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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아팠던 패자 두산, 전력분석 미흡은 아니었다

박재호 기자

입력 2018-11-13 11:53

뼈아팠던 패자 두산, 전력분석 미흡은 아니었다
두산 김태형 감독이 12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릴 2018 KBO리그 한국시리즈 6차전 SK와의 경기에 앞서 선수들의 훈련을 지켜보고 있다. 잠실=김경민 기자 yungmin@sportschosun.com /2018.11.12/

올해 포스트시즌은 오래토록 회자될 것이다. SK 와이번스-넥센 히어로즈의 치열했던 5차전 승부. 연이어 한국시리즈는 2위팀 SK 와이번스가 압도적이었던 1위 두산 베어스를 눌렀다. 마지막 6차전은 13회 연장승부까지 펼치며 손에 땀을 쥐게 했다.



모두가 예상치 못했던 대이변. 하지만 두산 베어스 내부적으로는 이상 조짐을 이미 감지한 터였다. 두산 구단은 한국시리즈에 앞서 20일 넘게 팀별 맞춤형 전력분석을 했다. 9월에 이미 SK가 한국시리즈에 올라올 경우 가장 까다로울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수비와 불펜에 일부 허점이 있지만 김광현과 메릴 켈리가 버티는 선발 원투펀치가 매우 강함을 알고 있었다. 홈런 타자들이 즐비한 타선 역시 단기전에서는 부담감을 키운다. 한마디로 쉽지 않은 호적수.

전력분석 등 사전준비 부족보다는 벤치 운영의 묘가 아쉬웠다. 정규시즌이 너무 화려했기 때문에 그 수치가 코칭스태프의 눈을 가렸다. 현실을 좀더 냉정하게 바라보지 못했다. 두산은 페넌트레이스에서 역대 최다승 타이(93승51패)를 기록했다. 2016년 통합우승을 차지할 당시와 승수는 같았지만 내부 스탯은 많이 달랐다. 올해 두산은 SK와 8승8패, 넥센 히어로즈와 8승8패, 한화 이글스와 8승8패, KIA 타이거즈와 8승8패를 기록했다. 상위권팀을 상대는 딱 5할 승률을 기록했을 뿐이다.

반면 하위팀 LG 트윈스(15승1패), 롯데 자이언츠(13승3패), 삼성 라이온즈(12승4패), NC 다이노스(12승4패)에는 매우 강했다. 올해는 편식이 심했다. 2016년은 명실상부한 최강자였다.

한시즌 전체를 치르면서 만들어진 상대전적이라면 이 또한 시사하는 바가 크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6차전에 앞서 "우리가 1위팀이다. 하던대로 하면 된다"고 강조했지만 하던대로 한다고 치면 SK와는 백중세가 당연했다. 선수들에게 안도감을 주기 위한 발언이었겠지만 대외적으로는 부드럽게, 내부적으로는 좀더 강한 메시지가 필요했다. 마운드 운용과 라인업은 말은 없지만 가장 강력한 메시지다.

1위라는 숫자, 상위팀이 압도적으로 유리했던 역대 한국시리즈 통계는 안도감을 줬지만 결과적으로 독이었다. 올시즌 타율 3할2푼6리에 12홈런 84타점을 거둔 박건우는 검증된 타자다. 득점권 타율은 3할7푼이 넘는다. SK를 상대로도 3할1푼3리에 1홈런 10타점을 올렸다. 강했다고 보기는 힘들지만 그렇다고 약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박건우는 이번 한국시리즈 6경기에서 24타수 1안타(0.042) 삼진 9개라는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자신감이 떨어질 때로 떨어져 치명적인 병살타와 번트실패까지 범했지만 김태형 감독은 꿈쩍하지 않았다. 김재환이 없는 상황에서 박건우가 해줘야 이길수 있다는 믿음. 결국 좋지 않으면 바꿔야 한다는 정석을 외면했다.

더 큰 용기가 필요한 변화에 둔감했던 두산. 모든 것이 결과론이지만 늘 결과가 도드라져 보이는 것이 승부의 세계다. 치열한 전력분석 자료를 놓고 검토, 결정하는 최종 책임자는 감독이다. 사령탑은 수많은 수치들에 각기 다른 가치를 부여하는 자리다. 더욱이 박빙 승부였기에 벤치의 능동적인 대처가 더욱 아쉬웠던 두산의 2018 한국시리즈였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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