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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훈련인가 실전인가, '최강 韓 양궁' 정상을 지키는 법

김가을 기자

입력 2019-05-23 07:20

훈련인가 실전인가, '최강 韓 양궁' 정상을 지키는 법
사진제공=대한양궁협회

[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 22일 오후 2시, 올림픽공원 평화의문 광장.



뜨겁게 내리쬐는 태양 아래 2019년 양궁국가대표 선수들이 사선에 들어섰다. 다음달 2019년 네덜란드 세계양궁선수권대회를 앞둔 실전 모의고사의 파이널 무대였다.

여자부 결승전에 오른 장혜진과 안 산 사이로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선공에 나선 '대표팀 맏언니' 장혜진이 첫 발로 9점을 쏘자, '막내' 안 산이 보란 듯 9점을 맞췄다. 치열한 승부는 아주 작은 차이에서 갈렸다. 바로 바람이었다. 이날 경기가 열린 평화의문 광장에는 변화무쌍한 바람이 불었다. 순간적으로 바람의 방향이 바뀌는 탓에 화살의 방향이 미묘하게 바뀌었다. 장혜진이 8점을 쏘며 주춤한 사이, 안 산이 연거푸 10점을 명중하며 정상에 올랐다.

▶실전 같은 훈련, 최고의 자리를 지켜라!

예상치 못한 결과였다. 장혜진은 2016년 리우올림픽 2관왕에 빛나는 '에이스'다. 하지만 '겁없는 막내' 안 산이 최종 우승을 거머쥐었다.

매의 눈으로 경기를 지켜보던 오선택 대표팀 총감독은 무척이나 만족스러워하는 눈치였다. 이날 경기를 통해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렸기 때문이다.

첫 번째는 실전경험이다. 오 감독은 "최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끊임 없이 노력하고 있다. 그동안 올림픽 등 큰 대회를 앞두고 다른 나라 선수들을 초청해 경기를 했었다. 야구장 등 공개된 장소에서 훈련하기도 했다. 하지만 너무 많이 해서 오히려 긴장감이 떨어지는 분위기였다"며 "국가대표 선수들의 긴장감을 극대화 할 필요가 있었다. 세계선수권을 앞두고 최대한 현장 분위기 속에서 실전 연습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번 특별 평가전은 올림픽 등 메이저대회와 동일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결승전은 공중파를 통해 전국에 생중계되기도 했다.

국내 선수들의 '집안싸움'을 통해 경쟁도 불이 붙었다. 오 감독은 "우리나라 국가대표는 웬만한 외국 대표보다 실력이 뛰어나다. 외국 선수와 대결하는 것보다 국내 선수끼리 대결하는 게 더욱 치열하다"며 "세계선수권에 나가는 선수들은 그들 나름대로 자존심이 걸려있다. 이에 맞서는 상비군 선수들은 이런 자리를 통해 동기부여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특별 평가전에는 세계선수권에 출전하는 남자부(김우진 이승윤 이우석)와 여자부(강채영 장혜진 최미선) 대표팀 각 3명을 비롯해 2019년 국가대표 전원(남녀 각 8명)이 참가했다.

선수들의 반응도 좋았다. 남자부 우승을 차지한 이우석은 "좋은 경험이었다. 이번 특별 평가전에서는 바람에 대한 사전 정보가 없었다. 예측할 수 없는 바람이 불었기 때문에 헤매기도 했다. 오히려 메이저대회를 앞두고 좋은 경험이 됐다"고 말했다.

여자부 우승을 거머쥔 안 산은 "생각보다 화살이 잘 맞아서 나도 놀랐다. 비록 세계선수권에는 나가지 못하지만, 좋은 훈련이었다. 더 높은 무대에 나가기 위해서는 눈앞에 있는 경기를 잘 풀어나가야 한다"며 웃었다.

▶올림픽 티켓이 걸렸다, '운명을 건' 세계선수권

'최강' 한국 양궁의 특별한 평가전. 이유가 있다.

이번 세계선수권에는 2020년 도쿄올림픽 티켓이 걸려있다. 한국의 목표는 남녀 각 3장을 확보하다. 한국 양궁이 '자타공인' 세계 최강이라고는 하지만,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대회인 만큼 만반의 준비를 하는 것이다.

선수들의 각오도 단단하다. 이번 특별 평가전에서 아쉬움을 남긴 강채영은 "최근 페이스가 좋았다. 하지만 이번에 경기를 치르면서 스스로 채워야 할 부분을 깨달았다. 앞으로 더 좋은 모습을 보이기 위해서는 보완해야 할 점이 있다"고 반성했다. 강채영은 올 시즌 출전한 두 차례의 월드컵 시리즈에서 금메달 5개를 목에 거는 등 매서운 활약을 선보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정상에 서지 못했다.

장혜진은 "올림픽을 앞두고 열리는 세계선수권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그동안 우리가 해온 대로만 한다면 잘 될 것으로 생각한다. 우리 스스로를 믿고 열심히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우석은 "생애 두 번째 메이저대회다. 큰 대회 금메달이 없다. 목표를 향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목소리에 힘을줬다.

도쿄올림픽 전초전, 2019년 세계선수권에 출격하는 한국 양궁 대표팀은 국내 훈련을 진행한 뒤 다음달 6일 결전지로 떠난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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