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뉴스

[평창D-77]밴쿠버-런던→평창 위한 조언"주인의식+레거시 전담조직 필요"

전영지 기자

입력 2017-11-24 18:40

밴쿠버-런던→평창 위한 조언"주인의식+레거시 전담조직 필요"


"평창올림픽이 자신의 것이라는 주인의식을 갖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1988서울올림픽, 오지철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1988년 서울올림픽, 2010년 밴쿠버올림픽, 2012년 런던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이끈 실무 전문가들이 말하는 성공의 가장 튼 이유는 이구동성, 국민의 적극적인 참가와 열정, '내 올림픽'이라는 주인의식이었다.

서울대 국제스포츠행정가 양성사업단(단장: 강준호 서울대 교수)이 24일 오후 2시 서울 강남구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 호텔 하모니볼룸에서 개최한 '드림투게더 서울포럼 2017'의 주제는 '올림픽 유산과 지속 가능성'이었다. 이번 포럼은 사업단이 운영하고 있는 서울대 드림투게더마스터(Dream Together Master) 프로그램의 일환이다. 2013년부터 문화체육관광부, 국민체육진흥공단의 후원을 통해 아시아, 아프리카, 동유럽, 오세아니아, 중남미 등 개발도상국의 차세대 스포츠행정가를 양성하는 교육과정이다. 평창동계올림픽을 77일 앞둔 시점, 올림픽이 남길 유무형의 유산에 대한 기대와 논의가 활발한 시점에서 이날 포럼은 시의적절하고 유용했다.

이날 포럼에는 벤 플레처 런던유산개발회사(London Legacy Development Corporation) 국장, 존 펄롱 2010년 밴쿠버 올림픽 조직위원장, 1988년 서울올림픽을 관리한 오지철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김주호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 부위원장, 히로미 가와무라 2020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 홍보국장이 발제자로 나섰다. 세르미앙 응 IOC 전 부위원장, 유승민 IOC 위원, 타니아 브라가 올림픽 유산담당(Legacy of the International Olympic Committee) 국장 등도 자리를 함께했다. 포럼에 참석한 200여 명의 실무자, 관계자, 학생들이 '올림픽 레거시'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드러냈다.

7년전 밴쿠버의 성공을 이끈 존 펄롱 전 조직위원장은 "밴쿠버는 해피엔딩이었다. 올림픽 끝난 이후까지 이 경험을 기념하고 공유하고 이야기한다. 왜 이 올림픽이 위대했고 우리가 어떻게 성공했으며 어떤 교훈을 얻을 것인가를 이야기한다"고 했다. '우리가 함께 이뤄냈다'는 경험이 국민적 자신감으로 남은 '레거시'를 강조했다. "밴쿠버, 캐나다 국민들은 언제나 미소를 띠고 있다. 선한 일을 함께 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 국제적 금융위기 속에 치러진 밴쿠버올림픽에서 우리가 모두 함께 힘을 합쳐 난관을 극복한 경험은 늘 훌륭한 예로 언급된다"고 했다. "밴쿠버 시민, 가족들은 각자의 올림픽 스토리를 갖고 있다. 그 이유는 사상 최장거리 성화봉송 등을 통해 모두가 자신의 올림픽으로 느끼게끔 만들었기 때문이다. 시민들이 주체가 돼서 주체적으로 올림픽을 준비했다. 도시가 무언가를 하려고 할 때 시민들이 하나가 되는 전통이 만들어졌다. 올림픽 이후 함께 해낸다는 정신이 레거시, 전통으로 남았다"고 강조했다.

올림픽 레거시를 가장 성공적으로 실현해가고 있다고 칭찬받고 있는 2012년 런던올림픽, 벤 플래처 런던유산개발회사 국장이 런던의 성공 노하우를 소개했다. "대회가 끝나자마자 올림픽 레거시에 대한 요구가 제기됐다. 올림픽에 대한 관심이 떨어지게 빠른 시일 내에 용도 변경을 하는 것이 중요했다. 일부라도 빨리 재개장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했다. "주요 경기장이 지어진 퀸엘리자베스파크는 시민들의 놀이터로 거듭 났다. 2013년 완전 개장 후 매년 2000만의 방문객들이 찾는 명소가 됐다. 향후 1억 명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고 했다. 런던스타디움은 여름 에는 육상대회, 겨울에는 크리켓 등 대회용으로 활용된다. 1년의 3분의2 이상 쉼없이 돌아가며, 5만500명이 격주마다 프리미어리그를 보기 위해 찾아온다"고 했다. 올림픽을 위해 만든 초대형 공공조형물은 시민들이 사랑하는 '미끄럼틀'로 재탄생했다. 올림픽아쿠아틱센터는 지역민들이 이용하는 스포츠센터가 됐다. "낙후된 지역인 만큼 수영장 이용료를 저렴하게 책정했다. 학생들에게는 무료로 수영강습을 하고, 올림픽 다이빙 국가대표 선수가 훈련하는 옆 레인에서 지역 초등학생들이 수영을 배운다"고 이야기했다. "퀸엘리자베스파크 지역에 도시 안에 또 다른 도시를 만든셈이다. 주거용뿐 아니라 문화, 교육공간으로 활용하고 개발할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진 패널 토론에서 전문가들은 올림픽이 남긴 교훈과 평창올림픽을 위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1988년 서울올림픽의 성공을 이끈 오지철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은 전국민의 적극적인 참여의식을 강조했다. "국민들로 하여금 평창이 자신의 대회인 것처럼 주인의식을 느끼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올림픽 개최도시 시민뿐 아니라 한국 국민 모두 평창올림픽에 자부심을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평창올림픽은 지역뿐 아니라 국가적 발전에 기여하며, 올림픽을 통해 우리 모두 행복을 느끼고 함께 즐길 수 있다는 인식을 공유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 국가대표 선수들이 평창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는 것도 중요하다. 그래야 국민의 기쁨과 관심이 함께 올라간다. 올림픽의 열기가 오래 유지된다"고 덧붙였다.

플레처 런던유산개발국장은 '올림픽 레거시'에 대한 일관성 있는 계획과 정책, 전담 조직을 강조했다. "레거시에 대한 계획, 메커니즘은 미리 수립해야한다. 조직위 내에서 레거시를 전담하는 사람이 필요하다. 처음부터 레거시를 계획하고, 대회 이후까지 끝까지 전담할 조직이 필요하다. 전세계적 관심이 식은 이후에도 이 일을 하는 조직이 필요하다. 주인 의식을 갖고, 약속을 실행하는 전담자, 전담 조직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펄롱 밴쿠버올림픽조직위원장은 캐나다 국민이 하나된 성공 경험, 화합의 레거시를 적극적으로 공유했다. "올림픽은 전체 인류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다. 올림픽 개최 직전 사고로 인해 어린 선수가 목숨을 잃었다. 제 인생에서 가장 가슴아픈 일이었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들었을 때 캐나다 국민들의 인류애가 수면으로 떠올랐다. 국민들이 조직위에 힘을 실어줬다. 캐나다인의 정신으로 위기를 이겨냈다"고 했다. "제가 올림픽을 통해 얻은 교훈은 지역사회가 올림픽의 친구가 되고 파트너가 돼야 성공한다는 것이다. '우리'라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평창도 당연히 하고 있을 것으로 믿는다. 한국 국민이 똘똘 뭉쳐서 이 일을 해낸다면 한국에게도, 인류를 위해서도 큰 기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연사와 패널로 현장에 참여한 김주호 평창올림픽조직위 부위원장은 "이 토론이 정말 큰 도움이 됐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오 전 차관님 말씀대로 전 국민들이 참가하고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정치적 이슈 속에 평창 붐업에 어려움이 있었다. 더반에서 평창올림픽을 유치할 때 국민지지율은 90%였다. 50%까지 지지율이 떨어졌지만, 최근 점점 좋아지고 있다. 11월 성화가 국내에 들어온 이후 성화봉송 주자 80만 명이 참가하면서 분위기가 점점 고조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식사' 이벤트에는 일주일에 30만명 이상이 참여했다. 평창 공식 웹사이트 가입자 수도 급증하고 있다. 77일 남은 평창올림픽을 잘 준비하겠다"고 약속했다. 삼성동=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