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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는걸!멋진걸!]땀, 웃음속에 감지된 '아이들의 변화'

신보순 기자

입력 2016-10-24 11:24

수정 2016-10-25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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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 웃음속에 감지된 '아이들의 변화'


지난해 여학생체육 활성화를 위해 첫 발을 내디뎠다.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논했다. 유관기관, 정계, 학계의 오피니언 리더,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많은, 좋은 이야기들이 쏟아졌다. 실제적인 변화도 있었다. 여학생 체육활성화를 위한 학교체육진흥법이 개정됐다. 의견도 하나로 모아졌다. '지금이 아니면 안된다'였다.



그래서 '지금 당장 한다'. 대한체육회와 스포츠조선이 함께 시작했다. 올해부터 전면 실시되는 '자유학기제'를 통해 여중생들과 만난다.

전국 50개 학교 여중생들의 운동 능력, 신체 발달 정도, 흥미 등에 따른 '맞춤형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여성 스포츠 아나운서, 스포츠매니지먼트-유관기관 여성 리더 등의 강연도 마련했다. 진로와 꿈을 찾는데 도움을 주기 위해서다. 스포츠현장도 찾아간다.

'진정한 건강 미(美)와 꿈(Dream)을 찾는 여학생'이 모토다. 대한체육회와 함께 하는 미드림(美-Dream) 프로젝트, '뛰는 걸(Girl)! 예쁜 걸(Girl)! 멋진 걸(Girl)!'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뛴다.

체조요정 손연재, 리우올림픽 2관왕 양궁 장혜진, '우리 언니' 김연경의 대한민국 여중생들을 향한 응원전으로 막을 올렸다. 수업이 진행될수록 아이들의 즐거움이 커지고 있다. 이번에는 서울의 동대부여중 학생들의 웃음 가득한 '미드림 시간'을 만나본다. <편집자주>

"저요? (손)예진이랑 많이 친해졌어요."

(남)선우는 밝게 웃었다. 마음을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인생의(?) 친구'를 얻은 즐거움이란다.

동대부여중 1학년 3반 선우와 예진이. 둘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선우는 급우들이 꼽은 '가장 재미있는 학생'이다. 반면 예진이는 모범생 그 자체다. 하지만 둘은 내로라하는 '단짝 친구'다. 어떻게 절친이 됐을까.

"'미드림 프로그램' 덕분이에요." 둘이 동시에 꺼내놓은 대답이다. 선우가 얘기를 덧붙였다. "그동안 체육시간에 팀 경기를 할때면 늘 짝수와 홀수 번호로 나눠서 조를 짰어요. 그런데 이번에는 아니었죠. '미드림 프로그램' 선생님께서 자유롭게 팀을 짜보라고 하셔서 이전과는 다르게 조를 구성했어요. 그때 예진이와 같은 조를 하게 된 거죠."

그랬다. 1학기까지만 해도 선우와 예진이는 그냥 '같은 반 친구'일 뿐이었다. 체육시간 팀은 물론이고 수업 시간에 앉는 자리도 멀찍이 떨어져 있었다. 마주할 일이 많지 않았다. 특별히 이야기 나눌 일도 없었다.

'미드림 프로그램'이 둘의 관계를 180도 바꾸어놓았다. 선우는 "경기를 할 때 예진이와 '열심히 하자'는 얘기를 많이 했어요. 마음을 맞춰 적극적으로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친해졌죠. 이제는 가정 시간 모둠 활동도 같이 해요"라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옆에 있던 예진이도 고개를 끄덕이며 까르르 웃었다.

'미드림 프로그램'이 바꾸어 놓은 것은 선우와 예진이의 관계뿐만이 아니다. 자유학기제 전면 실시에 맞춰 준비된 '미드림 프로그램'은 동대부여중 1학년 3반 아이들의 일상생활까지 변화시켰다.

'반장' (강)신영이는 예민한 사춘기 감정을 어느 정도 극복했다. "전에는 친구들이 힘들게 하면 가끔 소리를 지르기도 했어요. 그런데 같이 땀흘리고 운동하니까 배려심이 생기더라고요. 친구들에게 짜증내는게 줄어들었어요." 신영이의 고백이다.

부끄러움이 많던 (최)승연이는 성격이 적극적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승연이는 "이전보다 활동적이 된 것 같아요. 움직임도 많아졌어요"라며 자랑을 늘어놓는다.

아이들의 변화는 '미드림 프로그램' 활동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이른 1교시. 아직 잠이 덜 깼을 시간이지만 아이들의 얼굴에 피곤한 기색이라곤 없다. 편안한 체육복으로 갈아입고는 일찍부터 체육관에 모였다.

수업종이 울렸다. 체육관 바닥에 후프로 만든 빙고판이 놓여졌다. '빙고경기' 시간. 초록색팀과 보라색팀으로 마주선 아이들은 육색마커(여섯 가지 색으로 구성된 원반)를 들고 빙고판을 맞춰나간다. 스피드는 물론이고 치열한 두뇌싸움을 벌여야 하는 '고차원(?)'적인 활동이다.

처음에는 다소 헤매던 아이들, 이내 '감'을 잡고는 치열하게 맞붙는다. 조금이라도 먼저 "빙고~"를 외치기 위해 달리고 또 달린다. "제대로 해보자"며 분위기는 점점 뜨거워진다. 부끄러움이 많았던 승연이도 빙고판을 향해 열심히 달려나간다. 옆에서 안소연 체육교사는 "아이들이 처음보다 더 적극적으로 수업에 임하면서 활동량들이 늘어났다"고 귀띔한다.

다음으로 준비된 경기를 '공잡기 게임'. 하나라도 더 많은 공을 잡기 위해 너나할 것 없이 뛴다. '하하호호', 웃음소리가 그칠 줄 모른다. 어느덧 한 시간이 훌쩍 지났다. 아이들은 스트레칭으로 즐거웠던 시간을 마무리지었다. 해맑은 미소가 곳곳에서 피어났다. 수업을 마친 체육부장 (정)혜진이는 "친구들과 다 함께 운동하니 좋아요"라며 엄지를 들어올렸다.

김형중 교장은 이런 아이들의 대견스럽다. 그는 "학생들이 단결해서 열심히 한다. 의미 있는 교육프로그램"이라며 "'미드림 프로그램'를 통해 아이들이 운동량을 늘려 건강을 챙기는 것은 물론이고 서로 친하게 지낼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있다"고 만족해했다.

동대부여중에서는 아이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미드림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도록 세심한 배려를 기울이고 있다. 김 교장은 "대체적으로 여학생들은 밖에서 뛰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실내에서라도 더 많은 운동을 할 수 있도록 여러가지 노력을 하고 있다"고 했다. 또 "체육은 무척 중요하다. 아이들이 '몸을 움직여야만 알 수 있는 것도 있다'"며 "우리 학생들이 '미드림 프로그램'을 통해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뛰고 달리며 땀의 가치를 느끼고 있는 우리 소녀들, 지금 긍정적인 변화를 '조금씩 조금씩' 경험하고 있는 중이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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