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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수상'대구장애인체육회,MZ 지도자 열정이 빚어낸 '장애인체육 맛집'

전영지 기자

입력 2021-12-27 17:24

수정 2021-12-28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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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수상'대구장애인체육회,MZ 지도자 열정이 빚어낸 '장애인체육 맛집'
대구시장애인체육회가 2021년 장애인생활체육 우수 사례 공모에서 단체 최우수상을 받았다. 지난 11월 성공리에 개최한 '비대면' 문체부장관배 전국어울림실내조정대회 모니터 앞에서 체육회 실무 직원들이 뿌듯한 미소와 함께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왼쪽부터 노동용 센터운영팀장, 김혜지 지도자, 안성호 체육진흥팀장, 이석진 생활체육 담당, 전주현 지도자.) 사진제공=대한장애인체육회

"피할 수 없으면 즐겨야죠! 위기는 기회니까요."



지난 16일 대한장애인체육회가 발표한 2021년 장애인 생활체육 우수사례 공모 결과, 대구시장애인체육회가 '생활체육의 패러다임을 바꿀 비대면 대회 사업'이라는 주제로 당당히 단체 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스포츠가 멈춰선 코로나 시대, 이들은 한시도 멈춰서지 않았다. 시간, 장소, 이동시간의 장벽을 넘어선 '비대면' 스포츠의 길을 적극적으로 열었다. 11월 문체부장관배 전국어울림실내조정대회엔 17개 시도 무려 1000여명의 장애인선수, 동호인들이 참가했다. '재미-잇는 천사들의 언택트 런투게더' 대회엔 대구서 502명, 미국서 502명이 나섰다. 비대면 어울림슐런대회, 비대면 장애학생 어울림실내조정경기 역시 성공적이었다. 26개소를 대상으로 한 비대면 온라인 대회에 대한 만족도는 9.2점에 달했다. '비대면' 스포츠의 길을 적극적으로 연 대구시장애인체육회는 '대면' 스포츠에도 강했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찾은 대구 수성구 대구장애인국민체육센터, 2019년 오픈한 4층 건물은 쾌적하고 안락했다. 발길 닿는 곳마다 배드민턴, 탁구, 보치아를 즐기는 장애인 스포츠 동호인들의 기운 찬 에너지가 넘쳤다.

▶코로나 블루 날린 일상속 스포츠

1층 체력단련실서 만난 조익주씨(25·지적장애)는 바벨과 씨름중이었다. "6개월 전 처음 왔을 땐 30㎏를 겨우 들었다"는 조씨는 60㎏이 넘는 바벨을 번쩍번쩍 들어올렸다. "내년엔 100㎏이 목표"라며 웃었다. "지적장애인들은 남과 비교하면서 자존감이 떨어지고 우울증 확률도 높다. 운동은 코로나 블루를 날리고, 활기차게 생활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했다. 일주일에 5번, 헬스 예찬론도 잊지 않았다. "헬스는 혼자 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 신경 안쓰고 자신에게 온전히 집중하는 시간이 참 좋다."

1층 끝 다용도3실에선 '김광식 선생님의 보치아 교실'이 한창이었다. '김광식 선생님'은 보치아 1세대, 1988년 서울패럴림픽 은메달리스트이자 전국 유일의 뇌병변 지도자다. "최초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기회를 주신 시체육회에 감사한다"고 했다. 그는 "뇌병변 중증장애인들이 할 수 있는 종목은 보치아뿐인데, 보치아는 여전히 비인기종목이다. 중증장애인을 위한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2019년 센터 오픈 후 3년째, '레전드'가 이끄는 보치아 교실은 인기 높다. 뇌병변 장애인들은 '선생님'을 보며 국가대표, 지도자의 꿈을 키운다. '선생님' 역시 "이 교실에서 대구를 빛낼 국가대표가 나오는 게 나의 가장 큰 꿈이자 희망"이라고 했다.

일주일에 5번, 하루 3~4시간 보치아에 빠져 있다는 '동호인' 김종원씨(54·뇌병변)는 빨간공, 파란공 투구에 몰입했다. 김씨는 "보치아를 시작한 지 1년 4개월 됐다. 집에서 처져 있었는데, 운동을 하면서 활동적으로 움직이게 됐고, 시간 활용도 좋아졌고, 많은 사람들도 알게 됐다"며 '운동 효능'을 설파했다. "보치아를 하면 집중력이 좋아지고, 삶도 즐거워진다"더니 "더 열심히 해서 언젠가 전국 대회에도 나가보는 것이 꿈"이라며 미소 지었다.

오후 4시가 되자 운동을 마친 동호인들이 셔틀버스 승차를 위해 센터 입구를 향했다. 휠체어 리프트가 설치된 특장 셔틀버스는 3억원을 호가한다. 박진한 운수담당(44)은 "오전 2회, 점심시간, 오후 2회 등 하루 5회 운행한다. 매일 40명 안팎의 장애인 동호인들이 특장차를 이용한다"고 했다. 주요 지하철역에서 센터까지 장애인들의 안락한 이동권을 보장하는 특장버스 덕분에 '장벽 없는' 행복한 운동이 가능하다.

▶체육회 임직원들의 진심, MZ세대 지도자들의 열정

흥하는 집안은 이유가 있다. 대구시장애인체육회엔 '좋은 시설, 좋은 지도자, 좋은 프로그램'이 있었다. 2007년부터 대구시장애인체육회서 일해온 안성호 체육진흥팀장(54)은 "코로나 때문에 스포츠를 멈춰선 안된다. 안된다고 포기하면 안된다."방역지침을 철저히 지키면서 어떻게든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 이들이 비대면 대회 사업에 적극 도전할 수 있었던 이유다. 안 팀장은 "17개 시도 경기장을 연결하고 네덜란드 타임팀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호응이 뜨거웠다. 1000여 명이 참가했다. 아시아권에서 이렇게 대규모 비대면 대회는 처음이었다"며 남다른 자부심을 전했다.

코로나 시대, 비대면 사업의 성공 뒤엔 스마트한 MZ세대 지도자들의 열정이 뒤따랐다. 28명의 지도자들이 센터내 탁구장에서 운동 영상을 직접 기획, 촬영, 편집한다. 노동용 센터운영팀장(44)은 "비대면 체력증진 교실, 필라테스, 펜싱, 재활스트레칭, 에어로빅, 발레요가, 뉴스포츠 등의 7개 종목 쌍방향 비대면 프로그램에 올 한해만 대구 시내 23개소 5000명이 넘는 남녀노소 장애인들이 참여했다"고 귀띔했다.

1992년생 지도자 전주현씨는 "비대면 프로그램을 처음 시작할 땐 아무것도 몰랐다. '화면만 보면서 지도가 될까' 했는데 해보니 되더라"며 웃었다. "동호인들을 현장서 만나면 'TV에 나오는 분'이라며 알아보더라"는 유쾌한 에피소드도 전했다.

이들은 위드코로나 시대의 비대면 스포츠가 코로나 이후에도 장애인 생활체육의 새 길이 될 것으로 확신했다. 시간, 장소 구애없이 언제 어디서나 자유롭게 운동할 수 있도록,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중이다. '1993년생 지도자' 김혜지씨는 "촬영하는 체육관이 작다 보니 종목 한계가 있다. 더 많은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는 넓은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 그러면 우린 더 잘할 수 있다"며 눈을 빛냈다. 전주현 지도자는 "복지관 등 일부 시설은 인터넷이 열악한 곳이 많다. 수업 중 끊김 현상이 없게끔 장애인 시설의 시스템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들은 "위기에서 기회를 찾았다"고 입을 모았다. 안 팀장은 "비대면 스포츠는 생각도 못했는데,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측면에서 장애인들에겐 새로운 길이 됐다. 먼 지역에 사는 장애인들은 지도자 파견이 힘들었는데 코로나 시대, 비대면 쌍방향 프로그램이 해답이 됐다"며 뿌듯해 했다.

대구시장애인체육회는 전국 최고, '최우수상' 소식에 반색했다. 안 팀장은 "상이란 건 노력에 대한 평가다. 팀원들과 대구시가 함께 기뻐할 일"이라며 활짝 웃었다. 비대면 대회 모니터 앞에서 환한 미소와 함께 한목소리로 파이팅을 외치는 이들. "우리에겐 장애인 동호인 1명이 비장애인 동호인 100명처럼 귀하다. 단 1명이라도 더 참여할 수 있도록 우리가 더 노력하겠다"는 믿음직한 약속이 귓가에 오래도록 남았다.

대구=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2021년 장애인체육 우수사례 수상자-단체

[통합체육우수교사(상장·해외연수)]

▶교육부장관상 1위=전남 생명과학고

▶교육부장관상 2위=서울 성베드로학교

▶대한장애인체육회장상=인천 길주초, 울산 동대초, 세종 도원초

[단체상]

▶최우수상(상금 400만원)=대구(생활체육의 패러다임을 바꾼 비대면 대회 사업)

▶우수상(상금 300만원)=인천(행복 에너지로 뛰면서 하나 되는 인·장·체 H·E·R·O)

▶장려상(상금 200만원)=충남(장애인생활체육 스포츠클럽 온라인 VR뮤지엄) 경기(비대면 온라인 장애인체육활동 프로그램 지원)

[지도자상]

▶최우수상(상금 200만원)=충남 곽다연

▶우수상(상금 100만원)=서울 염수인

▶장려상(상금 50만원)=광주 이규성, 인천 최현주 외 10명. 경북 박세솔, 전남 김유리, 세종 이남형, 부산 신경재 외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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