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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님' 하는 통화 소리에…" 독립리그 취업청탁 폭로 파문, 의혹 당사자 "프로구단 감독과는…"[직격인터뷰]

김용 기자

입력 2024-01-14 12:38

수정 2024-01-15 0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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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님' 하는 통화 소리에…" 독립리그 취업청탁 폭로 파문, 의혹 당사…
독립리그 구단 트라이아웃 현장. (기사 내용과 무관)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유혹에 넘어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야구계에 충격적인 소식이 터졌다.

KBO 구단 입단을 미끼로 한 독립구단 인사의 청탁 비리를 주장하는 폭로에 파문이 커지고 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최근 한 독립야구단 임원이 프로 구단 입장을 빌미로 선수와 선수 부모에게 돈을 갈취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모 독립구단 임원 A씨가 팀 소속 B선수 부모에게 수차례에 걸쳐 수천만원을 받았다는 것이다.

A씨는 KBO리그 C구단 감독과의 친분을 이용했다. 실제 친분이 있는 사이로 알려졌다. C구단에 입단시켜주겠다는 유혹을 했고, 이 대가로 돈을 건넸다고 주장했다. 총액이 6500만원에 달한다.

문제는 입단이 성사되지 않았고, 돈도 돌려 받지 못했다. 그러자 B선수 측이 A씨를 경찰과 KBO 클린베이스볼센터에 신고했다.

일단 C구단과 감독이 펄쩍 뛰었다.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분노했다.

오래 전에야 선수 입단 청탁 등이 있었다고 해도, 최근에는 보는 눈이 너무 많고 소문이 빨라 구단들이 위험한 행동을 할 수 없다는 게 야구 관계자들 얘기다. B선수 측도 이를 모를 리 없었다. 그런데 왜 돈을 건넸을까.

B선수, 그의 가족과 연락이 닿았다.

고교시절부터 타격 재능, 신체 조건이 좋아 유망주로 꼽혔다. 드래프트에서 지명을 받지는 못했지만, 대학 진학 전후로 수차례 프로구단 입단 테스트를 받았다. 하지만 마지막에 고배를 마셨다. 군대에 다녀온 후 독립구단에서 마지막 희망을 품고 실력을 키웠다. 프로에 대한 간절함이 큰 상황에서, 프로에 갈 수 있다는 유혹은 거부하기 힘들었다.

B선수 측은 "2022년에 갑자기 프로에 간 선수가 나왔는데, 돈을 써서 갈 수 있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실제 A씨가 선수들에게 모 구단은 얼마, 모 구단은 얼마가 필요하다는 얘기도 했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에는 C구단과의 친분을 이용했다고 했다.

B선수 측에 따르면 지난해 5월 한 대회 참가를 위해 숙식을 해결해야 하는데 서울 시내 특급호텔을 사용했다고 했다. 독립구단 예산으로는 쉽지 않은 일. 게다가 경기 장소도 서울이 아닌 경기도 성남이었다.

공교롭게도 그 당시 C구단이 서울 원정경기를 위해 같은 숙소에 머물고 있었다.

B선수 측은 이 호텔 숙박이 의도적이었을 거라 주장한다. B선수 측은 "그 때 A씨가 전화를 했다. 다 들리게 '형님(C구단 감독)'을 부르는 듯 한 소리로 친분을 과시했다. 믿을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한 번에 큰 금액을 준 건 아니고, 이런 일들이 있을 때마다 감독과의 자리 등을 이유로 돈을 요구했다고 한다.

B선수 측은 돈을 건넨 게 결론적으로 잘못된 일임은 분명하지만, 구단 발전을 위해 쓰는 돈이라 생각했고 자식의 간절함을 그냥 지나치기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이어 A씨가 청탁 외 전지훈련비 등도 부당하게 사용한 일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자신 외에도 십수명의 선수가 A씨에 돈을 건넸다고 했다. 다만, 이런저런 사정으로 인해 사건 전면에 나서는 걸 두려워하고 있다고 했다.

폭로된 의혹의 당사자 A씨 이야기도 들어봐야 했다.

A씨는 스포츠조선과의 통화에서 "곧 경찰에 출석한다. 일단 가장 먼저 힘든 환경에서 운동하는 독립구단 선수들과 KBO리그에 피해를 준 것 같아 죄송하다"고 말하며 "이번에 연관된 C구단 감독과 친분은 있지만, 이번에 알려진 일로 연락을 한 적도 없고 절대 문제될 일을 만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5월 서울 호텔에서의 일에 대한 걸 얘기하자 "C구단 감독을 다른 일로 따로 만난 일은 있었지만, 선수에 대한 얘기와 행동은 어떤 것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특급호텔을 사용한 이유에 대해서는 "성남 인근 숙소를 모두 알아봤지만, 마땅한 곳이 없었다. 사용 가능한 예산에서 숙박에 모든 투자를 한 경우"라고 설명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자세히 밝힐 것이다. 받은 돈은 모두 구단 운영비로 썼다. 구단에 가려면 얼마가 필요하다, 이런 얘기는 들리는 풍문들을 선수들에게 농담조로 얘기한 것 뿐이다. 전지훈련 문제도 선수들에게 다 동의를 구한 것이다. 개인적으로 쓴 돈은 없다. 벌 받을 게 있다면 받겠다. 그리고 B선수측과 합의도 시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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