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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에 한맺힌 손아섭, 이해하지만…" 최연소 완투승→부산영웅의 토로 [인터뷰]

김영록 기자

입력 2021-12-31 10:40

수정 2022-01-01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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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에 한맺힌 손아섭, 이해하지만…" 최연소 완투승→부산영웅의 토로
주형광 부산 양정초등학교 감독. 대선배 고 최동원 동상앞에 선 주형광. 부산=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21.12.29/

[부산=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한국시리즈 우승을 못해본 건 내게도 평생의 한으로 남았다. 그 마음 십분 이해하지만 아쉽다."



1984년 최동원의 한국시리즈 4승을 보고 야구선수의 꿈을 키운 소년. 부산에 처음 나타난 좌완 에이스. 하지만 일찍 피어난 만큼 짧았던 전성기가 안타까웠던 투수.

주형광(45)은 롯데 자이언츠의 1990년대를 대표하는 이름이다. 하지만 워낙 어린 나이에 스스로를 불살랐을 뿐, 2007년 은퇴 당시 나이는 불과 32세. '2000년대 에이스'였던 손민한보다 한살 어리다.

KBO리그 투수 최연소 기록의 주인공이다. 1994년 데뷔 이래 27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최연소 승리(완투승, 18세 1개월 18일)를 비롯해 최연소 완봉(18세 3개월), 최연소 세이브(18세 1개월 14일)는 불변이다. 최연소 1000탈삼진, 최연소 200이닝-200탈삼진도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 다음이다.

데뷔 첫 3년간의 임팩트는 류현진 외엔 비견할만한 선수가 없다. 3년간 39승19패 2세이브를 따냈다. 특히 만 20세가 된 1996년에는 216⅓이닝을 소화하며 18승7패1세이브, 38볼넷 221탈삼진(KBO리그 역대 3위)를 기록하며 리그를 평정했다.

자연스럽게 최근 NC 다이노스로 이적한 손아섭 이야기가 먼저 나왔다. 롯데에서 13년을 함께 한 사이. 주 감독이 사령탑으로 재직중인 부산 양정초가 낳은 최고의 야구 스타다. 대회 결승에 오른 양정초를 직접 응원하러 온 적도 있다. 주 감독은 "손아섭은 롯데의 상징 같은 선수인데"라며 아쉬운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주형광은 1995년, 1999년 2차례 한국시리즈에 올랐지만 끝내 우승은 하지 못했다. 그리고 이후 롯데는 22년간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지 못하고 있다. 2001년 데뷔한 이대호의 소원이 '한국시리즈 진출'일 정도. 손아섭도 이적 직후 인터뷰에서 "매년 우승에 도전하는 팀이라는 점에 끌렸다"고 강조했다.

"'우승'하면 나도 한이 맺힌다. 두 번의 기회를 놓쳤고, 코치로는 플레이오프밖에 못 갔다. 올해 한국시리즈에서 황재균과 신본기(이상 KT 위즈)의 활약으로 KT가 우승하는 모습을 보면서 참 많은 생각이 들더라. 강민호, 황재균, 김주찬, (조쉬)린드블럼이 떠나지 않았다면 그 사이 한국시리즈는 가지 않았을까. 이대호는 소프트뱅크에서 우승하고 왔으니 더 답답했을 것이다."

그는 1995년 한국시리즈를 가장 아까워했다. 당시 롯데는 김인식 감독이 이끄는 OB 베어스(현 두산)에 3승2패까지 앞섰다가 6~7차전 2연패로 패권을 내줬다. 주형광 스스로도 2경기에 선발 등판, 14⅓이닝을 소화하며 1패 평균자책점 3.77을 기록했다.

"승수는 10승이지만, 개인적으로 내 구위는 그때가 최고였다. 야구가 내 마음대로 되던 시절인데, 우승만 못했다. 우리팀 야수도 김민호 김응국 전준호 박정태 등등 화려했는데, 참 아쉽다. 전준호 선배가 1996년까지 뛰고 롯데를 떠난다. 그게 (롯데가 무너진)시작이다."

이후 주형광의 팔도 급격히 시들기 시작했다. 그는 "너무 어릴 때 높은 곳에 올랐던 것 같다. 야구를 제대로 하려니, 20대 후반부터는 이미 몸이 안 따라줬다. 은퇴는 32세에 했지만, 미련을 놓지 못했을 뿐이다. 사실상 1999년이 내 마지막 불꽃이다. 그때도 어렸는데"라며 한숨을 쉬었다.

주형광의 최다 투구수 경기는 1998년 8월 쌍방울 레이더스전이다. 연장 10회까지 161구 2실점 완투승을 거뒀다. 그에겐 흔한 일이었다. 다음날은 팔이 들리지 않을 만큼 아팠다고. 그는 "잘할 때 슬라이더를 너무 많이 던졌다"며 아쉬워했다.

"직구보다 슬라이더를 더 많이 던진 경기도 많았다. 중지를 쓰는 구종이라 인대에 무리가 많이 가는데, 아무도 내게 위험하다는 말을 해주지 않았다. 100개, 110개에서 끊었으면 좋은 공을 몇년 더 던질 수 있었을 텐데, 올라가면 무조건 끝까지 던지고 싶어했다."

코치로는 구승민 김원중 박진형(이상 롯데) 박시영(이상 KT) 등 주축 불펜들을 키워냈지만, 2019년을 끝으로 롯데 유니폼을 벗었다. 2020년 고려대학교 투수 인스트럭터를 거쳐 2021년부터 양정초 감독을 맡고 있다.

양정초는 손아섭 외에도 김태군(삼성) 박동원(키움) 김준태(KT) 등을 배출한 부산 지역 야구 명문이다. 그는 "평생 코치만 하다가 감독을 하려니 어렵다. 초등학교는 투수도 60구-3이닝 제한이 있고, 감독이 3루 코치도 봐야한다. 정신은 없지만, 그만큼 박진감이 넘친다"면서 웃었다. 인터뷰에 동석한 주형광 감독의 아내는 "아이들이 맨날 감독실에 놀러온다. 남편도 롯데 코치 시절보다 많이 밝아졌다"며 웃었다.

"학교 지원은 좋은데, 초등학교다보니 선수 수급이 어렵다. 내가 그랬듯, 롯데가 한국시리즈 우승 한번 하면 야구소년들이 좀 늘지 않을까?"

부산=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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