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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인터뷰] "소도 때려잡을 비주얼, 이번엔 몸으로 웃겨"…'시민덕희' 라미란 아니면 안 돼(종합)

조지영 기자

입력 2024-01-16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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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도 때려잡을 비주얼, 이번엔 몸으로 웃겨"…'시민덕희' 라미란 아니…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배우 라미란(49)이 소시민 히어로로 돌아왔다.



범죄 수사 영화 '시민덕희'(박영주 감독, 씨제스스튜디오·페이지원필름 제작)에서 생활력 만렙인 소시민 덕희를 연기한 라미란. 그가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스포츠조선과 만나 '시민덕희'의 출연 계기부터 작품을 향한 애정과 열정을 털어놨다.

'시민덕희'는 보이스피싱을 당한 평범한 시민에게 사기 친 조직원의 구조 요청이 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점차 치밀해지는 수법으로 많은 시민들을 위협하고 있는보이스피싱 범죄를 소재로 한 범죄물로 2016년 경기도 화성시 세탁소 주인 김성자 씨가 보이스피싱 총책 및 조직 전체를 붙잡은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특히 '시민덕희'는 20여년의 시간 동안 단역부터 조연, 주연 한 계단씩 올라가 대중으로부터 '믿고 보는 배우'로 자리매김한 라미란이 타이틀롤을 맡아 코미디부터 휴먼, 액션까지 연기 대잔치를 펼쳐 눈길을 끈다. 평생 모든 돈을 보이스피싱 사기로 인해 잃어버리고 절망에 빠지지만 이내 '덕벤져스' 봉림(염혜란), 숙자(장윤주), 애림(안은진), 그리고 덕희에게 황당한 구조 요청을 보낸 보이스피싱범 재민(공명)과 함께 경찰 못지않게 수사망을 좁혀나가며 잃어버린 돈을 되찾기 위해 두 팔을 걷는 소시민 히어로로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날 라미란은 "이야기 자체를 듣고 너무 하고 싶었다. 늘 맡아왔던 평범한 이웃이지 않나? 그런데 평범한 인물이 대단한 일을 해냈다. 실제 나라면 덕희처럼 못 할 것 같았다. 이런 사건을 마주하고 무언가를 해낸다는 게 존경스럽더라. 이런 특별한 일을 가진 사람이 많지 않은데 그래서 더 해보고 싶었다. 나 아닌 다른 사람이 하면 이상할 것 같았다. 너무 나와 잘 어울릴 것 같았다. 다른 배우도 덕희 캐릭터를 떠올리며 상상을 해봤는데 내가 제일 나은 것 같다"고 자신했다.

그는 "작품을 제의 받고 실화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시나리오를 읽었지만 '중국까지 가서 잡았다고?'라며 많이 놀랐다. 물론 실제 사건은 중국까지 간 건 아니라고 하지만 제보를 받고 경찰과 협조해 총책을 잡았다고 하더라. 실화인데 정말 말도 안 되는 이야기이지 않았나. 그래도 시사회 때 실존 인물 김성자 씨가 영화를 보러 왔는데 정말 강단이 있더라. 지금도 그때 이야기를 하면서 너무 억울해하더라. 아무래도 영화니까 실제와 다른 부분이 있는데 그 장면을 보며 불편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걱정하기도 했다. 다행히 재미있게 보셨다고 하더라"고 웃었다.

코미디 보다 범죄 수사 장르에 초점을 맞춘 대목도 남다른 소신이 있었다. 라미란은 "사실 나는 '정직한 후보' 빼고는 코미디라고 생각하며 연기한 작품이 없다. 상황이 웃픈 경우는 있지만 웃음을 유발해야 한다는 작품은 없었다. 재미있는 것은 다른 분들이 많이 해주시니까 이번엔 진지하게 임하려고 했다. 대신 이번 작품에서는 몸으로 많이 웃겨드린 것 같다. 살을 못 뺐다. 소도 때려잡을 몸으로 나왔으니 몸으로 웃겨드린 게 아닌가? 그 부분이 많이 신경 쓰인다. 그 당시 실존 인물 김성자 씨의 뉴스를 봤는데 너무 마르셨더라. 조금 따라가려고 했는데 다이어트를 장렬하게 실패했다"며 "다이어트 의지는 항상 있다. 다른 작품을 할 때도 그렇다. 인물 자체가 통통한 캐릭터는 거의 없다. 코미디를 몸으로 표현해야 할 때도 있지만 코미디라서 몸집 있는 모습으로 나와야 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시민덕희'에서는 내 몸 때문에 예상치 못하게 웃겨 보일까 걱정하긴 했다. 유독 세탁소 티셔츠가 좀 더 부해 보이더라"고 한숨을 쉬었다.

그는 "개인적으로는 코미디에 강한 배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코미디 연기를 좋아해 주는 대중들도 이제 나를 보면서 '코미디로는 볼 거 다 봤다'라는 느낌이 들 것 같다. 코미디에 대한 기대가 있다면 앞으로 좀 더 분발하겠다"고 웃었다.

이어 "때로는 시청자가 원하는 모습이 아닌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욕망이 있다. 캐스팅되는 입장으로 내가 늘 원하는 작품만 할 수 없지만 그럼에도 나름의 선택을 하고 집중을 하려고 한다. 코미디가 아닌 작품도 많이 했지만 아직 대중은 코미디 장르를 더 좋아해주는 것 같은데 그 기대를 깨고 싶은 마음도 있다"며 "내 나름대로 장르를 많이 섞고 있다. 올해 방영 예정인 tvN '텐트 밖은 유럽-남프랑스 편'도 그렇고 JTBC '나쁜엄마'도 그렇다. 사실 '나쁜엄마' 방송 때 '텐트 밖은 유럽'이 방영될 예정이었는데 너무 온도 차가 있어서 미뤄졌다. 그만큼 계속 나를 환기시키려고 노력했다. 대중은 잘 되는 것만 보고 드러나는 것만 보이니까 늘 같은 느낌으로 보일 수 있다. 그래도 너무 안 보이면 잊힐 수 있다. 나라는 사람이 있다는 걸 대중이 잊을까 봐 두렵다. 2021년 제41회 청룡영화상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았는데 그것도 벌써 받은 지 몇 년 됐다. 내 존재감 자체를 잃고 싶지 않다. 몇 년에 한 번씩 좋은 작품을 하는 분도 있는데 그게 정말 쉽지 않더라. 지금도 다음 작품이 없으면 불안하다"고 고백했다.

라미란은 "지금도 다음 작품에 대한 불안감이 있지만 그래도 나는 정말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큰 행운이 왔고 그 행운을 잘 잡았구나 싶다. 이렇게까지 될 줄 몰랐는데 생각보다 너무 잘 된 것 같다. 이 행복이 얼마나 갈지 모르겠지만 그 상황을 즐기려고 하고 흔들리지 않는 마음을 가지려고 한다. 너무 많이 나와서 노출돼 지겨울 수 있고 대중에게 읽혀 재미가 없어질 수도 있다. 그래도 대중에 나를 보며 '왜 또 나왔어'라는 반응보다 안정감과 편안함을 주는 반가운 배우가 되고 싶다"고 답했다.

'시민덕희'는 라미란, 공명, 염혜란, 박병은, 장윤주, 이무생, 안은진 등이 출연했고 신예 박영주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오는 24일 개봉한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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