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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덕에 구사일생한 클린스만, 내일 새벽 사우디 또 잡고 이번엔 '승리의 미소' 짓나

윤진만 기자

입력 2024-01-30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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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덕에 구사일생한 클린스만, 내일 새벽 사우디 또 잡고 이번엔 '승…
연합뉴스

[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사우디아라비아 덕에 구사일생한 위르겐 클린스만 축구대표팀 감독이 4개월만에 다시 만난 사우디아라비아전에서 반등을 도모한다.



클린스만 감독은 31일 새벽 1시(한국시각)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어쩌면 자신의 운명을 가를 수 있는 사우디와 16강전을 펼친다.

대회 전까지 무실점 연승 행진을 질주하며 비판을 스스로 떨쳐냈던 클린스만 감독은 카타르아시안컵 조별리그 부진과 말레이시아전 미소로 다시금 비판의 도마 위에 올랐다.

축구대표팀은 역대 아시안컵 조별리그 최다인 6실점을 하는 불명예스러운 기록을 쓰며 가까스로 조 2위로 16강을 통과했다. 16강에서 D조 1위 일본을 피한 점은 호재이지만, 경기력 자체에 의문부호가 달린 건 불안감을 키우는 요소다.

더구나 황희찬(울버햄턴) 김진수(전북)를 시작으로 이기제(수원) 문선민(전북) 등이 줄줄이 크고 작은 부상을 당해 전력에 차질을 빚었다. 다수의 선수가 컨디션에 문제를 보이며 준비 과정에 대한 지적도 따른다.

김민재(바이에른뮌헨) 손흥민(토트넘)을 비롯해 총 8명이 경고 한 장을 받으며 경고 리스크까지 떠안은 채 사우디를 상대하게 된 점은 부담이다.

클린스만 감독은 그 와중에 '생뚱맞은 미소'로 논란을 키운 측면이 있다. 그는 지난 말레이시아와 조별리그 3차전에서 후반 추가시간 통한의 동점골을 내준 뒤 벤치에서 해맑은 미소를 지었다. 이날 경기는 3대3 무승부로 끝났다.

29일 사우디전 사전 기자회견에서 "불안하던 부분이 실점으로 이어져서 그런 웃음이 나온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성난 국민 여론을 알고 있다면, 그런 미소가 쉽게 나올 수 없었을 터다. 보통 지도자들은 어처구니없이 실점을 했을 때, 기술지역으로 달려나가 선수들을 향해 호통을 치거나, 인상을 쓰거나, 고개를 떨군다.

반등의 발판이 필요한 시점에 만나는 사우디는 어쩌면 반가운 상대일지 모른다. 클린스만 감독은 지난해 9월 영국 뉴캐슬에서 열린 사우디와 A매치 친선경기에서 조규성(미트윌란)의 선제결승골로 1대0으로 승리한 기분 좋은 기억이 있다. 갓 부임한 로베르토 만치니 사우디 감독에게 '선방'을 날린 격이었다.

국내보다 해외에 머무는 시간이 더 많다는 '외유 논란', 방송, UEFA 자문위원 등 여러가지 일을 겸한다는 '투잡 논란', 여기에 A매치 5경기 연속 무승 부진이 이어지면서 강도 높은 비판을 받던 때였다. 사우디전에서 반등한 대표팀은 이후 바레인전까지 내리 7연승을 질주하며 상승세를 탔다. 2026년 북중미월드컵 예선 싱가포르전과 중국전에서 시원한 대승으로 클린스만호에 대한 우려를 떨쳐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아시안컵 본선에선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특히 피파랭킹 130위인 말레이시아와 비긴 건 한국 축구 역사에 길이 남을 오명이다.

반면, 사우디는 이번대회에 들어 가장 안정적인 전력을 뽐내고 있다. 한국이 조별리그에서 6골을 헌납할 때, 단 1골만을 내줬다. 그마저도 페널티 실점이었다. 알리 알 불라이히(알힐랄)를 중심으로 한 만치니식 스리백이 자리를 잡아간다는 평이다. 이번 경기는 한국의 창과 사우디의 방패로 요약할 수 있다.

한국이 조별리그 3경기에서 스스로 압박을 못 이겨냈다면, 사우디전에선 상대의 직접적인 거센 압박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는 이번대회에서 압박강도(PPDA, 8.4)가 한국(6.6) 다음으로 높은 팀이다. 상대팀이 자기진영 골문으로부터 40미터 밖으로 나오지 못한 채 3회 이하의 패스로 끝나게 하는 과정인 '압박 시퀀스'(77회)와 상대 골문으로부터 40미터 이내 지역에서 오픈 플레이 상황에서 공 소유권을 획득하는 '하이 턴오버'(51회) 모두 1위를 달린다. 한국이 조별리그에서 경험해보지 못한 전방 압박이 가해질 거란 뜻이다.

클린스만 감독이 '승리의 미소'를 짓기 위해선 지난 3경기와 같은 뻔한 패턴의 빌드업과 공격 전술론 사우디를 넘기 힘들지 모른다. 지난 카타르월드컵 최대 이변 경기인 아르헨티나전에서 골을 넣은 살레 알셰흐리(알힐랄)를 앞세운 상대의 빠른 역습에 대한 대비책도 마련해놔야 한다. 지난 5일간 클린스만 감독은 과연 묘수를 찾았을까.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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