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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인터뷰]"멜로 또 할 수 있겠죠?"…'사랑한다고 말해줘' 정우성, 역시 멜로장인(종합)

정빛 기자

입력 2024-01-17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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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로 또 할 수 있겠죠?"…'사랑한다고 말해줘' 정우성, 역시 멜로장인…
사진 제공=스튜지오지니, 스튜디오앤뉴

[스포츠조선 정빛 기자] '멜로 장인' 정우성이 버무려준 '멜로의 맛'은 역시나였다.



지난 16일 종영한 지니TV '사랑한다고 말해줘'는 손으로 말하는 화가 차진우(정우성)와 마음으로 듣는 배우 정모은(신현빈)의 소리 없는 사랑을 다룬 클래식 멜로다. 특히 정우성이 11년 만에 멜로 장르로 돌아와, 많은 시청자의 반가움을 산 바다.

"드라마를 일부러 피한 것은 아니었다. 늘 하고 싶었는데, 영화 일정도 잡히고 물리적 시간 여력이 안 되다 보니, 기회를 볼 수밖에 없었다. 드라마 장르가 가지고 있는 정서의 아름다움이 있는 것 같다. 촬영을 하면서도 느꼈는데, 영화는 아무래도 꾸며지고 갖춰진 지역을 찾아가는데, 일상을 담을 수 있는 인물을 드라마로 볼 때 연기하는 사람으로 막연한 부러움이 있었다. 그런 것을 촬영하면서 새삼스럽게 맛보고 좋았던 시간이다."

청각 장애를 가진 차진우를 만들기 위해 정우성은 수어 연기와 더불어, 눈빛과 표정을 언어 삼아 사랑을 속삭이는 연기를 했다. "캐릭터 준비 중 아무래도 가장 어려운 것은 수어였다. 수어도 하나의 언어니까 어렵더라. 영어도 영어 연기할 때 네이티브가 아니니 어렵지 않느냐. 수어에 대한 부담감이 있었다. 수어를 사용하다 보면, 표현을 전달하기 위해 얼굴 표정을 많이 써야 하는데, 그 감정 표현을 얼마만큼 해야 할지가 고민이었다. 그리고 수어는 어순이 다르다. 초반에는 대면 수업도 했는데, 촬영이 진행되면서 수어 대본은 영상으로 따로 보내주셨다. 처음에는 직관적 표현이니 재밌고 쉽게 다가갔는데, 방향이나 위치에 따라 전혀 다른 뜻이 되더라. 배우면 배울수록 복잡하고 어려워지더라."

차진우의 고요한 세상은 내레이션으로 대변하기도 했다. 정우성은 내레이션에 신경 쓴 부분으로 "대본 리딩할 때 내레이션 목소리 잡기가 힘들더라. 차진우 음성으로 내 가슴을 크게 쳤던 부분을 시청자에게 그대로 전달하고 싶었는데 그게 불안하기도 했다. 촬영하면서 자신감이 생겼는데, 후반부로 가면서 감기 걸린 상황에 목소리를 내다 보니 조금 두꺼워진 느낌이 든 것 같다"고 짚었다.

'사랑한다고 말해줘'는 1995년 아시아 전역에서 메가 히트를 기록한 일본 TV 드라마를 원작으로 한다. 사실 정우성은 13년 전 '사랑한다고 말해줘'를 접하고, 리메이크 판권을 구매할 만큼 작품에 큰 흥미를 느꼈다. "13년 전에 만들고 싶었던 드라마인데, 그때는 3화부터 목소리를 넣으면 어떠냐고 하더라. 근데 주제에서 어긋났다고 생각했다. 이 소재를 드라마하기에는 아직 환경적으로 받쳐주지 못하나구나하고 접었다. 그러고 시간이 지나다 보니, 이런 장르에 대한 관심을 가져줘서 제작을 하게 됐다. 그러다 보니, 주인공 나이가 자연스럽게 올라갔다(웃음). 그런데 최초 인연을 맺을 때, 정우성이기 때문에 허락한다는 절대적 조건이 있어서 조금 조바심이 나기는 했다."

청각 장애라는 쉽지 않은 캐릭터를 연기한 것에 시청자 반응도 돌이켰다. 정우성은 "표정이라는 것이 되게 웃긴 게, 바라보는 감정을 표정으로 읽게 된다. 쓸쓸하다 하면 쓸쓸해 보이는 것이다. 차진우 내면의 감정을 될 수 있으면 무채색으로 보이려고 했다. 바라보시는 각자의 표정으로 읽혔으면 했다. 그런 것을 캐치해주시고 봐주신 것 같다"고 밝혔다.

신현빈과의 멜로 호흡도 눈길을 끈 부분이다. "신현빈도 이렇게 많은 회의를 한 작품은 처음이었을 것 같다. 대본 나오면 감독님과 함께 대본 회의를 많이 했다. 모은이가 솔직하게 다가갈 수 있는 이유와 그 저변의 마음이 뭔지에 대해 같이 말하고 그랬다. 또 음성 언어로 실리는 감정의 온도와 감도는 용이하지만, 신현빈은 음성 언어를 할 수 있는데, 음성 언어를 못하는 사람의 리액션을 소리로 받아쳐야 하니 그게 난관이고 도전이었을 것 같다."

차진우와 정모은의 사랑에 대해서는 "사랑 감성에 이성적인 생각도 개입시키고, 감정만 쫓지 않은 것 같다. 나를 둘러싼 여러 감정이 이성적인 고민도 내포하고 있어, 자기감정에만 충실하지 않으려고 한 것이 다른 것 같다. 이성적인 남녀로서 알콩달콩한 사랑보다는 인간대 인간 관계인 것 같다. 사람들이 감정 정리에 서툰데, 각자 입장이 달랐을 뿐이고, 각자 입장을 이해하고 존중해 줘야 하는 것 아닐까 한다"고 내다봤다.

이어 "또 차진우를 보는 사람들은 '얼마나 불편할까'하고 연민을 느끼는데, 근데 그 역시도 인간이기 때문에 '내가 갖고 있는 걸 저 사람은 못 누리고 있네'라고 상대적으로 느낄 수도 있다고 본다. 그래서 차진우는 정모은에게 미안함과 다른 감정이 들었을 것 같다. '감내하지 않아도 되는 걸 굳이 감내하겠다니 고맙고 앞으로도 감내해 줘야 해'라고 얘기할 수는 없고, 스스로가 선택했기 때문에 존중하고, 어느 순간 모은이 '여기까지인 것 같아'라는 것도 존중하고 마음의 준비를 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멜로물에 대한 견해도 밝혔다. "멜로 또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웃은 정우성은 "사실 자극적 소재에 대한 반감을 가지고 '순수 감정만 가지는 관계를 얘기하는 멜로가 필요해'라는 사명감으로 한 것은 아니다. 근데 예전부터 그런 것은 있었다. 대중 심리를 이용해 천편일률적인 신데렐라 콤플렉스 멜로가 많지 않느냐. 그런데 일상에 관계가 갖는 소중함이 너무 많다. 하루는 신호등 건널목에 섰는데, 한 중년 커플이 윤택한 상황은 아닌 것 같은데 신호등 건너면서 손을 꽉 잡은 모습을 봤다. '신뢰가 있구나'라며 뭉클함이 있더라. 그런 여러 가지 아름다운 모습이 삶에 존재하는 것 같다. 차진우가 그 모습 중에서도 보였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시청자들에게 "호응해 주시는 분들께 감사하고, 드라마가 세상에 나올만한 충분한 이유에 대해 공감해 주셔서 감사하다. 이게 사실은 그냥 흘러볼 수 없는 드라마인데, 이 드라마를 여유를 가지고 보기에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앞으로도 찾아봐 주시는 분들이 많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전했다.

정빛 기자 rightligh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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