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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축구장에 여성관중 첫 입장…"역사적인 날"

입력 2018-01-12 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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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축구장에 여성관중 첫 입장…"역사적인 날"


보수적인 이슬람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여성들이 처음으로 축구 경기를 보려고 경기장을 찾았다.
12일(현지시간) 사우디 국영방송 알아라비야와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저녁 홍해변 항구도시 제다에서 열릴 알힐랄과 알바틴의 프로축구 경기에 사우디 여성들이 입장한다.



사우디에서 남성의 전용 공간으로 통하던 축구 경기장에 여성 관중이 입장하는 것은 사상 처음이다.

다만, 여성들은 공공장소에서 남녀를 구분하는 관습에 따라 남성과 분리된 '가족석'에 앉는다.

일찌감치 경기장을 찾은 여성들은 감격을 감추지 못했다.
제다의 여성 축구팬 라므야 칼레드 나세르(32)는 AFP통신과 인터뷰에서 "이번 이벤트는 우리가 번영하는 미래로 가고 있음을 증명한다"며 "이 거대한 변화를 목도하는 것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제다에 거주하는 또다른 여성 루와이다 알리 카셈은도 "사우디의 근본적 변화를 보여주는 역사적인 날"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나는 사우디가 많은 국가들이 채택한 문명적 조치들을 따라가려고 움직이는 것이 매우 자랑스럽고 기쁘다"고 강조했다.
여성의 축구경기장 입장은 온건한 이슬람국가를 추구하는 모하마드 빈살만 왕세자의 개혁조치에 따른 것이다.

사우디 왕실은 작년 10월 여성의 운동경기 관람을 허용하겠다는 칙령을 내린 바 있다.

사우디 당국은 이번 조치를 위해 리야드, 제다, 담맘 등 3곳의 경기장에 여성 화장실을 설치하는 등 개조작업을 벌였다.

앞서 작년 9월에는 건국의 날 행사가 열린 리야드 킹파드스타디움에 가족을 동반한 여성의 입장을 허용했다.
스포츠 경기를 관람한 것은 아니지만 야외 스포츠 경기장에 여성이 남성과 함께 들어온 것은 처음이었다.

사우디의 변화는 스포츠뿐 아니라 운전, 영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진행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11일 제다의 한 쇼핑몰에서 여성만을 위한 자동차 전시행사가 최초로 개최됐다.

여성들은 핑크, 노랑 등 화사한 색의 풍선으로 꾸며진 자동차 앞에서 사진을 찍으며 즐거워했다.

전시장을 찾은 가다 알알리는 "그동안 차에 항상 관심이 있었지만 운전할 수 없었다"며 "차를 사고 싶은데 가격이 아주 비싸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우디는 올해 6월부터 여성의 자동차, 오토바이 운전을 허용할 예정이다.

또 사우디는 오는 3월부터 1980년대 초 금지했던 상업 영화관도 약 35년 만에 영업허가를 내주기로 했다.



nojae@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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