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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스노보드]아버지가 말하는 설상 역사 쓴 이상호, 가족 반대를 극복한 '배추보이'

노주환 기자

입력 2018-02-24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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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말하는 설상 역사 쓴 이상호, 가족 반대를 극복한 '배추보이'
이상호가 한국 스키 설상 종목 최초로 메달을 획득했다. '배추보이' 이상호는 24일 강원도 평창 휘닉스 스노경기장에서 열린 스키 스노보드 남자 평행대회전에서 은메달을 차지했다. 밝은 표정으로 시상식에 임하고 있는 이상호. 평창=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8.02.24

'배추보이' 이상호(23·한국체대)는 강원도 사북초 1학년 때 스노보드를 처음 접했다. 당시 고랭지 배추밭을 개조해 만든 눈썰매장에서 보드를 탔다. 그로 인해 애칭 '배추 보이'가 따라붙었다. 이상호의 숨은 재능을 발견한 이가 장태열 스키협회 스노보드 위원(하이원 스키학교장)이다. 또 아버지(이차원씨)가 이상호 옆에서 개인 코치 역할을 했다.



이상호의 성장 과정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 바로 아버지 이차원씨다. 이차원씨는 24일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아들이 너무 자랑스럽다. 잘 했다"고 칭찬했다. 그는 24일 오전 예선 마치고 잠깐 아들(이상호)을 만났다. 아버지는 결선을 앞둔 아들에게 많은 얘기를 할 수 없었다. "밥 먹었니" 정도의 말만 했다. 이상호는 '엄마표 돼지고기 두루치기'를 가장 좋아하는 요리로 꼽는다. 아버지는 집에 오면 아들에게 그 요리를 많이 해줄 것이라고 했다.

이차원씨에 따르면 이상호는 '성실한 친구 같은 아들'이다. 아들은 아버지에게 자신의 일상을 자주 얘기한다. 특히 어릴적 부터 자신의 스노보드 라이딩을 봐온 아버지에게 고민 상담을 많이 했다. 어릴적 아들과 스노보드를 함께 탔던 아버지는 세부 기술적인 조언까지 해줄 정도의 전문가가 됐다.

이차원씨은 "오늘 상호는 모든 레이스에서 페이스를 잘 조절했다. 오버 라이딩을 하지 않은게 가장 좋았다. 차분하게 자기를 믿고 잘 타주었다"고 말했다.

아버지는 아들이 이렇게 세계적인 스노보드 선수로 성장할 줄 몰랐다고 했다. 그는 "상호가 눈을 참 좋아했다. 좋아하는 걸 계속 할 수 있도록 도와준 것 뿐이다. 하다보니까 올림픽 은메달까지 왔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탄탄대로만 걸어온 건 아니다. 중학교 시절 진로 선택을 놓고 고민이 깊었다. 이차원씨는 "가족들의 반대도 많았다. 그냥 취미로 탈 건지 아니면 정말 엘리트 선수로 갈 지를 놓고 고민했다. 부모 입장에선 반대했다. 우리나라에서 스노보드로 성공한 선례가 없었다. 당연히 아들의 미래를 위해 반대했고, 상호는 계속 도전해보겠다고 했다. 아들의 의지를 믿고 계속 지원했다"고 말했다. 이상화가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금전적인 뒷받침이 컸다. 해외 전지 훈련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아버지는 "다른 공부하는 학생들의 학원비 만큼 상호에게 투자했다"고 말했다.

이상호는 2014년까지만 해도 세계랭킹에서 평행회전(63위)과 평행대회전(70위) 둘다 60위 밖에 머물렀다. 예선 통과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하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이상호의 세계랭킹은 치솟았다. 평행대회전은 37위(2015년)→26위(2016년)→5위(2017년)까지 올라갔다. 이번 2017~2018시즌 월드컵 남자 평행대회전 랭킹에서 10위를 마크했다.

이상호의 이번 시즌 월드컵 최고 성적은 7위다. 3차 월드컵(라켄호프)에 이어 5차 월드컵(로글라)에서 나란히 7위를 했다. 이상호의 월드컵 개인 최고 성적은 2017년 3월 터키 월드컵 평행대회전 은메달이다. 그는 이번 시즌 월드컵 전초전 성격으로 열린 독일 유로파컵 평행대회전에서 우승하면서 좋은 출발을 보였다. 하지만 평창동계올림픽 앞두고 나간 월드컵에선 입상하지 못했다. 그렇지만 이상호는 홈에서 열린 평창올림픽에서 한국 설상의 노메달 역사를 갈아치웠다.

이상호가 평창동계올림픽 스노보드 평행대회전 은메달을 차지했다. 준결승을 통과하면서 한국 올림픽 설상 역사를 새로 쓴 후 결승에서 아쉽게 졌다.

이상호는 24일 강원도 평창 휘닉스 스노 경기장에서 벌어진 평창올림픽 평행대회전 결승에서 네빈 갈마리니(스위스)에 져 준우승했다.

그는 블루코스에서 무결점 레이스를 펼쳤지만 갈마리니 보다 0.43초 늦게 피니시라인을 통과했다. 이상호는 초반 차이를 레이스 중후반 따라붙었지만 뒤집지는 못했다.

이상호는 앞서 준결승에선 잔 코시르(슬로베니아)를 0.01초차로 제치고 결승에 올랐다. 블루코스를 탄 이상호는 코시르를 레이스 중후반에 제치고 간발로 차로 먼저 피니시라인을 통과했다.

이상호는 8강에서 벤자민 칼(오스트리아)을 0.94초 차로 제치고 4강에 올랐다.이상호는 레드코스에서 무결점 레이스를 펼쳤다. 16강에선 드미트리 사르셈바에프(OAR)를 0.54초차로 제치고 8강에 올랐다. 이상호는 예선 1~2차 시기 합계 1분25초06으로 3위로 16강이 겨루는 결선에 올랐다. 결선부터는 2명씩 토너먼트로 최종 우승자를 가렸다. 평창=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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