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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 기간 2년 연봉 5억원" 무산 위기였던 김민식 계약, 어떻게 성사됐나[SC비하인드]

나유리 기자

입력 2024-01-16 15:40

수정 2024-01-16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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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 기간 2년 연봉 5억원" 무산 위기였던 김민식 계약, 어떻게 성사…
김민식. 스포츠조선DB

[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이대로 계약 가능성이 희미해진 것 아닐까 하는 우려를 씻었다. SSG 랜더스가 내부 FA 김민식과 2년 계약을 이끌어냈다.



SSG는 2023시즌이 끝난 후 베테랑 포수 이재원이 팀을 떠났다. 지난 몇년간 극심한 타격 부진과 성적 침체로 고심이 깊었던 이재원은 시즌이 끝난 후 구단에 방출을 요청했다. 당초 현역 은퇴 가능성까지 언급됐었던 이재원이지만, 새로운 팀에서 아직 남아있는 야구에 대한 열정을 키워보고 싶다는 선수 본인의 의지가 크게 작용했다. 그렇게 이재원이 팀을 떠났고, 최근 한화 이글스와 계약하며 현역 연장도 가능해졌다.

이제 SSG는 내부 포수진 교통 정리가 필요했다. 또다른 베테랑 포수 김민식은 FA고, 이흥련은 부상으로 인해 은퇴를 선언했다. 2차 드래프트에서 박대온(NC)과 신범수(KIA)까지 2명의 포수를 영입했지만, 김민식까지 잡지 않으면 남아있는 포수는 유망주 조형우와 박대온, 신범수 등 전부 젊은 선수들 뿐이었다.

SSG는 처음부터 "김민식이 필요하다. 잡으려고 노력하겠다"는 입장이었다. 이는 김민식도 다르지 않았다. 트레이드를 통해 KIA 타이거즈에 이적했다가 그곳에서 우승 포수 타이틀도 얻었지만, 다시 친정팀에 돌아와 또 우승을 경험했다. 이제 현역 인생 2막에 접어드는만큼 SSG에 잔류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양측의 공감대는 처음부터 형성돼 있었다.

다만 협상이 쉽지는 않았다. 구단이 정해놓은 내부 방침과 선수 측의 의견이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았다. 계약 규모나 조건을 두고 이야기들이 오갔지만,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과 다르게 협상은 더디게 진행됐다. 12월21일 구단이 최종안을 제시했고, 김민식측에서 답이 온 게 해를 넘긴 1월4일이었다. 결론이 나지 않자 구단이 대안을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김민식측에 "오버페이는 할 수 없다"는 입장만큼은 단호하게 전달했다.

김민식과의 FA 협상은 SSG가 지난주, 이지영을 깜작 영입하면서 대반전을 맞이했다. 지난 시즌까지 키움 히어로즈에서 활약한 이지영은 FA를 선언했지만, 연봉이 높아 FA 등급제 기준 'B등급'이었다. 30대 후반에 접어든 포수를 보상금에 보상 선수까지 내주면서 데리고 오기에는 부담이 컸다. 실제로 이지영 영입에 관심이 있는 타 구단이 있었다. SSG가 아닌 다른 구단이었다. 그런데 보상 선수까지 줘야 하고, 보상금도 적지는 않아서 망설이던 참이었다. 이지영에게는 족쇄가 됐다.

결국 키움 구단이 대승적인 차원에서 사인 앤드 트레이드 창구를 열어주면서 SSG와의 협상에도 진전이 생겼다. SSG 구단은 조용하게 이지영 영입을 추진했고, 성사가 됐다. SSG와 키움 구단은 지난 12일 현금 2억5000만원과 2024년도 신인 드래프트 3라운드 지명권이 포함된 사인 앤드 트레이드를 공식 발표했다. SSG 구단은 "포수진 보강과 투수진 안정화를 위해 이번 트레이드를 추진했다. 이지영은 통산 1270경기에 출장한 경험이 많은 포수고, 2013년 이후 매년 100경기 전후의 경기를 소화하는 등 내구성이 좋고 꾸준한 기량을 갖춘 선수"라면서 이지영 영입 배경을 밝혔다.

또 이지영이 지난해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대표팀에 양의지와 함께 승선했던만큼 안정감 있는 수비로 인정받고 있는 포수라는 사실에는 이견이 없다. SSG 구단은 "16년간 모범적인 선수 생활과 우수한 기량을 보유한 이지영이 구단의 투수진을 이끌어주고 젊은 포수진에게 좋은 멘토가 되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코멘트했다. 'FA 미아'가 될 수도 있는 위기에서 SSG로 전격 이적하며 현역 생활을 이어갈 수 있게 된 이지영도 "먼저 나의 가치를 인정해 준 SSG에 감사드리며, 고향인 인천에서 선수 생활을 하게 돼 뜻깊다. 나를 믿고 영입해 주신 만큼 올 시즌 SSG가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게 맡은 바에 최선을 다하겠다. 올시즌 팀 승리에 많이 기여해 팬들에게 사랑받는 선수가 되도록 노력하겠다. 마지막으로 많은 사랑을 보내주신 키움 히어로즈 팬 여러분께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밝혔다.

SSG가 이지영을 품으면서 포수진에도 확실한 베테랑 중심 축이 다시 생겼다. 이재원이 팀을 떠나면서 아쉬웠던 부분이다. 그런 부분을 이지영이 채워주면서, 김민식은 협상 최종장까지 가기도 전에 최대 고비를 맞았다. 그 과정에서 여러 이야기가 나왔고, 오해도 있었다. 억울한 부분도 분명히 있었다. 그러나 이미 일은 벌어졌고 이제 그 다음을 생각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김민식의 타팀 이적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지만 현실적으로 힘들었다. 포수 보강을 원하는 팀은 있어도 샐러리캡이나 FA 시장의 돌아가는 판국이 실제 영입으로 이어지기 쉽지 않았다. 부담과 출혈이 크기 때문이다. 결국 불리한 쪽은 선수가 될 수밖에 없었다.

김민식과의 협상 재계는 이지영 영입 후 최근 다시 빠르게 흘러갔다. SSG 구단도 김민식과 직접 연락해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나눴고, 이후 협상에 진전이 생겼다. 선수도 SSG에서 계속 뛰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고, 구단도 여전히 김민식이 필요하다는 점에 공감했다.

그리고 16일 결국 FA 계약서에 사인을 이끌어냈다. SSG 구단은 16일 오후 "포수 김민식과 2년 총액 5억원에 FA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조건은 매년 보장 연봉 4억원에, 합의에 따른 인센티브 1억원이다. 기존 계약 규모에서는 절반 이상 줄어들었다. SSG 구단은 내부에서 측정한 최종안에서 협의가 불발된 이후 이지영을 영입하면서, "김민식과의 협상 창구가 완전히 닫힌 것은 아니지만, 계약을 하게 될 경우 기존 제시액보다 많이 축소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혀왔다.

선수 입장에서는 아쉬움이 크게 남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김민식으로서는 2년 후 연봉 계약 혹은 이번 FA 기간 내에 좋은 성적을 내서 다음을 다시 노려봐야 한다. FA 계약은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다. 김민식은 계약 후 구단을 통해 "친정팀에서 계속 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 있어서 기쁘다. 팀 선후배와 함께 다시 한번 SSG가 정상에 오를 수 있도록 더욱 더 노력하는 선수가 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민식은 개인 통산 9시즌 동안 821경기에 출전해 타율 2할2푼7리 24홈런, 214타점, 도루저지율 0.285을 기록했다.

SSG 구단도, 김민식도 2024시즌 준비를 위한 숙제를 겨우 끝냈다. 김민식도 FA 계약을 마친 후 이제는 새 시즌에 맞춰 더 박차를 가하며 캠프 준비를 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SSG 구단은 이지영, 김민식과의 계약에 조형우, 박대온, 신범수로 이어지는 젊은 포수들까지. 새 시즌 치열한 안방 경쟁을 예고했다. 최대 약점으로 꼽혔던 SSG의 포수진이 리그 판도를 뒤흔들 새로운 변수가 될지도 모르겠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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