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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8억 투자해 쌓은 전력...이대로 공멸? '멘붕' 딛고 움직이는 KIA의 선택은[SC초점]

박상경 기자

입력 2024-01-30 09:20

수정 2024-01-30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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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8억 투자해 쌓은 전력...이대로 공멸? '멘붕' 딛고 움직이는 KI…
◇스포츠조선DB

[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며칠 전까지만 해도 KIA 타이거즈는 '디펜딩챔피언' LG 트윈스를 무너뜨릴 수 있는 팀 중 하나로 꼽혔다.



투수진은 막강한 뎁스을 갖추고 있다. 선발진에 토종 3인방 양현종 이의리 윤영철이 버티고 있고, 메이저리그 경력을 갖춘 외국인 원투펀치 윌 크로우-제임스 네일도 올 시즌 선을 보인다. 불펜엔 3년 연속 20세이브를 달성한 정해영을 비롯해 임기영 장현식 전상현 최지민 이준영 등 필승조-추격조 구분 없이 활용할 수 있는 투수가 유형별로 있다. '투수왕국'이란 별명이 괜히 붙은 게 아니다. 타선에도 '나스타' 나성범을 비롯해 최형우 김선빈 박찬호 김도영 소크라테스 등 언제든 해결사 역할을 해줄 수 있는 타자들이 포진해 있다. 지난 시즌 후반기 9연승 과정에서 이런 투-타의 위력이 여실히 드러난 바 있다.

이런 KIA의 전력은 그냥 쌓아 올린 게 아니다. KIA가 3시즌 간 스토브리그에 투자한 금액은 338억원이다.

2022시즌을 앞두고 FA최대어 나성범을 6년 총액 150억원에 잡았다. 메이저리그 도전을 마치고 돌아온 양현종도 4년 총액 103억원 계약을 했다. 4월엔 포수 박동원을 데려오기 위해 키움에 현금 10억원과 선수 및 신인 드래프트 지명권을 내줬다. 박동원이 시즌 후 LG 이적을 결정하면서 FA보상금 6억2000만원과 김대유를 얻었다. 2022시즌 투자 총액은 256억8000만원이 되는 셈.

2023시즌 스토브리그를 조용히 넘겼던 KIA는 올 시즌을 앞두고 다시 지갑을 열었다. 내부 FA 김선빈과 3년 30억원, 고종욱과 2년 5억원에 사인했다. 포수 김태군과는 3년 총액 25억원의 비FA 다년계약을 했고, 최형우와도 1+1년 총액 22억원 계약을 했다. 총 82억원의 금액은 2022시즌을 앞두고 이뤄진 투자에 비해선 작다. 하지만 지난해 2차 드래프트에서 투수 이형범과 내야수 고명성을 얻었고, LG를 떠난 서건창과 1억2000만원에 계약하는 등 폭은 오히려 넓었다. 투수 코치 자리에 데이터 활용이 능하고 젊은 선수와 소통이 강점인 정재훈 이동걸 코치를 영입하는 보이지 않는 노력도 기울였다.

이런 KIA의 행보는 결국 'V12'라는 목표와 무관치 않다.

KIA에게 올 시즌은 나성범+양현종 영입을 시작으로 이뤄진 대규모 투자의 결실을 봐야 하는 시즌으로 여겨졌다. 김종국 전 감독의 계약 마지막해, 지난 2년간 5강 언저리를 맴돌며 얻은 경험과 투수 아카데미 육성 등 준비를 결합해 시너지를 내고자 했다.

그러나 김 전 감독의 충격적 퇴장으로 모든 게 원점으로 돌아갈 위기에 처했다.

출발점인 스프링캠프부터 문제다. 30일 47명의 선수가 1차 훈련지인 호주 캔버라로 출국하지만, 최종 결정권자인 감독 없이 코치들로만 캠프 일정을 소화하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선수-코치 모두 심적으로 동요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이뤄지는 훈련이 제대로 이뤄질지에 대한 걱정이 크다.

KIA는 새 감독 선임을 조속히 매듭짓겠단 입장을 드러냈다. 그러나 생각만큼 쉽지 않다. 직무정지 조치 이후 하루 만에 감독 경질을 발표했다. 올 시즌을 김 감독 체제로 끌고 가기 위해 구상을 마쳐놓고 전략 세미나까지 펼친 상황. '사령탑 교체'는 애초에 없던 시나리오다.

새 감독이 오더라도 현 상태에서 변화를 주기 어렵다는 것도 문제다. 새 사령탑은 대개 자신이 원하는 코치들을 모으는 소위 '사단'을 원하는 경우가 대부분. 그러나 KIA는 이미 스프링캠프를 시작했고, 시즌 개막까지 불과 한 달여의 시간이 남았을 뿐이다. 이 시간 동안 새로운 코치진이 선수들을 모두 파악하고 정상적으로 페넌트레이스에 돌입하는 건 불가능하다.

때문에 KIA가 한때 대행 체제로 올 시즌에 돌입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그러나 KIA 관계자는 "대행 체제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초유의 사태를 수습하고 팀이 설정한 상위권 도약, 대권 도전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선 확실한 리더십과 경험을 갖춘 지도자가 필요하다는 판단을 하는 눈치다.

김 전 감독 교체가 결정된 이튿날, 벌써부터 여러 지도자가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KIA가 급한 건 사실이지만, '초보 운전수'에게 운전대를 맡길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섣부른 선택이 더 큰 실패를 불러올 수 있다. 차기 감독 선임에 신중 또 신중해야 할 이유다.

당초 호주로 떠날 계획이었던 심재학 KIA 단장은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감독 선임 작업에 올인하고 있다. KIA가 과연 어떤 결론에 이를지 관심이 쏠린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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