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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들이 만든다" 이정철 감독의 새 외인 육성법

선수민 기자

입력 2018-05-17 15:59

수정 2018-05-23 06:00

"선수들이 만든다" 이정철 감독의 새 외인 육성법
사진제공=KOVO

"내가 아닌 선수들이 만듭니다."



이정철 IBK기업은행 알토스 감독의 외국인 선수 육성 철학이다.

이정철 감독은 '여자 배구' 베테랑이다. 1992년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후 줄곧 여자 배구에 몸 담았다. 2001년 흥국생명에서 감독으로 데뷔했고, 2010년 기업은행 창단 때부터 9년째 지휘봉을 잡고 있다. 특유의 카리스마와 강훈련으로 선수들을 육성해왔다. 성적도 놓치지 않았다. 이 감독의 기업은행은 막내 구단임에도 2012~2013시즌 첫 통합 우승을 차지했으며, 2017~2018시즌까지 매 시즌 챔프전에 진출했다. 창단 후 우승 3회, 준우승 3회를 기록했다. KGC인삼공사, 흥국생명과 함께 통산 최다 우승 기록도 보유하고 있다.

때로는 경기 중 선수들을 호되게 혼내는 장면으로 비난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이 감독은 훈련과 경기에서 선수들과 쉽게 타협하지 않는다. 신생팀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또 한가지, 팀에 핵심이 돼야 할 외국인 선수 조련에 일가견이 있다. 어느 프로스포츠나 마찬가지로 외국인 선수가 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다. 다만, 새 환경에 적응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대부분의 선수들이 에이스 대우를 받다 보니 경기 외적으로 문제가 되는 경우가 발생한다. 그러나 기업은행은 그동안 문제 없이 외국인 선수들의 능력을 최대치로 이끌어냈다.

트라이아웃 제도 도입 이후 기업은행은 높은 순번에서 외국인 선수를 뽑지 못했다. 2015년 리즈 맥마혼을 5순위로 영입했다. 시즌 초반 맥마혼의 부진으로 팀 성적도 좋지 않았다. 하지만 맥마혼은 보란 듯이 반등에 성공했다. 강한 체력 훈련을 견뎌내며, 환골탈태했다. 맥마혼은 2015~2016시즌 727득점으로 이 부문 3위에 올랐다. 다음 시즌에는 꼴찌인 6순위로 메디를 데려왔다. 비교적 단신이라는 약점이 있었으나, 메디는 첫 시즌 득점 4위(742득점)를 기록했고 챔피언결정전 MVP를 수상했다. 2017~2018시즌에는 852득점으로 2위에 올랐다.

이 감독의 확고한 신념 덕분이었다. 그는 "외국인 선수들은 내가 만드는 게 아니고 선수들이 만드는 것이다"라고 했다. 훈련 분위기를 선수들이 만들기 때문. 이 감독은 "외국인 선수가 보는 앞에서 선수들에게 강훈련을 시킨다. 선수들이 훈련을 잘 소화해주면, 외국인 선수도 본인이 그걸 견뎌야 한다는 걸 안다. 잘 따라와주기 때문에 외국인 선수들도 강한 체력이 만들어진다"고 설명했다. '첫 인상'이 외국인 선수의 '훈련 태도'를 만드는 셈이다.

무작정 강훈련을 시키는 건 아니다. 이 감독은 2016~2017시즌 챔프전 우승을 차지한 뒤 훈련 강도를 다소 낮췄다. 지난해 FA 자격을 취득한 박정아가 한국도로공사로 이적하면서 전력이 약해졌지만, 이번에도 챔프전 준우승을 차지했다. 강팀의 면모는 여전했다.

기업은행은 다음 시즌 새 외국인 선수 어도라 어나이와 함께 한다. 어나이 역시 6순위로 가장 늦게 뽑힌 선수다. 하지만 레프트 어나이는 유타대학교 시절 3년 연속 500득점을 넘길 정도로 공격력이 좋다. 지난해 미국 대학 랭킹 1위에 오르기도 했다. 기업은행이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선 어나이의 성적이 절대적이다. 이 감독은 "해외리그에서 한 번도 뛰어본 적이 없어서 걱정스러운 부분은 있다. 하지만 아직 젊기 때문에, 잘 훈련시켜야 한다"고 했다.

다시 한 번 이 감독의 지도력이 필요한 순간이다.선수민 기자 sunso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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