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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의지 쇼크' 두산, 이번엔 김현수-민병헌 때와 다르다

나유리 기자

입력 2018-12-12 07:00

'양의지 쇼크' 두산, 이번엔 김현수-민병헌 때와 다르다
2018 KBO 리그 포스트시즌 두산과 SK의 한국시리즈 1차전이 4일 잠실구장에서 예정된 가운데 두산 선수단이 훈련을 펼치고 있다. 양의지가 생각에 잠겨있다. 잠실=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8.11.04/

적지 않은 충격이 두산 베어스를 덮쳤다.



NC 다이노스는 11일 오전 보도 자료를 통해 FA(자유계약선수) 양의지와의 계약 소식을 공식 발표했다. 4년 총액 125억원(계약금 60억, 연봉 65억원)의 초대형 대우다. 김태룡 단장을 비롯한 두산 구단 수뇌부와 김태형 감독도 이날 오전 양의지의 이적 소식을 접했다. 프런트 직원들은 NC의 발표가 나고서야 알게 됐다. 베테랑 중의 베테랑인 김태룡 단장도 이번에는 '쇼크'가 큰 듯 했다.

그만큼 두산도 양의지가 필요했다. 팀내 핵심 전력이다. 단순히 포수로서의 수비 기능 뿐만 아니라, 투수들과의 커뮤니케이션과 경기 흐름을 읽는 노련미가 현재 최절정에 오른 선수다. 당장 주전 포수가 확실치 않은 팀도 다수인데, 국가대표 포수이면서 4~5번타자를 칠 수 있는 공격력을 갖췄다. 또 두산에서 프로에 데뷔해 성장했다는 스토리까지 갖춘 프랜차이즈 스타다. 약체였던 광주 진흥고 출신인데다 신인드래프트 2차 8라운드 하위 지명 선수라 입단 당시 주목을 받지 못했던 양의지는 입단 이후 경찰 야구단에서 군 복무를 마치고 나서부터 만개하기 시작했다. 1군에서 본격적으로 자리를 잡은 2010년 20홈런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신인왕을 수상했고, 이후 승승장구 했다. 약점은 보완하고, 강점은 더욱 강하게 살리면서 끝없이 성장해왔다. 두산의 지난 2015~2016년 한국시리즈 우승은 막강한 마운드 그리고 그 투수들과 함께 호흡한 양의지라는 포수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래서 어느 때보다 적극적으로 양의지 잔류 설득에 나섰다. 어떻게 보면 그동안 FA에 가장 인색했던 구단이다. 2015년 외부 FA 장원준 영입 이후 굵직한 선수들을 전혀 영입하지 않았다. 심지어는 내부 FA도 잡지 않았다. 가장 대표적인 최근 사례가 바로 김현수와 민병헌이다. 두 사람 모두 두산의 간판 스타였지만, '오버 페이'가 될 가능성이 생기자 두산은 미련 없이 뜻을 접었다. 메이저리그 도전을 마치고 돌아온 김현수는 최고 대우를 받으며 '옆집' LG 트윈스로 이적했고, 민병헌 역시 대형 계약으로 롯데 자이언츠 유니폼을 입었다.

이번 충격은 이전과 다르다. 물론 김현수, 민병헌을 내보낼 때도 걱정과 아쉬움이 있었다. 리그 정상급 선수들, 그것도 프랜차이즈 스타들이 팀을 떠났는데 아쉽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그러나 양의지는 최근 큰 투자를 거의 하지 않던 구단 사정을 뛰어 넘어, 제시할 수 있는 최선의 카드까지 내밀었지만 무산이 됐다. 실제로 지난주 후반 두산은 양의지에게 4년 총액 120억원을 제시했으나, 양의지는 고심 끝에 NC행을 택했다.

김태형 감독은 "어쩔 수 있나. 있는 선수들로 열심히 해야한다"고 애써 말했지만, 누구보다 속이 쓰릴 수밖에 없는 당사자다. 양의지가 팀에 남기를 누구보다 김 감독이 바랐다. 팀 상황상 외야는 대체 자원을 빠르게 구할 수 있지만, 포수는 쉽지가 않다. 박세혁 장승현 등 좋은 자원들을 갖추고 있다고 해도 당장 양의지의 자리를 빈틈 없이 채우기는 힘들 것이다.

'팬심'도 등을 돌렸다. 팬들의 관점에서 생각했을때 연이은 프랜차이즈 스타들의 이탈은 팀에 대한 충성심을 감소하게 하는 최대 원인이다. 특히 경쟁 구단과의 '머니 게임'에서 졌다는 사실이 자존심에 치명타를 입힐 수도 있다. 끊임 없이 좋은 선수를 발굴해내 '화수분 야구'로 불린다고 해도, 이미 정을 준 선수들이 팀을 떠난다면 팬들도 좋을 리가 없다. 양의지의 이적 이후 구단을 향한 팬들의 반응이 차가운 이유다.

두산은 이번 '쇼크'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또 계속되는 프랜차이즈 스타의 유출에 대해서도 다른 관점에서 생각해볼 필요는 있다. '사정상 어쩔 수 없지' 하고 넘길 가벼운 문제는 아니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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