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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하는선수]`수영양신`양준혁"선수촌서 이룬 서울대 꿈"

입력 2014-11-20 18:26

수정 2014-11-21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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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양신`양준혁"선수촌서 이룬 서울대 꿈"
'서울대 수영선수' 양준혁이 19일 오전 서울대 체육관에서 권순용 교수의 스포츠 사회학 강의를 들으며, 열심히 필기하고 있다. '대학 최강' 양준혁은 지난 9월 인천아시안게임에서 '선배' 박태환과 함께 계영 400-800m 한국신기록, 동메달 2개를 합작했다. 서울대=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서울대 수영선수 양준혁(20)의 별명은 '양신'이다. '야구 레전드' 양준혁과 동명이인이다. "친구들이 옛날부터 다 '양신'이라고 불렀어요. 남사스러워요, 더 열심히 해야죠"라며 싱긋 웃는다. '월드클래스 선배' 박태환에게 가렸지만 자유형의 '양신'으로 통한다. 자유형 200m 최고기록 1분50초32, 대학부 동급 최강이다. 스무살의 나이에 인천아시안게임에서 박태환과 함께 계영 400m-800m '한국신기록' 동메달 2개를 따냈다. 특히 계영 800m에서 양준혁은 개인 베스트를 넘어선 '49초대 폭풍 스퍼트'로 한국최고기록 작성에 힘을 보탰다. 인천아시안게임, 전국체전, 대학수영선수권의 올시즌 일정을 마무리한 양준혁이 다시 책상앞으로 돌아왔다. 19일 서울대 체육관 스포츠사회학 강의실 301호에서 '양신'을 만났다.



▶초등학교 4학년, 서울대 체육학과의 꿈

양준혁은 수영과 태권도를 잘하고, 수학을 좋아하는 날쌘 소년이었다. 초등학교 4학년때부터 서울대 체육교육학과를 목표 삼았다. 수영을 아주 잘했지만, 오직 운동만 하는 '선수'가 될 뜻은 없었다. 아주초등학교 5학년때 어머니, 여동생과 함께 아일랜드 더블린으로 떠났다. 영어를 제대로 배우게 하려는 부모님의 결정이었다. 걸출한 재능은 아일랜드에서도 빛났다. 여름캠프 수영수업 중 우연히 테스트를 봤다. 자유형 50m에서 28초대를 끊었다. '수영천재'라며 난리가 났다. 한 대회 9종목에서 9관왕에 올랐다. 중1때 아일랜드 대표로 브리티시 유스 챔피언십에도 나갔다. 자유형 100m에서 대회신기록 1위, 접영 100m 1위, 개인혼영 100m-200m에서 2위에 올랐다. 이 무렵 양준혁이 세운 기록 중 일부는 아직도 아일랜드 연령별 최고기록으로 남아 있다. "정말 재밌게 수영했어요. 지금처럼 목 메고 하는 게 하니라, 일주일에 7번만 물에 들어갔거든요. 그런데도 기록이 쭉죽 줄었어요." 운동과 공부를 병행했다. 한달에 한번씩 여행을 떠났다. 23개국을 돌아봤다. 유럽에서 어린 나이에 넓은 세상을 경험했다.

중학교 2학년때 귀국한 양준혁은 '서울대' 꿈을 구체화해나갔다. 경기고 진학 후 영어는 늘 1등급을 놓치지 않았다. 750점 이상, 텝스(TEPS) 점수도 확보했다. 목표했던 태극마크도 달았다. 진천선수촌에서 '대한민국 고3'의 수험생활을 시작했다. 양준혁은 '독종' 이었다. 전쟁같은 삶속에 서울대 체육교육학과, 목표에만 집중했다. "고3 때 2시간 반 이상 잔 적이 없어요. 새벽 4시30분에 일어나 운동하고, 7시30분부터 충북체고에서 위탁교육을 받고, 11시30분 3교시 끝나고 나와 밥 먹고, 12시30분부터 숙소에서 EBS 인강을 들었어요. 오후 2시30분부터 7시30분까지 오후 훈련이 끝나면 8시부터 또다시 EBS 인강 보고 새벽 1~2시에야 잠이 들었죠." 2012년 말 수시 일반전형, 서울대 체육학과 합격증을 받아들고 눈물을 쏟았다. "너무 힘들었던 탓인지 눈물이 나더라고요. 모든 걸 보상받은 느낌? 다시 하라고 하면 절대 못할 것같아요."

▶좋아하는 수영 하려고 공부했다

'공부하는 선수'로 성공한 비결은 가정교육과 지도자의 힘이었다. "어머니가 잘 이끌어주셨어요. 수영을 계속 하기로 하면서 굳게 약속한 게 있는데, 좋아하는 수영을 하려면 공부도 잘해야 한다고 하셨죠. 성적이 떨어지면 수영도 그만두기로 했고요. 저는 수영을 하기 위해, 공부를 했어요. 지도자의 마인드도 중요해요. 소속팀 박상욱 감독님은 공부 스케줄을 우선적으로 챙겨주셨어요"라고 설명했다.

인천아시안게임의 해, 13학번 양준혁은 19학점을 듣는다. 스포츠사회학, 영양과 건강, 야구, 생활원예, 체육논리 및 논술, 체육사 철학, 무용창작론, 관악모듬강좌를 듣는다고 했다. "전공수업은 경기를 감안해주지만 교양수업은 예외가 없어요. 관악모듬강좌는 결석 3번하면 학점을 못받아요.아시안게임 때문에 2번, 전국체전때문에 1번 빠졌거든요. 인제 지각 1번만 해도 끝이에요"한다. 걱정스런 눈빛에 "지각은 절대 안하니까, 이젠 빠질 일 없어요"라며 웃었다. "교실에서는 학생이고, 수영장에서는 선수죠. 교실에서는 학생으로서 최선을 다하고, 수영장에선 선수로 최선을 다할 뿐, 한번도 특혜나 배려를 바란 적 없어요"라고 말했다.

스승들의 평가도 다르지 않았다. 권순용 서울대 교수는 "정말 열심히 사는 학생이다. 지난해 양준혁과 심층면접을 한 적이 있다. 뚜렷한 목표를 품고 노력하는 학생선수다. 성실성은 기본이다. 눈앞에 이익을 좇기보다 대의를 추구하는 정의로움도 가졌다. 뭘해도 성공할 선수"라고 칭찬했다. 나영일 체육교육학과장 역시 "실업팀의 지원금을 포기하고, 온전히 학교를 선택했다. 학업에 대한 열의가 대단하다. 선수의 반듯함을 높이 사 동창회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부하는 선수? 일단 한번 도전해봐!

양준혁은 동료, 선후배들에게 공부의 길을 적극 권했다. "시도해보기도 전에 겁을 먹는 것같아요.'양준혁이니까 가능하다'는 식으로 말하기도 하고…"라며 아쉬워 했다. "아일랜드에 처음 가서 하루에 단어 100개씩 외우고, 백과사전 번역하고…, 초등학생도 했는데, 중고등학생이 못할 리 없죠. 의지만 있으면 할 수 있어요. 하다 보면 다 익숙해져요. 겁 먹지 말고 일단 도전하면 좋겠어요"라고 했다.

서울체중 배영 에이스 이다린이 롤모델로 '양준혁 오빠'를 말했다고 하니 "정말요?"라며 미소 지었다. "저도 '현승이 형'을 롤모델 삼았어요"라고 털어놨다. 대원외고-콜롬비아대 출신 수영선수 이현승의 길은 강력한 자극제가 됐다. "남유선(고려대 대학원), 류윤지 누나(서울대 대학원 박사과정) 등 공부하는 수영선수들이 많아요. 롤모델이 있기 때문에 후배들도 그길을 자신감 있게 따라갈 수 있는 것같아요"라고 말했다.

수영의 길, 또한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꿈이다. "공부 스트레스를 수영으로 풀었어요. 기록을 당겼을 때 짜릿함은 말로 표현할 수 없거든요. 터치패드를 찍는 순간 미쳐버릴 것같아요." 인천아시안게임 동메달 이후 더 큰 꿈을 꾸기 시작했다. "태환이형이랑 같이 뛴 것만으로도 정말 영광스러웠죠. 하기노 고스케, 쑨양같은 선수들과 함께한 것만으로도…"하더니 "또 해야죠!"라며 눈을 빛낸다.

"올림픽 무대에 서보고 , 4년 후 아시안게임 개인 종목 시상대에 올라가고 싶어요." 10년전 소년의 꿈이 그러했듯, 간절한 꿈★은 이루어진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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