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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와이드인터뷰]팔방미인 박계범, '긍정 마인드'가 이끌어낸 놀라운 변화

정현석 기자

입력 2019-08-22 0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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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방미인 박계범, '긍정 마인드'가 이끌어낸 놀라운 변화
삼성 라이온즈 내야수 박계범이 21일 대전 한화이글스파크에서 열릴 예정이던 한화 이글스전을 앞두고 인터뷰 하던 중 환하게 웃고 있다.

[대전=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깊은 강물은 소리 없이 흐른다.



보이지 않는 변화란 무섭다.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 끊임없이 발전한다. 하루의 작은 변화 위에 세월이 쌓이면 어마어마한 결과가 나온다.

삼성 라이온즈 내야수 박계범(23). 그는 소리 없이 새로워 지고 있다. 조용하게 흐르는 강물처럼 끊임 없이 흐르고 있다. 21일 현재 0,308의 타율과 1홈런, 13타점, 3도루. 허벅지 부상 복귀 후인 지난 8일 이후 9경기에서 0.320의 타율과 1홈런, 2타점, 2도루로 활약이 도드라진다. 복귀 후 실책은 단 1개 뿐이다.

박계범은 최근 허리 통증으로 빠진 이학주 대신 유격수를 맡고 있다. 기대 이상이다. 공-수-주에서 맹활약 하며 주인의 공백을 지우고 있다. 박계범의 2019시즌, 스토리가 무르익고 있다.

▶김하성을 패스한 무한 가능성

기대가 컸다. 2014년 2차 2라운드 17순위로 라이온즈 유니폼을 입었다. 당시 김하성은 2차 3라운드 29위로 넥센에 입단했다. 명암이 엇갈렸다. 김하성은 2년차 부터 맹활약하며 최고 유격수로 자리매김 했다.

반면, 박계범은 늦었다. 2016년까지 단 8경기만 뛴 뒤 상무에 입단했다. 비교가 쏟아졌다. 자존심 상할 만한 이야기도 들렸다. "사실 하성이와는 개인적인 친분도 없어요. 그저 제가 잘 못했으니까 당연한거였죠. 지금은 생각조차 안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담담하게 말할 수 있는 그때 그 시절. 상처가 됐고, 자신감도 많이 줄었다. 스카우트가 잘못 본걸까. 그만큼 충분한 가능성을 품은 선수였다는 이야기. 드라마는 이제 막 시작됐다. 경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군생활이 가져온 긍정의 마인드

어두운 마음으로 시작한 상무 생활. 야구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됐다.

"사실 그 전까지 제가 조금 부정적인 성향이 있었어요. 군대에 있을 때 삼성 야구를 많이 봤어요. 그런데 같이 야구 하던 선수가 1군에 많이 보이더라고요. 저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조금씩 긍정적인 마음으로 바뀌었던 것 같아요."

상무 제대 후 첫 시즌. 기회가 주어졌고, 단단하게 움켜쥐었다.

"마음가집이 달라졌습니다. 군에 가기전에 두려운 게 더 컸다면 지금은 일단 부딪히고 보자는 생각이 더 커졌어요."

▶마인드의 변화, 상황의 변화

긍정 마인드가 가져온 변화는 놀라웠다. 상무 제대 후 첫 시즌. 준비를 많이 했다. 겨우내 타격전문가 김한수 감독의 조언으로 타격폼을 바꿨다. "원래 슬라이드 스텝으로 쳤는데 캠프 때 감독님께서 레그 킥을 해보는게 어떠냐고 권하시더라고요. 처음에는 조금 어색했는데 지금은 좋은 결과를 낳고 있습니다."

퓨처스리그에서 출발한 올시즌. 일이 술술 풀렸다. 4할에 가까운 타율을 기록하며 승승장구하자 4월18일 1군 콜업이 떨어졌다.

올라오자 마자 4월18일 포항 키움전에서 5타수3안타 2타점을 몰아쳐 5대4 승리를 이끄는 강렬한 신고식을 치렀다. 4월21일 대전 한화전에서도 3안타 3타점으로 펄펄 날며 맥과이어의 노히트노런을 도왔다.

빠른 시점에서의 콜업과 1군에서의 활약. 군생활 당시와 지난 겨우내 흘린 땀의 대가였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행운을 이야기 한다.

"솔직히 운이 좋다고 생각했어요, 2군에서 썩 좋지 않게 시작했는데도 빗맞은 타구가 안타가 된 게 많았고, 그러면서 타격감을 찾아갈 수 있었거든요. 올해는 약간 뭘 해도 되는 해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지나친 겸손일까. 아니다. 마음을 밝게 먹으면 실제 좋은 일이 많이 벌어진다. 긍정의 마인드가 몰고온 긍정적 변화다.

▶불의의 부상, 도약의 기회로 삼다

얼핏 보면 아쉬움 가득한 시즌이다. 처음으로 잡은 1군 생활이 불의의 부상으로 공백이 생겼기 때문이다. 1군 생활 한달 쯤 지난 시점에 허벅지 양쪽에 통증이 찾아왔다. 어렵사리 잡은 기회, 잔부상 때문에 놓치기는 싫었다. 아프지 않은 척 하면서 버텼다. 몸에 무리가 갔고 승승장구하던 성적도 살짝 내리막을 탔다.

"정밀 검진을 받았더니 생각보다 근육 파열이 심각하더라고요. 그래도 부정적인 생각이 들지는 않았어요. 완전히 낫고 올라가자는 생각을 했죠."

완치 후 75일 만에 1군 무대에 돌아온 박계범은 다리쪽에 대한 부담을 덜었다. 고질이 사라지자 야구의 범위가 넓어졌다. 빠른 발을 적극 활용한 야구가 가능해졌다. 수비에서 풋워크가 더 경쾌해졌고, 틈 나는대로 도루도 시도중이다. 20일 대전 한화전, 1회 호잉의 적시타성 타구를 슬라이딩 캐치해 잡아낸 장면이 대표적이었다. 이날 테이블세터에 배치된 박계범은 날카로운 타격으로 3차례나 출루해 도루까지 성공시켰다.

▶팔방미인 박계범, 이학주의 발전을 이끌다

박계범의 존재는 올해 첫 KBO 무대를 밟은 이학주에게 신선한 자극제다. 경쟁 없는 주전선수는 반드시 퇴보한다. 그런 면에서 이학주에게 박계범은 동반 성장을 이끄는 소중한 후배다. 실제 올 시즌 이학주가 주춤할 때마다 박계범의 존재가 도약의 자극제가 됐다.

박계범의 생각은 다르다. "상수 형, 원석이 형, 학주 형 모두 공을 잡는 감각이 정말 탁월하세요. 제가 롤모델 삼아 곁눈질로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이학주가 화려한 플레이를 펼친다면, 박계범은 갈수록 안정된 플레이를 펼친다. 상호보완적 요소를 갖추고 있는 타 팀 입장에서는 부러운 유격수 뎁스다.

▶공격 보다 수비 욕심 "수비만은 안정된 선수 되고 싶다"

김한수 감독도 박계범의 가치를 인정한다. 김 감독은 "강한 어깨를 바탕으로 안정감 있는 수비를 한다"며 "타석에서 공도 잘보고, 올시즌 투-타에서 실력이 많이 늘었다. 내야 전 포지션이 두루 가능한 플레이어"라고 높게 평가했다.

박계범도 수비 욕심만큼은 숨기지 않는다. 의욕이 강하다보니 뜻하지 않은 수비 슬럼프도 통과의례 처럼 겪었다.

"제가 타격이 안되면 화가 안 나는데 수비가 안되면 동료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정말 화가 많이 나요. KT전(5/18 수원경기)에 실책 두개 하고 잠을 한숨도 못잤어요. 실책을 하면 자신이 없어져서 또 다시 실수가 이어지는 것 같아요. 지금은 마인드를 바꿔 안 그러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수비만큼은 안정적인 선수로 남고 싶어요."

의지는 품는 순간 현실을 만든다. 시간이 흐를수록 무섭게 발전하는 박계범의 모습이 포착된다.

프로 입단 초기, 자신을 과소평가했던 사람들에게 대기만성의 진정한 의미를 제대로 보여줄 참이다. 가치 있는 유격수 박계범의 본격적인 출발점은 바로 지금 이 순간 부터다. 대전=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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