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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이야기] 유강남에게 간 MVP 1표가 호잉에게로 갔다면?

김용 기자

입력 2018-07-15 10:13

수정 2018-07-15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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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강남에게 간 MVP 1표가 호잉에게로 갔다면?
14일 울산 문수야구장에서 2018 KBO 올스타전이 열렸다. 올스타전 우수타자상을 받은 호잉. 울산=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8.07.14/

유강남에게 간 1표가 제라드 호잉에게 갔다면?



2018 프로야구 올스타전은 10대6으로 나눔올스타(KIA, NC, 넥센, LG, 한화)가 드림올스타(두산, 롯데, SK, 삼성, KT)에 승리를 거뒀다. 선수들이 자동차 상품을 타기 위해 홈런 스윙으로만 일관해 재미없는 올스타전이라는 지적을 매년 받아왔는데, 올해는 모처럼 만에 흥미진진한 승부를 벌이며 별들의 축제라는 타이틀이 어울리는 경기가 만들어졌다. 선수들이 더운 날씨에 고생했다는 칭찬이 이어졌다.

뜨거운 경기만큼 최고의 별, MVP 투표 경쟁도 엄청났다. 나눔올스타의 승리를 이끈 김하성(넥센)과 호잉(한화)가 각축전을 벌였다. 총 52표의 기자단 투표 결과, 김하성이 26표를 받으며 25표를 획득한 호잉을 1표차로 제쳤다. 미스터 올스타 김하성은 약 3000만원 상당의 자동차를 선물로 받았다. 한국 생활 적응을 마쳐 자동차로 출퇴근을 하고 싶다던 호잉의 꿈은 아쉽게 이뤄지지 않았다.

홈런 2개, 4타점을 기록한 김하성도 충분히 MVP 수상 자격을 갖췄다. 하지만 호잉도 만만치 않았다. 호잉은 선제 홈런, 결승타의 주인공이었다. 홈런과 타점 기록이 김하성에 비해 조금 모자랐지만, 영양가로 따지면 훨씬 앞섰다.

여기서 아쉬운 건 52표 중 두 사람 말고 다른 선수에게 간 1표. 투표 결과 유강남(LG)에게 1표가 갔다. 유강남도 나눔올스타 선발 포수로 출전해 2회 투런홈런을 치는 등 활약했다. 평가자마다 활약을 보는 기준이 모두 다르기에, 유강남에게 표를 던진 기자의 의도를 폄하하고픈 마음은 없다. 하지만 홈런 외에 특별한 활약이 없었고, 포수의 볼배합이 특별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 올스타전임을 감안했을 때 5회초까지 뛰고 교체된 유강남이 표를 받은 것에 대한 공감을 얻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런 가운데 유강남에게 간 표가 만약 호잉에게 갔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그렇다면 26-26 동점. 역대 올스타전 MVP 투표에서 동점이 나온 사례는 단 한 번도 없었다. 이렇게 1표차 치열했던 접전이 벌어진 것도 전례에 없던 일. 규정상 동점자가 발생하면 공동수상이 아니라 재투표가 실시된다. 협찬을 받은 자동차 경품을 반으로 나눌 수도 없고, 급하게 1대 더 준비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이번 올스타전은 이 재투표 규정도 큰 의미가 없는 상황이었다. 재투표는 김하성과 호잉 외에 다른 여러명의 선수가 표를 나눠 받았을 경우, 그 다른 선수를 뽑았던 투표자들이 김하성과 호잉 중 1명에게 표를 던져 승부가 갈릴 수 있게 하는 것인데, 두 사람 외 나머지 선수들에게 표가 1표도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재투표를 할 경우, 먼저 찍었던 선수를 바꿔 선택하지 않는 한 계속해서 같은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물론, 결과론적인 얘기일 수 있다. 유강남에게 표를 던진 사람이 김하성을 찍었다면 더 확실하게 승부가 갈렸을 수도 있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했던 것 처럼 그 표가 호잉쪽으로 갔다면, 경기보다 더 재미있는 MVP 선정이 될 뻔 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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