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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직의 이틀밤, 충격과 공포의 반전 대서사시

김용 기자

입력 2017-06-28 23:36

사직의 이틀밤, 충격과 공포의 반전 대서사시


반전 영화의 대가 '유주얼 서스펙트'도 이보다 더할 수는 없었다. 이틀 연속 사직의 밤은 충격과 공포에 휩싸였다. 반전, 또 반전이었다.



27일부터 28일까지 1박2일 매치를 벌인 롯데 자이언츠와 LG 트윈스. 첫 날 끝장 승부의 승자는 롯데였다. 보통 이런 경기를 하면 다음날 경기는 선수들이 체력적으로도 힘들고 승부처에서 조금 더 각성하는 효과가 있어 비슷한 흐름으로 가기 힘들다. 하지만 '엘롯라시코'의 주인공 롯데와 LG라면 남들이 하지 못하는 걸 충분히 할 수 있었다.

롯데와 LG가 또 밤샘 야구를 할 뻔 했다. 이틀 연속 1박2일 매치를 하는 역사의 주인공들이 될 뻔 했다. 아쉽게도 경기 시간이 조금 모자라 그 역사는 만들지 못했지만, 그에 버금가는 혈전을 또다시 벌였다.

연장 12회를 꽉 채웠다. 이날은 승자를 가리지 못했다. 그 과정이 정말 기가 막혔다.

5회까지는 무난했다. 2-1 롯데의 리드. 여기까지는 정상 경기와 다름이 없었다. 그러나 6회부터 일이 터지고 말았다. LG가 6회초 5점을 뽑아내며 빅이닝을 만들었다. 어제 경기 주춤했던 '사직택' 박용택이 3타점 싹쓸이 2루타를 칠 때만 해도 '오늘은 LG가 쉽게 이기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 생각은 섣불렀다. 롯데가 거짓말같이 6회말 4득점 하며 동점을 만들었다. 양팀 모두 선발투수들이 흔들리며 투수 교체를 가져갔지만, 불펜 투수들이 어제와 마찬가지로 난조를 보이며 피의 싸움이 시작됐다.

그냥 치고박고 하면 모를까, 상상하기 힘든 장면들이 연달아 나왔다. 7회말 LG 외야수 이천웅의 어이없는 패대기 송구가 나오며 롯데가 달아났다. 그러자 LG가 8회초 패대기 송구를 한 이천웅이 보란 듯이 동점타를 만들었다. 지옥과 천당을 오간 이천웅의 활약에 양석환의 역전타까지 터졌다.

하지만 8회말 올해 홈런 3개에 그치던 신본기가 극적인 동점홈런을 때렸다. LG 필승조 김지용은 어제 경기 8회, 이날 경기도 8회 동점 홈런을 맞는 똑같은 모습을 연출했다.

롯데의 9회말 정규이닝 마지막 공격. 무사 1루 찬스서 4번 이대호가 병살을 쳤다. 그러나 롯데는 10회말 1사 후 LG 수비 달인 손주인의 실책으로 신본기가 출루하며 반전 드라마의 주인공이 되는 듯 했다. 손주인이 평범한 땅볼에 실책을 저지를 줄 몰랐다. 그런데 여기서 또 반전이 일어났다. 그 신본기가 견제사에 걸려 아웃이 됐다.

11회초에는 롯데가 죽다 살아나싸. 2사 1, 2루 위기서 유강남의 타구가 좌중간을 가르는 듯 했는데 김문호가 기적적인 수비로 그 공을 걷어냈다.

진짜 충격과 공포는 12회였다. 12회초 생각도 하지 못했던 안익훈이 1사 후 기적같은 솔로홈런을 때렸다. 자신의 프로 첫 홈런이 극적인 경기 결승포가 될 뻔 했다. 하지만 여기서 끝나면 역대 최강 반전 드라마 완성이라고 하기 뭐했다. 9회 병살로 찬물을 끼얹었던 이대호가 12회말 선두로 나와 윤지웅을 상대로 진짜 소름이 돋게 하는 동점 솔로포를 쳐냈다. 롯데는 강민호의 안타와 이우민의 희생번트로 1사 2루 찬스를 잡았지만, 2사 만루 손아섭이 삼진을 당하며 9-9 무승부. 4안타를 몰아친 손아섭의 안타가 마지막에 나오지 않았다.

이틀 연속 사직구장은 정말 대단했다. 야구에서 나올 수 있는 모든 상황들이 백화점 상품들처럼 쏟아져 나왔다. 투수-야수 막론하고 총출동. 두 팀의 출혈은 너무나도 컸다.

부산=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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