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내린 빗방울이 점점 거세지면서 그라운드는 모두 흠뻑 젖었다. 외야 곳곳엔 깊은 물웅덩이가 생겼고, 일찌감치 내야 전체를 덮는 방수포가 깔렸다. 1, 3루측 양팀 더그아웃에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물 웅덩이가 생겼다. 1986년 개장 이래 롯데가 자체 예산을 들여 개보수를 진행해왔지만, 세월의 흔적까지 지울 순 없었다. 2000년대 접어들며 KBO리그에 메이저리그 뺨치는 새 구장들이 들어서기 시작하며 사직구장은 'KBO리그 최악의 구장'이란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다. 여름 장맛비 속에 그 민낯은 더 여실히 드러났다.
이날 경기장 한켠에선 롯데 시설 관리팀이 비를 흠뻑 맞은 채 불펜 펜스 쪽 철망 보수 작업을 실시했다. 25일 KT 위즈전에서 강백호가 타구 처리 도중 오른손바닥이 5cm 가량 찢어지는 큰 부상을 당했다. 롯데는 경기 직후부터 보수 작업에 들어갔고, 밤샘 작업을 통해 좌-우 불펜 철망 및 1, 3루 내야 철망까지 너트에 인공재를 설치했다. 비가 내리는 와중에도 이리저리 사다리를 옮기며 혹시 모를 틈이 있을까 찾는데 주력했다. 롯데 이윤원 단장은 25일 경기 직후 KT 이숭용 단장에게 전화를 걸어 강백호 부상에 유감의 뜻을 전했다.
사직구장은 그저 선거철에 이용하기 좋은 '장기말'에 지나지 않았다. 현 오거돈 부산시장은 지난해 선거 당시 '신구장 건설'을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당선 뒤엔 '공론화 등을 거칠 것'이라는 앵무새 같은 답변만 되풀이 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