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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로이칼럼]1000경기 등판기록 세운 임창용, ML 기록도 깼으면

노재형 기자

입력 2018-10-01 15:07

수정 2018-10-01 21:25

1000경기 등판기록 세운 임창용, ML 기록도 깼으면
KIA 타이거즈 임창용. 스포츠조선 DB

지난달 28일 주니치 드래곤즈 투수 이와세 히토키(44)가 일본 프로야구 사상 최초로 1000경기 등판 기록을 세웠다. 오랫동안 주니치의 마무리 투수로 활약해 온 이와세는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한다.



한국 프로야구에서는 KIA 타이거즈 임창용이 지난달 18일 삼성 라이온즈전에 선발등판해 한미일 통산 1000경기 출전 기록을 달성했다. 필자는 이 소식을 일본팬들에게 알리면서 임창용이 아직도 선발로 등판하고 있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올해 42세인 임창용은 중간투수로 시즌을 시작해 지난 7월 20일 KT 위즈전 이후 선발로 나서고 있다. 그가 선발 보직을 받은 것은 2007년 이후 11년 만이다.

"선발은 재미있어요." 지난 주 만난 임창용은 상쾌한 미소로 말했다. 그는 "선발투수는 긴 이닝 동안 타자 1명씩 대결하는 재미가 있다. 빠른 이닝에 무너지면 힘들지만 항상 재미가 있답니다"라고 했다.

임창용이 이처럼 긴 세월 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 있는 원동력은 그가 느끼는 '보람'이다. 임창용은 팔꿈치 수술에서 복귀한 2007년 선발과 중간을 오갔다. 정해진 보직이 없었다는 이야기다. 당시 임창용은 마운드에서 표정이 밝지 않았다고 한다. 그해 임창용 영입에 나선 야쿠르트 스왈로즈의 오쿠무라 마사유키 스카우트는 "그에게 다시 마무리 보직을 주면 살아날 것이다"고 했다.

2008년 일본으로 건너간 임창용은 오쿠무라 스카우트의 예상대로 야쿠르트 마무리 보직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며 5년 간 통산 238경기서 128세이브를 기록했다.

야쿠르트에서 마무리로 성취감을 얻은 임창용은 3년째인 2010년 선발 전환을 원한 적이 있었다. 야쿠르트가 개막 이후 선발투수들의 잇단 부진으로 연패에 빠지자 스스로 선발 보직을 청한 것이다. 당시 통역을 맡았던 신중모씨는 "임창용은 아라키 투수코치에게 선발로 던지고 싶다고 강하게 어필했다. 결국 보직 변동은 없었는데 그때 임창용은 마무리 투수로서의 압박감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얘기도 했다"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팀 승리를 지켜야 하는 마무리는 보람이 있지만 압박감도 상당하다. 임창용은 메이저리그에서 삼성 라이온즈로 돌아온 2014년 연일 블론세이브를 기록하자 세리자와 유지 배터리코치에게 "현역에서 은퇴하겠다"는 말을 했을 정도다.

임창용은 지난달 29일 한화 이글스전에 선발등판해 6이닝 무실점 호투로 시즌 5승째를 따냈다. 그날 임창용의 투구를 영상으로 본 세리자와 전 코치는 "테이크백이 짧아졌고 좌타자 바깥쪽으로 던지는 직구 제구력이 아주 좋다. 나이가 들면 마무리보다 선발이 컨디션 조절하기 쉽다"고 말했다. 신중모씨는 "얼굴이 젊어졌다"며 임창용의 투구 모습을 보고 기뻐했다. 임창용은 "3할 타자가 리그에 30명이나 있는데 나는 잘하고 있는 거죠"라며 웃음을 지어보였다.

메이저리그 투수 최다 등판 기록은 제시 오로스코가 세운 1252경기다. 임창용이 등판할 때마다 보람을 찾으면서 향후 50세까지 매년 30경기 정도 던지면 오로스코의 기록을 넘길 수 있다. 임창용은 그런 기대감을 주는 투수다. <무로이 마사야 일본어판 한국프로야구 가이드북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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