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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신기자의開口]높으신 분들, 처음부터 사과할 일 안하면 안되나요?

신보순 기자

입력 2018-02-18 15:23

수정 2018-02-18 15:42

높으신 분들, 처음부터 사과할 일 안하면 안되나요?
16일 오전 강원도 평창군 올림픽 슬라이딩 센터에서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남자 스켈레톤 3차, 4차 경기가 열렸다. 박영선 의원(왼쪽)과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윤성빈 오른쪽)이 윤성빈과 악수를 나누며 축하해주고 있다. 평창=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

지금 우리 사회가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기자는 알 것 같다. '소통'과 '공평'이 아닐까 싶다. 지난 촛불혁명과 새정부 탄생 과정에서 그 화두는 명확했다.



생각을 더 말할까 한다. 우리는 '불통'의 최대피해자였다. 대통령은 국민과 말을 안 섞었다. '높으신 분'들은 '아래 사람'들을 외면했다. '돈많은 사람'들은 '돈없는 사람'들을 무시했다.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진짜 모습을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국정농단' 사태가 벌어졌다. 그래서 '갑질논란'이 터졌다. 그래서 우리들이 들고 일어났다.

우리는 '공평하지 못 한' 사회에 살았다. 권력 앞에 법은 관대했다. 돈이면 안되는 것이 없었다. 돈없어서 안되는 게 너무 많았다. '권력과 돈', 이것을 가진 특권층에게 취업문도 넓었다. 대학문도 좁지 않았다. 이것이 없는 사람들, 취업걱정에 한숨만 내쉬었다. 돈많이 들어가는 입시걱정에 밤잠을 설쳤다. 돈이 없어 아이들에게 미안해 해야했다. 그런 사회에서 살았다.

그래서 바꾸자고 했다. 말이 통했으면 좋겠다고, 공평한 대접을 해달라고, 우리 아이들한테는 그런 사회를 물려줄 수 없지 않겠냐고. 무슨 사회주의 선동같은 말이 아니다. 지극히 당연한 국민들의 바람이었다. 국민의 권리였다. 사회의 책임이었다.

새정부가 들어섰다. '소통'하겠다고 했다. '공평'한 사회를 약속했다. 정치인들은 모두 고개를 조아렸다. 국민앞에 죄송하다고 했다. 앞으로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했다. 여야, 모두 그랬다. 재벌들도 그랬다.

이 게 먼 옛날 이야기인가. 몇달전이다. 아무리 인간이 '망각의 동물'이라지만, 모두 잊을만한 시간이 아니다. 잊었다면, 애초에 잘못을 뉘우치지 않은 것이다. 잘못을 모르는 것이다.

기자는 스포츠를 담당한다. 서론이 너무 거창했다. 스포츠 기사에 어울리지 않게 분위기를 잡았다. 스포츠 기사를 쓰면서 이렇게 장황한 서론을 쓰는 게 싫다. 이건 스포츠다. 더군다나 올림픽이다.

시작부터 '소통'의 문제가 터졌다. 여자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을 만들기로 하면서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결정, 통보했다. 여론이 악화됐다. 그러니까 유감을 표했다. 잘못이 있었다고 했다.

그러더니 이번에는 '갑질논란'과 '특혜시비'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과 대한체육회, 박영선 의원이 도마위에 올랐다. 길게 말하고 싶지 않다. 짧게 정리한다.

이기흥 회장 등 대한체육회 관계자들이 15일 알펜시아 크로스컨트리 센터를 찾았다. 이 회장이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지정석에 앉았단다. 이에 자원봉사자가 예약 사실을 알렸다고 한다. 하지만 돌아온 건 핀잔이었단다. 이 사실은 자원봉사자가 SNS 커뮤니티를 통해 '대한체육회장 일행이 올림픽 패밀리만 앉을 수 있는 좌석에 앉아 우리의 말을 무시하고 앉아 소리를 질렀다'고 주장하면서 불거졌다.

박영선 의원은 16일 남자 스켈레톤 경기를 관람했다. 윤성빈이 금메달을 땄다. 박 의원이 이기흥 회장과 피니시 라인으로 뛰어나가 윤성빈을 격려하고 사진 촬영을 했다. 여기서 논란이 터졌다. 박 의원의 피니시 라인 구역 출입 자격이 불거졌다.

당연히 여론이 '부글부글' 끓었다. 양측은 '규정상 문제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오해를 불러일으켜서 죄송하다며 사과했다. 결론은, 잘못은 아닌거다. 다만 오해가 있었을 뿐이라는 거다.

아마, 박 의원과 이 회장 입장에서는 억울한 측면이 있을 게다. 왜? 남들이 보기에는 '특권'이, 그들에게는 당연한 '권리'였을 테니. 그리고 규정에도 그렇게 돼 있었을 거다. 그런데 그것이 지금 우리들에게는 민감한 문제다. '높으신 분'들이 더욱 조심했어야 될 문제다. 애초에 사과할 일을 만들지 않았어야 했다. 높이 올라갈 수록, 더 몸을 낮춰야 한다고 선인들이 말하셨다.

'소통'의 사회, '공평'한 사회를 만들자고들 했다. 이번 올림픽에서는 더이상 '특혜논란'이 없었으면 좋겠다. 누군가의 SNS에 '어 누가 왔다갔었네요'라며 인증샷 정도 올라오기를 바라는 건 무리일까. 강릉=신보순기자 bsshi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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