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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C]신인왕 출신 이정후의 '가을야구' 데뷔, 낯설지만 강했다

노재형 기자

입력 2018-10-16 22:12

수정 2018-10-16 22:21

신인왕 출신 이정후의 '가을야구' 데뷔, 낯설지만 강했다
2018 KBO리그 포스트시즌 와일드카드 1차전 KIA와 넥센의 경기가 16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렸다. 7회말 무사 1루 넥센 서건창의 2루타 때 1루주자 이정후가 홈인하고 있다. 고척=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8.10.16/

"아무 얘기도 하지 않았습니다."



넥센 히어로즈 장정석 감독은 16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의 와일드카드 결정 1차전을 앞두고 '가을야구' 무대를 처음 밟는 이정후에 대해 이렇게 얘기했다. 장 감독은 "난 잠도 잘 잤고, 시즌 막판 마음이 편했는지 체중도 1~2㎏이 늘었다"면서 "선수들도 평소처럼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특별히 따로 불러 얘기를 하진 않았다"고 말했다.

이정후는 지난해 신인왕이다. 넥센은 지난 시즌 페넌트레이스 7위에 그쳐 포스트시즌에 나가지 못했다. 올 정규시즌서 초반 부상에도 불구, 타율 3할5푼5리로 맹활약한 이정후는 이번이 첫 가을야구다. 장 감독이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평소처럼 대했다고는 하나, 본인이 가질 수 있는 혹시 모를 부담감은 경기력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이날 KIA 선발투수는 좌완 에이스 양현종. 1번 좌익수로 선발 출전한 이정후는 1회말 첫 타석에서 양현종의 초구 141㎞ 직구를 잘 받아쳤지만, 중견수 플라이가 됐다. 3회 두 번째 타석에선 144㎞ 직구를 힘껏 잡아당겼는데, 상대 1루수 김주찬의 호수비에 걸렸다. 배트 중심에 맞아 나가는 게 컨디션이 나쁘진 않아 보였다.

이정후가 낯선 가을야구, 낯선 경험을 한 건 5회말 타석이다. 넥센은 0-2로 뒤진 5회말 만루 기회를 잡았다.

세 번째 타석에 들어선 이정후는 양현종의 3구째를 건드려 내야 높이 솟구치는 플라이를 쳤다. 우효동 주심이 인필드플라이를 선언했으나, 공은 KIA 포수 김민식과 3루수 이범호 사이에 떨어진 뒤 파울 지역으로 나가 '파울'이 선언됐다. 이때 이정후의 행동이 묘했다. 타구의 결과를 보지도 않고 고개를 숙이고 더그아웃으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물론 '인필드플라이'이니 '당연 아웃'으로 받아들이는 게 맞다. 만일 타구가 내야에 그대로 머물렀다 해도 타자는 아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과는 파울이었다.

이정후가 뒤늦게 상황 파악을 하고 타석으로 돌아가는 순간, 다음 타자 서건창은 그를 불러 귀에 대고 몇 마디를 던졌다. 아마 경기와 플레이에 대한 '집중'을 조언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정후는 4구째 143㎞ 직구를 밀어쳐 좌익수 희생플라이를 날리며 3루 주자를 불러들였다. 이정후의 타점으로 1점을 만회한 넥센은 여세를 몰아 4점을 추가해 5-2로 전세를 뒤집었다.

이정후의 진가는 수비에서도 발휘됐다. 5-5로 맞서던 7회초 무사 1루서 최형우의 좌중간 2루타성 타구를 슬라이딩 캐치로 처리한 뒤, 1루 주자까지 잡은 것이다. KIA측의 비디오 판독 요청이 있었지만, 공은 정확히 이정후의 글러브에 들어갔다. 이어진 7회말 네 번째 타석에서는 KIA 팻 딘의 시속 138㎞ 높은 공을 잡아당겨 우전안타로 연결했다. 가을야구 첫 히트도 기록한 뒤 서건창의 2루타 때 쏜살같이 달려 결승 득점도 올렸다.

4타수 1안타 1타점 2득점, 그리고 '1호 수비.' 그는 낯선 가을에도 강했다. 고척=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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