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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로이칼럼]일본시리즈를 보며 떠올린 121승 좌완투수의 가슴 뜨거웠던 가을 역투

권인하 기자

입력 2021-12-06 13:51

수정 2021-12-07 07:43

일본시리즈를 보며 떠올린 121승 좌완투수의 가슴 뜨거웠던 가을 역투
삼성 라이온즈 시절 장원삼. 스포츠조선DB

2021년 일본시리즈에서 야쿠르트 스왈로스가 오릭스 버팔로스를 4승2패로 제압하고 20년만에 6번째 챔피언이 됐다.



이번 일본시리즈는 6경기중 5경기가 1점 차였고, 나머지 1경기도 2점 차로, 모든 경기가 접전으로 펼쳐졌다. 박진감 넘치는 경기에 양 팀의 팬들 뿐만 아니라 모든 야구팬들이 열광했다. 그 대결을 보면서 2010년 삼성 라이온즈와 두산 베어스가 격돌한 플레이오프가 생각났다.

그 때 플레이오프는 5경기가 모두 1점차 경기였고, 두 차례나 연장전에 돌입한 긴장감 최고의 대결이었다. 당시 플레이오프에서 아직도 깊이 인상에 남은 피칭을 보여준 투수가 있다. 삼성 좌완 에이스였던 장원삼이다.

2010시즌의 장원삼은 팀내 최다인 13승(5패)을 기록했다. 하지만 플레이오프에서는 선발등판한 3차전에서 3회 도중 7안타 2실점으로 강판됐고, 그 경기서 삼성은 11회 연장 접전 끝에 8대9로 패배해 상대성적은 1승2패가 됐다. 삼성에겐 한 번만 더 지면 한국시리즈 진출을 놓치는 상황. 장원삼은 불펜요원으로 전환됐다.

삼성이 4차전을 8대7로 이기고 맞이한 마지막 5차전. 5회까지 4-5로 뒤진 상황에서 삼성은 6회초 네 번째 투수로 장원삼을 올렸다.

장원삼은 당시에 대해 "3차전 때 못 던졌다. 짧은 이닝 밖에 안 던졌으니까 다른 투수보다 체력이 남아 있었고 5차전에 던지는 것은 문제가 없었다"고 했다. 6회초를 1안타 무실점으로 끝내자 삼성 타선이 6회말 1점을 내 5-5의 동점을 만들었고, 장원삼은 7회 이후도 마운드에 올라 완벽한 제구로 두산 타자들을 처리했다.

"그 때 동점이었고 홈런을 맞으면 게임이 끝나는 상황이라서 특히 (김)동주 형에게 신경을 써서 던졌다"는 장원삼. 7회초를 볼넷 하나만 주고 무실점으로 막았고, 이후 8회와 9회엔 삼자범퇴로 이닝을 끝냈다. 경기는 연장전으로 흘렀다. 10회초도 장원삼이 마운드에 올랐다. 5이닝째였다.

"내가 계속 삼자범퇴로 막으니 벤치에서 바꿀 타이밍이 없었던 것 같다. 코치님도 특별히 말씀을 하지 않으셨다."

묵묵히 던진 장원삼에겐 당시 한국시리즈 진출이라는 목표도 있었지만 더 절실하게 던지게 한 다른 이유도 있었다.

장원삼은 "상대 팀에서는 이현승이 잘 던지고 있었다. 현승이는 나와 동기고 친한 친구였다. 서로 경기내용이 좋았던 것 같다"고 했다. 2006년에 현대 유니콘스에 입단한 장원삼과 이현승은 2010년 삼성과 두산으로 떠났고, 플레이오프라는 큰 무대에서 맞대결을 하게 됐다.

장원삼은 결국 6회부터 11회까지 6이닝 동안 78개의 공을 던지며 1안타 3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고, 11회말 끝내기 승리로 삼성은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장원삼은 마지막 5차전 승리로 자신의 역할을 다했다. 그 날부터 약 10년이 흐른 2020년 가을, 장원삼은 롯데 자이언츠에서 방출통보를 받았고, 아직 선언은 안 했지만 사실상 현역을 은퇴했다. 통산 121승을 기록하고 대표팀에서도 활약한 투수가 화려한 은퇴식 없이 유니폼을 벗는 것은 아쉽다. 하지만 세월이 지나도 좋은 피칭을 보여준 기억이 이렇게 희석되지 않는 것은 그가 일류였음을 증명해 준다.



<무로이 마사야 일본어판 한국프로야구 가이드북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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