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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핫이슈]1점대 ERA의 위대함, 류현진 사이영상 투표기자단 마음 틀어쥐나

노재형 기자

입력 2019-08-14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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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점대 ERA의 위대함, 류현진 사이영상 투표기자단 마음 틀어쥐나
LA 다저스 류현진이 지난 12일(한국시각)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전에서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이날 7이닝 무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된 류현진은 평균자책점을 1.45로 더욱 낮췄다. 사이영상 후보 평가에서 평균자책점이 가장 증요한 요소로 떠오른 건 2009년 이후다. AP연합뉴스

[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 LA 다저스 류현진이 사이영상을 굳혀가는 분위기다. 압도적인 1점대 평균자책점 행진이 흔들리지 않고 있다. 남은 8번의 등판서 소위 '망치지 않는 한' 아시아인 최초의 사이영상 수상은 역사적 사실이 될 공산이 매우 크다.



사이영상 투표는 미국야구기자협회(BBWAA) 소속 기자들이 시즌 종료 직후 실시한다. 평균자책점이 사이영상 후보 평가에서 다승보다 중시되기 시작한 건 대략 2009년이다. 그해 내셔널리그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팀 린스컴(15승7패, 2.48, 261탈삼진), 아메리칸리그는 캔자스시티 로열스 잭 그레인키(16승8패, 2.16, 242탈삼진)가 수상자였다. 둘 다 역대 각 리그 사이영상 수상 선발투수 가운데 최소 승수로 화제가 됐다. 린스컴은 탈삼진 1위-평균자책점 2위로 다승 1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애덤 웨인라이트(19승8패, 2.63)에 살짝 앞섰고, 그레인키도 평균자책점 1위-탈삼진 2위-WHIP(이닝당 출루허용) 1위의 성적이 19승 투수 3명보다 강력했다.

당시 수상 소감에서 린스컴은 "(최고 투수를 따질 때)내가 가장 중요하게 보는 건 WHIP다. 왜냐하면 나를 위험에 빠트리게 하는 주자의 숫자는 내가 제한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고, 그레인키는 "난 오로지 수학자들의 꿈인 FIP(수비무관투구)에 관해 말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즉 동료들의 도움도 받아야 수치가 좋아지는 승수보다 투수의 실력 자체를 가감없이 보여주는 다른 세부 기록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당시 두 선수의 수상을 놓고 AP는 '린스컴과 그레인키는 투수 평가방법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최근 흐름을 반영한다. 즉 팀의 수비력 등을 참고한 좀더 발전된 통계가 중요해지고 있다'고 논평했다. 투수의 실력을 좀더 정확하게 나타내주는 건 다승이 아니라 WHIP, FIP, 피안타율, ERA+(조정평균자책점)과 같은 세이버메트릭스 상의 세부 항목들이 총체적으로 반영된 평균자책점이라는 얘기였다.

이듬해인 2010년 시애틀 매리너스 펠릭스 에르난데스도 사이영상을 수상한 직후 USA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사이영상이 최다승 투수가 아닌 가장 압도적인(the most dominant) 투수를 위한 상임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해 에르난데스는 13승12패, 평균자책점 2.27을 기록했다. 아메리칸리그 다승 부문 공동 18위에 불과했지만, 평균자책점 1위, 투구이닝 1위, 탈삼진 2위의 존재감이 투표 기자단의 마음을 움직였다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해 뉴욕 메츠 제이콥 디그롬의 사이영상 수상도 같은 맥락. 10승9패, 평균자책점 1.70, 269탈삼진을 기록한 디그롬은 사이영상 투표에서 30명 중 29명으로부터 1위표를 받았다. BBWAA는 홈페이지에서 '디그롬은 역사상 가장 적은 승수로 사이영상을 탄 선발투수가 됐다'면서 '그렇지만 1.70의 평균자책점은 역대 사이영상 수상 투수 가운데 6번째로 낮은 수치'라고 설명했다.

시즌 중 디그롬의 사이영상 수상을 강력히 주장했던 ESPN의 에디 마츠 기자는 다승과 평균자책점을 비교하며 '디그롬이 마운드에서 가장 효율적인 투구를 했지만 메츠의 형편없는 공격력 희생양이 됐다'고 했다. 사이영상을 결정하는데 있어 평균자책점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마츠 기자는 지난 6월 '말도 안되는 볼넷-삼진 비율'을 들어 류현진을 사이영상 후보로 꼽은 기자다.

상황은 이렇다. 1점대 평균자책점이라면? 사이영상 보증 수표다. 사이영상 시상이 시작된 1956년 이후 1점대 평균자책점 타이틀을 차지한 투수는 25명이고, 그 가운데 16명이 사이영상을 거머쥐었다. 2000년 이후만 따져도 6번 중 5차례나 된다. 2000년 보스턴 레드삭스 페드로 마르티네스(1.74), 2013년(1.83)과 2014년(1.77) 다저스 클레이튼 커쇼, 지난해 디그롬과 탬파베이 레이스 블레이크 스넬(1.89) 등이다.

류현진이 현지 언론들로부터 강력한 사이영상 후보로 주목받는 배경에는 이러한 통계적 사실이 존재한다. 13일 현재 22경기에서 12승2패, 평균자책점 1.45를 기록중인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유일의 1점대 평균자책점 보유자다. 2위인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마이크 소로카(2.31)보다 0.87이나 앞서고, 라이브볼 시대가 시작된 1920년 이후로는 정규리그 개막 후 22경기 기준으로 역대 5번째로 낮다. 또한 WHIP는 0.93, ERA+는 284점으로 각각 내셔널리그 1위다. 숫자로 나열된 팩트에서 류현진을 이길 투수는 지금 없다.

양 리그 사이영상 투표단은 연고 도시별로 2명씩, 총 30명의 기자들로 구성된다. 투표자들이 각각 5명의 투수를 뽑아 순위를 정하면, 1위 7점, 2위 4점, 3위 3점, 4위 2점, 5위 1점의 가중치를 적용해 합한 총점으로 순위를 가려 최고득점자를 사이영상 투수로 결정한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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