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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아섭? 1표 받은 사람과 비교라니…저 '중꺾마'예요" 사직에 나타난 복면가왕 [부산현장]

김영록 기자

입력 2024-01-10 18:53

수정 2024-01-1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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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아섭? 1표 받은 사람과 비교라니…저 '중꺾마'예요" 사직에 나타난 …
사직구장에서 만난 최준용. 김영록 기자

[부산=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비록 가왕 등극에는 실패했지만, '복면가왕' 역사상 첫 비음악인 우승자의 직업은 야구선수다.



롯데 자이언츠 최준용(22)이 그 주인공이다. 최준용은 최근 '중요한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란 닉네임으로 MBC '복면가왕'에 출연, 결승에 진출하며 단일 방영분 기준 우승을 차지했다.

비록 3연승의 '인센스'에 가로막혀 가왕에 오르진 못했지만, 모두를 놀라게 한 결과였다.

최준용은 경남고 선후배 사이인 한화 노시환과 더불어 야구계에선 소문난 노래실력의 소유자다. 시상식이나 팬과의 만남, 유튜브 방송 등에서 몇차례 부른 적은 있지만, 최준용에게도 진짜 음악방송 무대는 처음이었다,

비시즌 동안 서울에 머물렀던 최준용은 10일 부산에 왔다가 인사차 사직구장에 들렀다. 롯데 관계자들은 "가왕 어서 오세요"라며 반겼다.

박준혁 롯데 단장은 최준용을 향해 "겨우내 몸 만들랬더니 가수가 됐다. 기왕 나갔으면 우승을 하고 와야지"라고 핀잔을 주면서도 환하게 웃었다.

최준용의 출연분 녹화는 약 한달 전에 이뤄졌다. 2022년부터 출연 제의를 받았지만, 그때는 일정이 맞지 않았다. 2023년 정규시즌이 끝난 뒤 뒤늦게 출연하게 된 것.

최준용은 KBO리그를 대표하는 불펜 필승조다. 올해 2승3패 14홀드 평균자책점 2.45로 커리어하이 성적을 기록하며 롯데의 가을야구 도전을 이끌었고, APBC(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 대표팀에도 선발돼 준우승을 차지하는 등 '본업'에도 충실한 한해였다.

최준용은 "어릴 때부터 즐겨보던 음악 프로그램에 직접 출연하게 돼 영광스러운 경험"이라며 "음악프로그램에 나가는 건 처음이라 솔직히 긴장했는데, 다행히 노래가 잘됐다"며 활짝 웃었다.

무엇보다 좌중을 압도하는 가창력이 돋보였다. 안예은의 '홍연'을 함께 부른 1라운드에서 51-48로 신승을 거둔 최준용은 2라운드부터 본격적으로 자신의 장기를 뽐냈다. 2라운드 선곡은 노라조의 '형', 3라운드는 이수의 '마이웨이'였다. 노래방 고음 키드들의 워너비 곡이다. 최준용은 강렬한 뱃심으로 고음을 터뜨리며 판정단을 감동시켰다. 2라운드는 55-44, 3라운드는 58-41. 파죽지세 연승이었다.

아쉽게 가왕의 문턱에서 가로막혔지만, 이만하면 '졌잘싸'라는 표현으로도 부족하다. 최준용 이전 역대 우승자는 최소한 직업이 가수였다. 2015년 복면가왕 방영이 시작된 이래 비음악인의 우승(3라운드 승리)은 역사상 처음이다.

비음악인의 2라운드 진출은 종전까지 19번 있었지만, 3라운드는 진출 자체가 최초다. 비가창자로 기준을 넓혀도 종전 최고 성적은 작곡가 박현우(3라운드 패배)였다. 58표는 역대 비음악인 기준 득표수 2위(99인 체제 기준, 1위 홍윤화 60표)다.

매라운드 1대1 구조로 진행되는 복면가왕의 방송 특성상 대진운이 매우 중요하다. 비음악인 출연시 1라운드 상대는 가수가 아닌 경우가 많다. 또 승패도 뒤에 나오는 사람이 보통 유리하다.

하지만 최준용은 신지훈, 박정은, 그룹 프로미스나인의 이서연까지 가수 상대로 3연승을 따냈다. 3번 모두 먼저 무대를 치르고 승리한 점도 눈에 띈다. 특유의 미성과 깨끗한 고음이 그만큼 현장을 압도했다는 뜻.

앞서 '복면가왕'에 출연한 현역 야구선수로는 황재균(KT 위즈)과 손아섭(NC 다이노스)이 있다.

황재균은 1라운드에서 박효신의 '추억은 사랑을 닮아'를 불렀고, 당시 연예인 판정단 21표 중 10표를 받아 아깝게 탈락했다. 뒤이어 출연한 손아섭은 버즈의 '가시'를 불렀지만, 투표결과 1대20이란 결과를 받아들고 망연자실했다. "황재균보다는 노래를 잘한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출연했다"던 호언장담도 빛을 잃었다.

손아섭은 자신의 출연분을 올린 최준용의 SNS에 '그래도 넌 나한테 안돼'라는 댓글을 달았다. 하지만 최준용은 씩 웃었다.

"손아섭 선배님? 지금 딱 1표 나온 사람과 저를 비교하시는 겁니까?"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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