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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아이스하키]'0대8→0대2' 신소정, 시속 100km 슈팅 196개에 혼신 던졌다

임정택 기자

입력 2018-02-18 14:11

수정 2018-02-18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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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대8→0대2' 신소정, 시속 100km 슈팅 196개에 혼신 던졌다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과 일본의 경기가 14일 오후 강릉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렸다. 단일팀이 1대4로 패한 가운데 투혼으로 추가골을 막은 신소정과 엄수연이 포옹을 하고 있다. 강릉=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8.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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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의 골리 신소정(28·뉴욕 리베터스)이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4경기에서 마주한 슈팅 숫자다. 조별리그 3경기에서 146개(스위스전 52개, 스웨덴전 50개, 일본전 44개)의 슈팅이 날아왔고, 18일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린 순위결정 1차전 스위스전(0대2 패)에선 53개가 쏟아졌다. 이 중 신소정이 놓친 건 단 2개. 엄청난 선방능력을 신소정이 보여줬다. 신소정은 스위스의 압도적인 공세 속에서도 한국의 최후방을 사수했다. 쏟아지는 스위스의 장대비 슈팅에 혼신을 던졌다. 신소정의 '육탄 방어'는 한국 전력의 반 이상이었다. 뛰어난 동체시력과 판단력은 그의 무기였다. 그의 활약 속에 조별리그 B조 1차전서 스위스에 0대8로 깨졌던 단일팀은 0대2 선전을 했다.

하지만 아이스하키의 골리, 얼핏 보면 꽤나 쉬울 것도 같다. 육중한 장비 때문에 골문의 빈 공간이 좁아 보인다. 대충 몸 날리면 슈팅을 막아낼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가황처리된 경질 고무 재질의 퍽(하키 공)은 '총알'이다. 여자 선수들이 때려내는 슈팅은 시속 100km를 상회한다. 안정 장비를 착용했다 해도 퍽을 맞을 때의 통증은 상상 이상이다. 신소정은 쏟아지는 슈팅 소나기에, 극한의 통증을 감수하고 몸을 던져왔다.

신소정이 보여준 투혼의 선방. 그야말로 '감동의 몸짓'이었다. 그의 마스크 겉면엔 'Always be with me(언제나 나와 함께 한다)'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항상 그래왔다. 고3 때 돌아가신 아버지를 기리는 의미다. 그러나 평창올림픽선 마스크 안에 적어뒀다. 특정 인물을 새겨선 안된다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결정 때문이다. 그래도 괜찮다. 신소정은 혼자가 아니다. "늘 하늘에 계신 아버지와 함께한다." 지난 14일 일본전(1대4 패) 후 신소정이 했던 말이다. 그는 하늘에 계신 아버지를 가슴에 품고 뛴다.

혼자가 아니기에 남들보다 두 배는 강한 정신력. 여기에 기량 역시 탁월한 선수다. 신소정은 해외 무대를 누비는 몇 안되는 아시아 선수다. 2016년부터 북미여자아이스하키리그(NWHL) 뉴욕 리베터스에 입단해 수준 높은 리그에서 뛰어왔다. 국제 무대 경험도 풍부하다. 중학교 때부터 대표팀 생활을 시작해 올해로 17년 째 대표팀 골문을 지키고 있다.

평창올림픽 개막 전 신소정은 "최고의 선수보다는 꿈을 위해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도전하고 노력한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고 했다. 겸손이다. 그 어떤 강한 상대를 만나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온 몸으로 막아낸 신소정은 이미 '최고의 선수'다.

강릉=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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