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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크엔드 스토리]최근 5년간 FA 가성비 워스트 5-누가 어리석게 돈을 썼나

이원만 기자

입력 2017-11-09 16:46

수정 2017-11-10 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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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5년간 FA 가성비 워스트 5-누가 어리석게 돈을 썼나
두산 베어스와 SK 와이번스의 2017 KBO 리그 경기가 15일 잠실구장에서 열렸다. 7회말 SK 중견수 김강민이 두산 박건우의 깊은 타구를 호수비로 잡아내고 있다.
잠실=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7.09.15/


한국 프로야구에 FA(자유계약선수) 제도가 처음 시행된 건 1999시즌 스토브리그부터였다. 그 해 말, 총 5명(송진우 이강철 김동수 송유석 김정수)의 선수가 계약을 한 이후 18년이 흘렀다. 올해는 총 18명의 선수가 FA 신청서를 냈고, 그 가운데 문규현이 지난 8일 원 소속팀 롯데 자이언츠와 계약(2+1년, 총액 10억원)을 체결했다.



FA 시장이 지나치게 과열됐고, 그러면서 선수들의 몸값도 비현실적으로 상승했다는 지적은 이미 오래전부터 나왔다. 선수의 현재 및 미래 가치를 냉철히 평가하고 그를 기반으로 계약이 이뤄지는 게 아니라, 다른 구단과의 영입 경쟁 속에서 비합리적으로 몸값이 상승한 탓이다. 그나마 이렇게 영입한 선수가 기대 만큼의 성적을 내서 팀에 기여한다면 다행이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케이스도 상당히 많다. 이 부분에 대해 각 구단들이 냉정한 자기 반성을 했는 지는 의문이다. 누구도 책임지지 않았다.

스포츠조선은 최근 5년(2011~2015)간 FA 계약 선수 중 '가성비 워스트 5'를 선정했다. 계약 규모 대비 활약도를 근거로 삼았고, 지난해 계약 선수들은 아직 계약 후 한 시즌 밖에 치르지 않아 제외했다.

▶안지만(2014 스토브리그 삼성 라이온즈 계약, 4년 65억원)

사실 이전까지의 실력과 팀 기여도면에서 과도하게 비싼 계약이라고 할 순 없었다. FA 계약 첫 시즌인 2015년에도 66경기에 나와 4승3패37홀드, 평균자책점 3.33으로 필승조 역할을 했다. 그러나 문제는 야구장 밖에서 터졌다. 2015년 말 해외 원정 불법 도박 등 상습 도박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고, 2016년 시즌 중 혐의점이 드러나면서 선수 인생에 종지부를 찍었다.

결국 삼성은 지난해 7월 21일 안지만에 대해 KBO에 계약 해지를 요청했다. 31경기에 나와 2승5패5세이브5홀드, 평균자책점 5.79를 기록하던 시점. 삼성 구단의 잘못은 아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구단 FA 역사에 큰 오점이었다. 잔여 연봉과 계약금 반환 등에 관한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김강민(2014 스토브리그 SK 와이번스 계약, 4년 56억원)

SK 프랜차이즈 선수인 김강민은 일급 외야 수비능력과 강한 어깨에 수준급 타격 능력을 보유한 선수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플레이 특성상 부상이 많았다. 2002년 프로 데뷔 후 단 한 번도 전경기 출전을 하지 못했다. 그러나 2015년 만 33세가 되는 '내부 FA' 김강민에게 SK는 2014년 말 4년-56억원(옵션 4억원 포함)의 대형 계약을 안겼다.

하지만 김강민은 계약 이후 뚜렷한 성적 하락세를 보였다. 2015년에 96경기에 나와 타율 2할4푼6리에 그쳤다. 2016년에 115경기에서 타율 2할9푼6리 10홈런 47타점으로 잠시 회복기미를 보였지만, 연봉(6억원)을 생각하면 만족스럽지 못했다. 올해 다시 부진에 빠졌다. 88경기에서 타율 2할1푼9리, 18타점에 그쳤다. SK의 판단 미스다.

▶송은범(2014 스토브리그 한화 이글스 계약, 3년 34억원)

비합리적 FA 계약이 빚은 참사의 대표 사례다. 이미 송은범은 SK에서 KIA로 트레이드 된 2013년을 기점으로 급격한 기량 난조를 보였다. 사실 그는 이전까지도 커리어 내내 확실히 뛰어난 성적을 낸 적이 별로 없다. 2009~2010시즌이 전성기였는데, 2009년에는 12승으로 처음이자 마지막 두 자릿수 승리를 기록했고, 2010년에는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8승5패8홀드4세이브, 평균자책점 2.30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후 승수는 지속적으로 감소했고, 반대로 평균자책점은 계속 올랐다.

KIA 유니폼을 입은 2013년과 2014년에는 무려 7점대로 평균자책점이 치솟았다. 여러 기록 지표들이 송은범의 기량 퇴조를 뚜렷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화는 2014년 말 송은범에게 3년-34억원(옵션 4억원 포함)이나 줬다. 하지만 한화에 왔다고 해서 이미 하락세에 빠진 송은범이 갑자기 제2의 전성기를 맞을 리는 만무하다.

그는 한화에서 2015년부터 3년간 4승24패5세이브2홀드에 평균자책점 6.62를 마크했다. 옵션을 전부 빼도 송은범의 1승에 한화는 무려 7억5000만원을 쏟아 부은 꼴이다. 더 치명적인 사실이 숨어있다. 한화가 보상선수로 KIA에 내 준 선수가 바로 올해 한국시리즈에서 눈부신 호투를 보여준 국가대표 임기영이라는 점이다. 한화가 입은 내상은 너무나 컸다.

▶정상호(2015 스토브리그 LG 트윈스 계약, 4년 32억원)

전 소속팀 SK에서 정상호는 오랫동안 명포수 박경완의 백업에 머물러 있었다. 그러나 박경완 은퇴 후 SK의 안방을 든든히 책임지며 경험과 수비력, 투수 리드 등에서 리그 톱클래스의 포수로 평가받았다. 문제는 정상호가 SK 시절부터도 늘 부상을 달고 살았다는 것. 2009년 말에 고관절 수술을 받기도 했다. 타격 면에서도 그리 인상적이지 못했다. 2015시즌에 12홈런으로 개인 통산 세 번째 시즌 두 자릿수 홈런을 간신히 넘겼지만, 그해 타율은 2할5푼4리에 불과했다. 무엇보다 2016년은 그가 만 34세가 되는 해다. 그의 포지션은 체력 소모와 부상 위험이 많은 포수다.

LG는 정상호의 경험치를 원했다. 그러나 몸 상태를 간과했다. 아무리 경험이 풍부하고 뛰어난 실력을 지녔더라도 아파서 뛰지 못하면 말짱 도루묵이다. 정상호가 그랬다. 2016년 77경기, 2017년 79경기에 나왔을 뿐이다. 기대했던 홈런은 2년간 4개에 그쳤고, 같은 기간 타율도 겨우 2할2푼3리(269타수 60안타)였다. 오히려 SK가 보상선수로 데려간 최승준이 2년간 25홈런을 날렸다. 남은 계약기간 2년 동안 정상호의 몸상태가 얼마나 회복될 지 의문이다. 한 시즌에 최소 100경기 이상 출전할 수 있다면 LG는 투자 실패를 약간은 만회할 수 있을 것이다.

▶김동주(2011 스토브리그 두산 베어스 계약, 3년 32억원)

실패한 FA 사례이자 허무하게 몰락한 프랜차이즈 스타의 이야기다. 김동주는 사실 프로야구 레전드가 될 수도 있었다. 실력과 스타성 면에서 충분히 가능했다. 하지만 사생활 관리 실패와 부상, 질병, 지나친 스타 의식으로 인해 스스로 영광을 차버렸다. 2004년 연봉 협상 문제로 은퇴 소동을 빚는 등 야구 외적인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2011년 말 다시 FA 자격을 얻은 김동주는 긴 신경전 끝에 당해 FA 대상자 중 가장 늦게 원 소속팀 두산과 3년-32억원(인센티브 연간 2억원)에 계약했다. 하지만 잘못된 계약이었다. 2012시즌을 맞은 김동주는 66경기에서 2할9푼1리에 2홈런에 머물렀다. 시즌 후반기에 햄스트링 부상까지 입었다. 그리고 다시는 원래의 모습을 되찾지 못했다.

2013년에는 28경기에서 2할5푼6리 1홈런에 그쳤고, 5월 중순 이후 1군 무대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계약 마지막 해인 2014년에는 사실상 운동을 놨다. 결국 그 해 말 두산은 보류선수 명단에서 김동주를 제외했다. 두산은 이전까지 비교적 현명한 FA 계약을 체결해왔으나 김동주의 일탈을 미처 계산하지 못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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