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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리즈에 심판이 다른 콜을 한다면...' 근본적 해결책 필요, ABS 판정, 전광판에 띄워 모두 보게 하자[SC시선]

권인하 기자

입력 2024-04-14 18:27

수정 2024-04-15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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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리즈에 심판이 다른 콜을 한다면...' 근본적 해결책 필요, AB…
문승훈 주심과 이민호 심판 조장 등이 모여 의논하고 있는 장면. SBS스포츠 중계화면 캡쳐

[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귀를 의심했다. 심판들이 자신의 실수를 덮으려고 진실을 바꿨다. 심판이 모여서 거짓말을 모의했다.



심판이 ABS 조작 시도를 한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ABS에서 스트라이크라고 한 것을 제대로 듣지 못하고 볼이라고 하고 경기를 진행하다가 구단의 항의에 볼이라고 들었다고 거짓말을 했다. 그리고 심판조장이 거짓말을 부추기는 발언을 하는 것이 중계 방송을 통해 그대로 전파를 탔다.

14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삼성 라이온즈전. 상황은 NC가 1-0 앞선 3회말 2사 1루 이재현의 타석에서 벌어졌다.

볼카운트 1S에서 NC 선발 이재학이 2구째를 던졌을 때 1루주자 김지찬이 2루 도루를 시도했다. 원심은 아웃. 비디오 판독결과 세이프로 정정됐다.

볼 판정이 문제였다. 한복판 직구였는데 문승훈 주심이 스트라이크 콜을 하지 않았고 1B1S가 됐다.

이후 연속 볼 2개가 들어오고 스트라이크가 들어와 3B2S가 됐을 때 갑자기 NC 강인권 감독이 더그아웃을 박차고 나와 어필을 했다. NC 덕아웃에 비치된 태블릿 PC에는 2구째가 볼이 아닌 스트라이크로 표시돼 있었다는 주장. 3B2S가 아니라 2B2S에서 삼진이 됐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문제는 문승훈 주심이 2구째 공을 볼로 들었냐, 스트라이크로 들었느냐 여부였다. 태블릿 PC에는 분명히 스트라이크로 표시돼 있으니 만약에 문승훈 주심이 볼로 들었다면 이는 ABS가 오작동이 됐다는 의미였다.

4심이 모여 논란을 벌인 끝에 NC 측 어필을 기각했다. 이민호 심판팀장은 마이크를 잡고 "음성이 볼로 전달됐는데, ABS 모니터 확인상 스트라이크로 확인됐다. NC 측이 이 부분에 대해 어필했지만 규정상 다음 투구가 이뤄지기 전에 어필을 해야 했다는 점에서 어필시효가 지난 걸로 봐 (3B2S 풀카운트인 현 상황) 그대로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오작동은 인정하지만, 어필 유효시한이 지났기에 소급적용을 할 수 없다는 판정이었다.

그런데 중계 방송에 믿을 수 없는 장면이 잡혔다. 1루심이었던 이민호 심판 조장이 문승훈 주심에게 "음성은 분명히 볼로 인식했다고 들으세요. 아셨죠 이거는. 우리가 빠져… 그거는 이거밖에 없는 거예요. 음성은 볼이야"라고 말하는 장면이었다.

마치 심판이 자신들의 실수를 덮기 위해 거짓말로 말을 맞추는 것으로 의심할 만한 장면이 고스란히 생중계 됐다.

KBO도 심판진 판단에 대한 문제를 즉각 인지했다.

KBO 측은 우선 "ABS 상황실 근무자는 분명히 스트라이크 음성을 들었다고 보고했다"며 합의 판정에 의구심을 보였다.

이어 "ABS 모니터에 스트라이크로 찍힌 것이 심판에게 볼이라는 음성으로 나갈 확률은 0%"라고 확언하면서 "경기가 끝나는 대로 경위서를 제출받아 사실 확인을 할 예정이다. 만에 하나 (조작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중징계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문제를 징계로 해결한다고 해도 앞으로도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 결국 심판이 귀로 듣고 콜을 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주심과 3루심이 함께 듣기는 하지만 긴박한 상황이 발생하니 심판들도 인이어로 들리는 콜을 제대로 듣지 못할 수 있다. 3루심이 제대로 스트라이크를 들었을텐데 이번에 봤듯이 잘못된 콜을 고치지 못했다. ABS 상황실에 근무자가 스트라이크라고 들었지만 경기에 개입할 수 없었고, 더그아웃에 태블릿PC가 있었지만 다음 볼을 던지기 전까지 결과전송이 나타나지 않아 어필 시간 내에 고칠 수가 없었다. ABS의 콜을 주심이 제대로 듣지 못했을 때를 대비하는 이중장치들이 있었지만 적절한 시점에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 상황. 모두 사람이 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가끔씩 주심이 기계의 판정을 듣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해 3루심에 물어보는 경우도 있고, 인이어를 확인하는 일도 있다. 이런 일들 때문에 경기 시간이 늘어나기도 한다.

자칫 ABS의 콜을 제대로 듣지 못하는 사태가 플레이오프나 한국시리즈 등 큰 경기에서 일어나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다. 포스트시즌에서는 응원 소리가 평소보다 훨씬 크기 때문에 심판이 콜을 정확하게 못들을 가능성이 크고, 동시 상황이 발생할 경우 자칫 콜을 지나칠 수도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ABS의 결과를 전광판에서 곧바로 볼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볼카운트로 바로 표시하지 않고 공이 스트라이크 존을 통과했는지를 표시하는 칸을 별도로 만드는 것. 그러면 야구장에 있는 모든 사람이 눈으로 확인할 수 있으니 오판 가능성은 제로가 된다. 파울이나 안타, 아웃이 된 공이 볼이었는지 스트라이크였는지도 알 수 있으니 선수도 주심에게 자신이 치거나 헛스윙한 볼이 스트라이크였는지를 물을 필요가 없어 시간 단축도 된다. 물론 팬들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팬 서비스도 될 수 있다.

심판이 콜을 못 들었을 때 바로 볼 수 있기 때문에 그로 인한 경기 지연이나 잘못된 판정을 막을 수 있다. 장비가 잘못되더라도 당장 경기를 진행시킨 뒤 이닝 교대 때 장비를 교체하면 되니 경기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당장 ABS와 전광판에 연결이 안된다면 상황실에서 전광판에 표시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

동원가능한 모든 장치의 도움을 받아서라도 한순간 땅에 떨어진 신뢰를 되찾는 것이 급선무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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