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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문소리 언니 수상, 내 수상보다 기뻐"…김선영, '세자매'가 선사한 완벽한 2021년(청룡영화상)

조지영 기자

입력 2021-12-23 13:24

수정 2021-12-31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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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소리 언니 수상, 내 수상보다 기뻐"…김선영, '세자매'가 선사한 …
제42회 청룡영화상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배우 김선영이 15일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1.12.15/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올해 최고의 신 스틸러의 탄생이다. 배우 김선영(45)이 온 마음과 진심을 쏟아부은 인생작, 인생 캐릭터로 최고의 황금기를 맞이했다.



김선영은 1995년 연극 '연극이 끝난 후에'로 무대에 뛰어들어 2005년 영화 '잠복근무'(05, 박광춘 감독)로 스크린에 데뷔한 베테랑 배우다. 올해 영화 데뷔 16년 차, 연기 내공 26년 차를 맞은 그는 남편이자 영화 동지인 이승원 감독의 세 번째 장편 휴먼 영화 '세자매'(영화사 업 제작)에 출연해 연기 전환점을 맞았다.

'세자매'는 겉으로는 전혀 문제없어 보이는 가식덩어리, 소심덩어리, 골칫덩어리인 세 자매가 말할 수 없었던 기억의 매듭을 풀며 폭발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 평범할 수 있는 가족의 이야기를 날카롭고 섬세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특별하게 그려낸 '세자매'는 지난달 열린 제42회 청룡영화상에서 여우주연상(문소리)과 여우조연상(김선영) 2관왕을 거머쥐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특히 김선영은 '세자매'에서 괜찮은 척하는 소심덩어리 첫째 희숙으로 변신, 어렸을 때 겪은 고통과 상처를 내면에 숨기며 나무랄 데 없는 가정주부로 가식의 가면을 쓴 첫째로 열연을 펼쳐 눈길을 끌었다. 특유의 섬세하고 디테일한 현실 연기로 관객의 몰입도를 끌어올렸다. 앞서 제39회 청룡영화상에서 '허스토리'(18, 민규동 감독)를 통해 여우조연상 후보로 이름을 올린 김선영은 올해 청룡에서 두 번째 여우조연상에 도전해 수상을 꿰차며 명실상부 충무로 최고의 '신 스틸러'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올해 김선영은 청룡영화상 여우조연상뿐만 아니라 제57회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여자 조연상, 제30회 부일영화상 여우조연상, 제41회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여우조연상, 제8회 한국영화제작가협회상 여우조연상, 제22회 부산영화평론가협회상 여자연기자상까지 '세자매'로 무려 6개의 트로피를 휩쓸었다.

김선영은 "이게 무슨 일인가 싶다. 여기저기서 상을 다 주셨다. 그런데 청룡영화상은 연기 인생 첫 수상이다. 내겐 청룡영화상은 높은 벽과 같았다. 사실 나는 연극배우 출신으로 영화를 생각보다 많이 하지 못했다. 운이 좋아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로 대중에게 눈도장을 찍을 수 있었지만 영화계에서는 아직 신인이나 마찬가지다. 영화계에 발을 들인 지 얼마 안 된 신인이 큰 상을 받은 것 같아 한편으로는 민망하기도 하다. 오랫동안 영화를 한 영화인들이 나를 언짢게 생각할까 걱정도 된다"고 기쁨보다 걱정을 앞세웠다.

그는 "청룡영화상은 내게 말 그대로 대박이다. 내가 청룡영화상을 받았다니. 아직도 얼떨떨한 게 사실이다. 문소리, 설경구 등 기라성 같은 선배들 사이에서 내가 낄 수 있는 것조차도 믿어지지 않는다. 이 무대를 통해 더욱 다양한 작품과 캐릭터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으면 좋겠다"고 소박한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김선영에게 '세자매'는 특별한 작품 그 이상이었다. 그는 "'세자매'의 문소리, 장윤주, 그리고 나까지 우리 모두가 하나였다. 이런 현장은 내 평생 다시없을 행복한 현장이었다. '세자매'를 통해 소리 언니를 더 깊이 알게 됐고 어떻게 보면 내 스승이 되기도 했다. 수상 소감을 하면서도 울컥했던 이유가 상을 받아 좋아서 운 것보다는 촬영 때 생각이 많이 나서 눈물이 나더라. 내가 상을 욕심냈나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상을 욕심내서가 아니라 촬영의 추억 때문에 수상 때 눈물을 많이 흘렸다"고 곱씹었다.

리얼한 자매 케미의 문소리를 향한 마음도 특별했다. '세자매'는 김선영이 남편 이승원 감독의 작품에 직접 출연한 것도 화제였지만 이에 앞서 '충무로 퀸' 문소리가 시나리오에 매료돼 출연은 물론 직접 제작까지 도맡은 작품으로 많은 관심을 끌었다.

그는 "그동안 청룡영화상을 봤을 때 한 편의 작품에서 연기상 부분을 다 가져가는 경우가 많이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 전혀 수상을 예상 못했다. '설마 청룡까지? 아니겠지'라는 생각뿐이었다. 얼떨떨함의 연속이었던 것 같다. 그 당시 나와 남편 이승원 감독은 문소리 언니가 주연상을 받기를 손 모아 기원했다. ''세자매'는 문소리의 여우주연상으로 방점을 찍자'라는 다짐을 이승원 감독과 함께 했다. 그런데 조연상으로 내가 먼저 수상하게 돼 가슴이 철렁했다. 우리가 바랐던 그림은 이게 아닌데,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다행히 문소리 언니가 주연상을 수상해 가슴을 쓸어내렸다. 올해 청룡영화상에서 내가 수상한 순간보다 문소리 언니가 수상한 순간이 지금도 가장 기쁜 순간이다. 그래서 소리 언니가 수상할 때 더 많이 울었던 것 같다"고 머쓱하게 웃었다.

김선영은 영원한 영화 동지이자 소울메이트 이승원 감독에 대한 고마운 마음도 잊지 않았다. 김선영은 "남편이자 '세자매'의 연출자인 이승원 감독이 청룡영화상이 개최되기 직전에 발등을 크게 다쳤다. 그래서 참석을 못할 상황이었는데 그래도 우여곡절 참석을 하게 됐고 생각지도 못하게 '세자매'가 많은 상을 받게 돼 너무 기뻤다. 수상 소감을 할 때 객석에 앉은 남편과 눈이 마주쳤는데 순간 우리의 모습이 한 편의 영화 같다는 생각이 스치더라. 할리우드에서 보는 로맨스 영화 같았다. '세자매'는 굉장히 어렵게 촬영한 영화였다. 당시 코로나19가 막 창궐했던 시기라 영화 자체가 엎어지냐 마냐 고민이 많았던 시기였고 힘들게 촬영을 이어갔던 작품이었다. 다 같이 고생한 작품이 다시 청룡영화상에서 주목을 받을 수 있어 감사했다"고 답했다.

이어 "가족들에게 굉장히 자랑스러운 아내이자 배우, 그리고 엄마가 된 것 같다. 이승원 감독은 워낙 오래 지낸 사이이지 않나? 특히 요즘에는 이승원 감독이 나에 대해 배우로서 흔들리지 않는 확신이 생겼다는 걸 느낀다. 처음에는 부인이라서 확신을 더 가지려고 하나 싶기도 했지만 이제는 가족의 범위가 아닌 배우 대 감독으로 서로에게 신뢰가 쌓인 것 같다. 나 또한 남편 이승원이 아닌 감독 이승원이 굉장히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작품을 계속 구상하는 것도 신기하고 나를 신뢰해주는 부분에 대해서도 감사하게 생각한다. 서로에게 좋은 뮤즈가 된 것 같다. 서로 좋은 길로 가고 있는 것 같아 기쁘다. 다음 작품도 이승원 감독의 작품에 캐스팅되고 싶다. 낙하산 개념이 아니라 객관적으로 배우로서 이승원 감독의 작품 세계를 좋아한다"고 존경심을 드러냈다.

김선영은 여우조연상 수상뿐만 아니라 이날 청룡영화상을 축하하는 축하무대를 제대로 만끽하는 모습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무엇보다 오마이걸의 '돌핀' '던 던 댄스' 무대에서는 문소리와 함께 흥을 숨기지 못한 발재간을 보였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근엄한 상체와 그렇지 못한 하체'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많은 화제를 모았다.

이와 관련해 김선영은 "딸 예은이가 오마이걸을 정말 좋아한다. 집에서 오마이걸의 춤을 곧잘 따라 하고 나도 같이 출 때가 많았다. 청룡영화상에서 오마이걸이 축하무대로 등장했을 때 너무 반가웠다. 노래에 빠져 흥에 겨운 발을 숨기지 못했는데 그게 '근엄한 상체와 그렇지 못한 하체'로 화제가 됐다. 사실 마음은 더욱 흥을 표출하고 싶었는데 많이 억눌렀다. 홀리뱅 무대도 너무 좋았다. 사실 청룡영화상이 열리기 전날 딸 예은이가 '스트릿 우먼 파이터'에 나온 홀리뱅 무대를 다시보기했다. 요즘 예은이의 최애인데 남편이 청룡영화상에 홀리뱅이 나온다고 알려주니 너무 부러워했다. 우리 딸이 더 난리였다. 시상식 당일에도 '엄마 홀리뱅 보고 올게'라고 자랑하기도 했다. 딸은 엄마가 상을 받은 것보다 엄마가 홀리뱅의 무대를 직접 본 것을 부러워하더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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