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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당한 LG "황재균과 협상? 우리도 상식이 있다"

김용 기자

입력 2017-09-20 22:56

수정 2017-09-21 15:57

황당한 LG "황재균과 협상? 우리도 상식이 있다"
LG 트윈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2017 KBO 리그 경기가 12일 잠실구장에서 예정된 가운데 양팀 선수단이 훈련을 펼쳤다. 경기장을 찾은 황재균이 롯데 조원우 감독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잠실=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7.09.12/

"상식이라는 게 있지 않겠나."



LG 트윈스가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갖고 있는 내야수 황재균 영입 협상설에 대해 난처한 입장을 밝혔다. LG가 미국에서 돌아온 황재균을 영입하게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내용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귀국한 황재균이 지난 12일 LG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가 열린 잠실구장을 찾았는데, 단순히 롯데 전 동료들을 만나기 위한 것이었겠느냐는 소문도 나왔다.

황재균은 다른 예비 FA 선수들과 달리, 미국에서 돌아오면서 FA 자격을 취득했다. 지금 당장 구단과 새로운 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 따라서 구단이 황재균과 협상을 벌이는 건 불법이 아니다.

하지만 일에 순서가 있다. 아직 시즌이 끝나지 않았다. 지금은 5강 희망이 가물가물해졌지만, 황재균이 잠실을 찾았던 12일에는 LG에 정말 중요한 시기였다. 현장에서는 가을야구를 위해 온 힘을 다하고 있는데, 구단 프런트가 FA 영입을 위한 협상을 한다면 이는 현장을 무시하는 일이다. 이미 시즌을 포기했다고 선언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LG도 이를 모를리 없다. 송구홍 단장은 스포츠조선과 전화통화에서 "뭐라고 대꾸할 것도 없다. 우리도 상식이 있지 않겠나.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은 열심히 싸우고 있고, 아직 시즌이 끝나지도 않았다. 여기에 집중하기도 바쁜데, FA 영입을 위한 협상을 한다는 게 말이 되겠느냐"고 했다.

'12일 잠실에서 황재균과 만남이 있지 않았냐'는 질문에는 더욱 답답한 듯 자세하게 답했다. 송 단장은 "LG 라커가 원정 3루 덕아웃쪽과 연결돼 있다. 라커를 지나 선수단 식당을 지나면 구장 외부로 나갈 수 있는 3루쪽 문이 있다. 황재균이 3루 덕아웃에서 롯데 동료들과 인사를 나누고 그 문을 통해 외부로 나갔다. 그 때 식당에서 마주쳐 인사를 나눴다. 식사하는 코치, 선수들이 다 보고 있는데 내가 황재균에게 영입에 관한 얘기를 할 수나 있었겠나. 만약 만나고 싶었다면 외부 커피숍 등에서 비밀리에 만나지, 경기를 앞둔 현장에서 만나겠나"라고 했다. 송 단장은 '다른 장소에서라도, 잠깐이라도 만났거나 대화한 적이 정말 없느냐'고 재차 묻자 "절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송 단장이 아닌 다른 관계자가 황재균과 만나 입단에 대한 얘기를 나눴을 가능성이 있을까. 보통 이런 일은 운영파트에서 맡는다. LG는 송 단장이 단장직에 오른 이후 운영팀장이 공석이었다. 지난 1일부로 새로운 프런트가 운영팀장 업무를 대행으로 수행하고 있지만, 이 직원은 그동안 운영쪽 일을 오랫동안 하지 않았다. 새로운 일을 맡은 지 20일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황재균같은 거물 FA와 직접 협상을 나누긴 어렵다. 다시 말해 송 단장이 아니면 구체적인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없다. 송 단장은 "내가 모르는 만남이 있다고 한다면, 그 것도 상식 밖의 일이다"고 했다.

이런 상황이 발생하면 LG에게도, 황재균에게도 도움이 될 게 없다. LG가 진짜 황재균을 원해 시즌 종료 후 협상을 하고 싶어도, 사전에 이와 같은 구설에 오르면 그 기회마저 잃을 수 있다. 구단 고위층에서 이를 괘씸하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향후 LG가 황재균을 잡는다면 '그 때 그렇게 오리발을 내밀더니 협상을 다 했었네'라고 의심을 받을 수도 있다. 황재균도 경험 많은 프로 선수인데, 시즌이 끝나기도 전에 팀을 흔들 수 있는 행동을 할 의도는 결코 없었을 것이다. 황재균은 혹여나 구단들에 피해가 갈까 인터뷰도 고사하고 있다.

LG 김광환 홍보팀장은 "최근 공격력에 대한 지적이 많았고, 루이스 히메네스가 팀을 떠난 후 3루 포지션 공백도 있었기에 자연스럽게 거포 3루수 황재균에 대한 관심이 우리 팀과 연결되는 것 같다"며 "그런 시선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으나, 하지도 않은 협상을 했다고 하면 우리는 정말 뭐라고 할 말이 없다"며 답답함을 표시했다.

한 구단 단장과 FA 자격을 얻은 선수가 마주치면 인사도 할 수 없는 것인가. 동선이 겹쳐 마주쳤고 인사를 나눴는데 '만난 건 사실'이라교 표현하면 이는 팀 흔들기밖에 안된다. 만약, 송 단장이 거짓말을 하는 것이라면 규정상 불법은 아니어도 향후 크게 지탄을 받아야 하는 일이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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