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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 미아' 위기에서 극적 SSG행 '대반전' 주인공 "그저 야구가 너무 하고 싶었을 뿐입니다" [인터뷰]

김용 기자

입력 2024-01-14 00:17

수정 2024-01-14 0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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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 미아' 위기에서 극적 SSG행 '대반전' 주인공 "그저 야구가 너…
사진제공=SSG 랜더스

[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그저 야구가 너무 하고 싶었을 뿐이었습니다."



우여곡절 끝 현역 연장을 할 수 있게 된 베테랑 포수 이지영. 목소리에서는 안도감이 묻어났다. 그만큼 힘든 시간이었다. 하지만 결말은 해피엔딩. 수십억원을 받는 선수도 좋겠지만, 이지영도 그만큼 행복하지 않을까.

SSG 랜더스는 키움 히어로즈와 전격 사인앤드트레이드를 실시했다. 키움 소속이었던 FA 포수 이지영을 데려왔다. 원래 주전으로 뛰던 김민식과의 FA 협상이 잘 이뤄지지 않자, SSG는 이지영 카드로 전격 선회했다. 키움은 이지영을 잡을 마음이 없는 가운데, 전년도 연봉 5억원에 FA B등급인 이지영을 다른 팀도 쉽사리 데려가지 못했다.

하지만 이지영과 SSG의 마음이 통했다. 이지영은 SSG와 2년 총액 4억원에 일찌감치 합의를 마치고, 현금 2억5000만원과 내년 신인 3라운드 지명권이라는 SSG쪽 조건을 들고 키움을 찾아갔다. 키움도 이지영의 앞날을 터주기 위해 이 조건을 받아들었다. FA 보상금으로 따지면 50%, 그리고 보상선수보다 성공 가능성이 떨어지는 신인 지명권이지만 키움도 자신들을 위해 열심히 뛰어준 이지영에 대한 마지막 배려를 잊지 않았다.

38세 베테랑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기량 좋고, 사실 이지영은 국가대표 포수다. 당장 가장 최근 나이 제한 없는 대표팀이 치른 마지막 국제대회인 지난해 월드베이스볼클래식 대표였다. 이런 선수가 갈 곳 없어 방황한 자체가 아이러니컬하다. 이지영은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에서 "다른 건 둘째 치고, 계약 자체가 될까 안될까를 생각하니 정말 힘든 시간이었다"고 밝혔다.

똑같은 키움 소속이다 FA가 된 베테랑 투수 임창민도 삼성 라이온즈행을 택했다. 임창민은 그래도 비FA 다년계약 제시라도 받았다. 이지영은 이마저도 받지 못했다. 키움은 이지영과 계약할 마음이 전혀 없었던 것이다. 여러모로 불리한 이지영이 오직 '대박' 욕심에 FA 신청을 했다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지영은 그저 야구를 더 하기 위해 FA 신청을 했다. 그는 "야구를 더 하고 싶었을 뿐이다. 시합을 뛰고 싶었다. 지난 시즌 시합을 많이 못 뛰어 속상했다. 물론, FA 신청을 할 경우 내 보상 문제가 걸릴 거라는 걸 생각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하지만 다른 방법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SSG행도 살기 위한 몸부림 속, 어렵게 길이 열렸다. 이지영은 "1월 초에 얘기가 시작됐다. 내가 야구를 너무 더 하고 싶어서, 스스로든 에이전트를 통해서든 최선을 다해 구단들에 내 어필을 했다. 다행히 SSG에서 좋게 봐주셨다. 아직 야구를 끝낼 선수가 아니라고 해주셨고, 어린 선수들이 많으니 잘 이끌어달라는 말씀도 해주셨다"고 말했다.

계약 조건에서 그 의지가 드러난다. 이지영은 "금액 그런걸 따질 상황이 아니었다. 그래도 2년 계약이지만, 민경삼 사장님과 김재현 단장님이 2년이 끝이 아니라 야구 더 오래하자는 말씀을 해주셨다. 이 말씀이 너무 감사했다"고 밝혔다.

그래도 SSG는 이지영 입장에서 최선의 선택지가 될 수 있다. 다른 확고한 주전 포수들이 있는 팀과 비교해, SSG는 당장 이지영이 주전으로 입성한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다. SSG는 베테랑 이재원, 이흥련과 이별했다. 2차드래프트를 통해 박대온, 신범수를 데려왔고 유망주 조형우를 보유하고 있지만 경험 측면에서 이지영을 상대할 선수가 없다. 이지영은 이 부분에 대해 "경쟁은 어느 팀에서든 해야한다. 그래도 팀이 원하는 걸 충분히 이해는 했다. 경쟁 속에 어린 선수들의 업그레이드를 돕는 것이다. 그 역할을 잘 해보겠다"고 말했다.

이지영은 여전히 풀타임을 소화할 자신이 있느냐는 질문에 "나는 몸이 아픈 스타일이 아니다"라고 말하며 웃었다.

키움에서 첫 FA 계약도 하고, 나름의 전성기를 보냈다. 하지만 마지막 이별 과정은 선수 입장에서 충분히 아쉬울 수 있었다. 프로의 세계가 냉정한 곳이라고 하지만, 키움이 이지영과 이별하는 과정은 너무 빨랐고 차가웠다. 이지영은 "솔직히 선수로서 많이 아쉬웠다. 키움 이적 후 팬들의 많은 사랑을 받으며 즐겁게 야구를 했는데, 지난해는 준명 즐겁지 않았다"고 하면서도 "프로 선수다. 아쉬움이 있어도, 미련을 남기면 안된다. 그건 새 팀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저 야구장에서 열정적으로 뛰는 모습만 보여드리고 싶다"고 했다.

이지영은 제물포고 출신이다. 이후 경성대를 거쳐 어렵게 프로에 입문했고 약 20년 만에 고향에 돌아왔다. 이지영은 마지막으로 "내 마지막 야구 인생, 고향팀에서 우승하는 게 각오이자 목표"라고 힘줘 말했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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