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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 실패, 흥행 성공' 2015 김성근호의 명과 암

이원만 기자

입력 2015-10-04 03:28

수정 2015-10-04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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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 실패, 흥행 성공' 2015 김성근호의 명과 암
2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15 프로야구 한화와 LG의 경기가 열렸다. 6대3으로 승리한 후 한화 김성근 감독이 관중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잠실=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un.com / 2015.10.02.

8년 만에 다시 창공으로 비상했다. 하지만 버틸 힘이 부족해 결국 다시 추락했다. 한화 이글스의 2015시즌은 희망에 부풀어올랐다가 아쉬움을 남긴 채 끝났다.



명과 암이 분명했던 시즌이다. 4년 만에 프로야구판에 돌아온 김성근 한화 감독은 독특한 자신만의 야구를 펼쳤다. 평가는 엇갈렸다. 모든 것을 쏟아붓는 투혼에 매료된 팬도 있었지만, 그 과정에서 사용된 과거의 방식들은 비난을 받았다.

그렇다면 김성근 감독과 한화의 2015시즌은 어떻게 평가될 수 있을까. 감독과 야구단의 한 시즌 성과는 팀 성적 그리고 흥행의 두 가지 측면에서 평가할 수 있다. '성적'에서는 실패했다. 반면 '흥행'은 성공했다. 성공과 실패가 극단적으로 교차했다.

▶순위 경쟁 실패, "감독이 모자랐다"

프로야구 감독은 '팀 성적'으로 평가받는 자리다. 한화는 최근 3년 연속 최하위에 머물던 팀이다. 한화가 지난해 말 팬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을 반영해 김 감독을 선임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성적 향상'에 있었다. 하지만 김 감독은 실패했다.

전반기까지는 김 감독의 마법이 통하는 듯 했다. 지난해 말 마무리캠프에 이어 스프링캠프에 이르는 동안 김 감독은 선수들을 혹독하게 조련했다. 완전한 성향 개선이 목표였다. 기술 뿐만이 아니라 야구에 대한 기본적인 마음가짐부터 뜯어고치겠다고 했다. 효과가 있어보였다. 한화는 시즌 초반부터 지난해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였다. 4월 중순까지는 7~8위에 머물며 힘겨운 시기를 보냈다. 그러나 4월말부터 뚜렷한 상승곡선을 그렸다. 5월1~2일에는 시즌 최고 순위인 3위까지 올랐다.

전반기 한화의 특징은 '뒷심'이었다. 박정진과 권 혁이 중심이 된 필승조의 힘을 앞세워 경기 막판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그 결과 전반기에 무려 27번의 역전승을 달성했다. 리그 최고 기록이다. 팬들은 이런 끈기와 투혼에 열광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후반기는 실망스러웠다. 이용규와 김경언 등 핵심 선수들의 부상도 큰 악재였지만, 역시 한화를 어렵게 만든 것은 전반기에 큰 힘이 됐던 필승조의 부진이었다. 권 혁과 박정진 그리고 윤규진의 구위는 7월 이후 눈에 띄게 무뎌졌다. 윤규진은 어깨 통증으로 8월18일에 사실상 시즌 아웃됐다. 박정진도 9월10일 대전 SK전을 마지막으로 시즌 종료때까지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다. 권 혁이 그나마 남아있었지만, 전반기의 강력함을 후반기에 보여주지 못했다. 이들에 대한 지나친 의존이 부메랑으로 돌아와 한화의 뒤통수를 친 결과다. 김 감독은 그간 '혹사'라는 지적을 정면으로 부정했지만, 결과가 '혹사'였다고 말하고 있다.

결국 한화는 시즌 최종전까지 이어진 '5강 전쟁'에서 패하고 말았다. 올시즌 성적은 68승76패(승률 0.472)다. 순위는 7위. 만약 KIA가 남은 3경기에서 모두 패한다면 6위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어차피 5강 와일드카드 획득이 좌절된 마당에 6위 또는 7위는 별로 의미가 없다.

'3년 연속 꼴찌였던 팀 치고는 잘 한 것 아닌가'라는 의견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한화가 전반기까지까지는 충분히 5강 이상 차지할 수 있는 힘을 보여줬었기에 실망감은 더욱 크다. 결국은 김 감독의 팀 운용 미스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김 감독 역시 이를 부정하지 않는다. 김 감독은 3일 시즌 최종전을 마친 뒤 "팬 여러분께 죄송하다. 더욱 잘 할 수 있었는데, 감독이 모자랐다"고 말했다.

▶흥행 폭발 한화, KBO 먹여살렸다

성적면에서는 실패했지만, 한화가 올해 가장 큰 화제를 만들며 KBO리그 전체의 흥행에 크게 기여한 것도 사실이다.

수치로 명확히 드러난다. 올해 한화는 홈에서 치른 72경기에서 총 21번의 관중 매진을 기록했다. 구단 사상 최고 숫자다. 그 덕분에 관중수도 지난해 47만5126명에서 38%나 증가한 65만7385명을 기록했다. 올해 처음 1군 리그에 참가한 kt 위즈를 제외한 8개 구단 중 최고 증가 수치다. 입장수익도 76억1398만3300원으로 전년도(52억6491만500원)에 비해 45% 늘어났다. 이 역시 9개 구단 중 최고 수치다.

홈관중과 입장 수익의 기록적인 증가. 올해 KBO리그가 역대 최대 관중 기록을 경신할 수 있던 데에는 한화의 힘을 빼놓을 수 없다. 이는 단순히 홈구장이 늘어났다는 것에만 그치지 않는다. 한화는 원정 경기에서도 관중을 끌어모았다. 결과적으로는 다른 모든 구단들의 홈관중과 입장 수익 증대에 기여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가장 큰 원동력은 아이러니하게도 김 감독의 독특한 캐릭터와 야구 스타일에서 비롯됐다. 김 감독의 일거수일투족과 말 한 마디 한 마디는 늘 화제의 중심이 됐다. 선수보다 감독이 더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비록 지나친 과부하에 따른 시즌 후반 선수들의 경기력 저하 문제를 드러냈지만, 시즌 초반부터 내내 이어 온 김 감독의 총력전 방침은 한화 팬들을 열광케했다.

지난 3년간 최하위의 수모에 지쳤던 한화 팬들은 김 감독의 강력한 승부욕에 자극받았다. 김 감독은 시즌 초반부터 "우리에게 버리는 경기란 없다. 매 경기 내일이 없다는 생각으로 한다. 지금 이렇게 하지 않으면 팀이 또 다시 가라앉을 수 있다"고 했다. 적어도 한화 팬들은 이런 감독의 방침에 공감했다. 덧없이 끝났지만, 오랫동안 '가을 잔치'에 대한 꿈을 꿀 수 있었다.

선수들의 개성강한 캐릭터와 이를 마케팅에 적극 활용한 한화 구단의 노력도 흥행에 크게 기여했다. 주장 김태균을 비롯해 정근우 이용규 조인성 김경언 등 팀의 간판 타자들과 권 혁 박정진 등 필승 불펜조 들은 스타성을 마음껏 뿜어냈다. '위암 수술'을 극복하고 기적처럼 그라운드로 돌아와 화려하게 비상한 정현석의 드라마같은 투혼도 팬들을 매료시켰다. 한화 구단은 올해 홈 구장을 보다 관중 친화적으로 리모델링해 '한화생명 이글스 파크'로 새단장했다. 이 또한 관중을 야구장으로 끌어모은 요소가 됐다.

분명히 한화 이글스는 지난시즌까지의 무기력했던 모습을 탈피했다. 마지막에는 실패했지만 오랜만에 성적 상승의 쾌감을 맛봤고, 그 덕분에 구름 관중을 몰고다녔다. 하지만 많은 논란을 만들어낸 김 감독 고유의 팀 운용 방법은 득보다 실이 많았다. 분명한 것은 김 감독의 방식이 이전처럼 확실한 성과를 만들어내지 못했다는 점이다. 새로운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다사다난했던 한화 이글스의 2015시즌은 이렇게 끝났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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