐졌다.

화합과 우정을 다지는 무대. 하지만 경쟁심까지 숨길 수는 없었다. 이날 감독들은 2개 조로 나뉘어 플레이를 펼쳤다. 앞 조에는 감독 중 최고수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LG 트윈스 류중일, 두산 베어스 김태형, SK 와이번스 염경엽 감독이었다. 야구계의 소문난 로우 싱글 골퍼들.

전쟁 같은 시즌을 치러내야 하는 감독들은 야구 시즌 동안 골프를 칠 여유는 거의 없다. 시즌이 끝나고 쌀쌀해져 잔디가 누렇게 변할 무렵에야 비로소 필드에 나설 수 있다. 그러다 통상 따뜻한 캠프지에 가서 휴식일에 골프를 치는 정도다. 이날 모인 감독들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포스트시즌을 늦게까지 치른 감독들은 더욱 골프 시즌 개막이 늦었다.

컨디션이 100%일 수는 없었다. 쌀쌀한 오전 날씨 속의 라운딩. 발동이 살짝 늦게 걸렸다. 전반에 가볍게 몸을 푼 세 감독들 중 맏형인 류중일 감독이 시동을 걸었다. 후반 라운드 시작하기 무섭게 2개 홀 연속 버디를 기록하며 기세를 올렸다. 김태형 염경엽 감독도 잘세라 버디 행진에 동참하며 라운드 막판 뜨거운 경쟁을 펼쳤다. 결국 세 감독은 명성 답게 모두 70대 타수를 기록하며 고수의 실력을 유감 없이 뽐냈다. 류중일, 김태형 감독은 나란히 2오버파 74타로 전체 참가자 중 두번째로 좋은 스코어를 기록했다. 전반에 발동이 늦게 걸린 염경엽 감독도 후반 들어 제 페이스를 찾으며 이븐파를 기록하는 등 6오버파 78타를 기록하며 탑10 안에 이름을 올렸다.

야구인 골프대회 메달리스트(최저타) 출신 류중일 감독은 "최근 샷이 잘 안 맞았는데 오늘은 퍼팅 등이 괜찮았던 것 같다"며 야구인 골프대회와의 좋은 인연을 언급했다. 이날 2오버파를 기록한 류 감독은 3개의 버디로 참가자 중 가장 많은 버디를 기록하며 다(多)버디상을 받았다.

세 사령탑들은 라운드를 하면서 골프 등 다양한 주제로 환담을 나눴지만 역시 야구 이야기가 빠지지 않았다. 올 시즌에 대한 회고와 아쉬움이 교차했다.

극적인 역전 우승에 성공한 두산 김태형 감독과 두고 두고 아쉬운 시즌을 보낸 염경엽 감독의 표정은 사뭇 달랐다. 김태형 감독이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이현승 스피드가 144㎞까지 나왔다"고 말하자 삼성 라이온즈 사령탑 시절 우승 경험이 풍부한 선배 류중일 감독은 "큰 경기에서는 깜짝 선수가 나와야 한다"고 맞장구를 쳤다. 반면, 염경엽 감독은 "우리는 그렇지 못했다"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한편, 뒷 조에서는 KT 위즈 이강철, 삼성 라이온즈 허삼영, NC 다이노스 이동욱, 키움 히어로즈 손 혁 감독 등 1~2년 차 사령탑들이 동반 라운드를 펼쳤다. 맏형 이강철 감독이 리드했다. 구력을 자랑하며 초반부터 앞서나갔다. 비거리 킹은 손 혁 감독이었다. 미들 홀에서 그린 가까이 티샷을 떨어뜨리는 등 장타력을 선보였다. NC 이동욱 감독은 손 혁 감독의 장타를 설명하며 "부인이 누구신데요"라며 웃었다. 손 혁 감독의 아내는 프로골퍼 출신 한희원씨다. "허삼영 감독님은 구력이 길지 않은데도 투수 출신 답게 잘 치신다"는 이동욱 감독의 덕담을 건네들은 허 감독은 "다른 감독님들 실력이 워낙 출중하시다"며 손사래를 치기도 했다.



춘천=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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