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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AG]'은퇴한 여제' 장미란, 여전한 인기의 빛과 그림자

하성룡 기자

입력 2014-09-22 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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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한 여제' 장미란, 여전한 인기의 빛과 그림자
인천아시안게임 역도 경기장을 찾은 장미란. 인천=하성룡 기자

은퇴한 '역도 여제' 장미란(31)의 인기는 여전했다. 2013년 1월 은퇴를 선언한 이후 1년 8개월이 지났지만 장미란은 여전히 여자 역도의 최고 스타였다. 그러나 장미란은 이 상황이 슬펐다.



장미란이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여자 역도 48㎏급에 출전하는 후배 임정화(28)를 응원하기 위해 20일 인천 달빛축제정원역도경기장을 찾았다. 19일 열린 개회식에서 대한민국 스포츠발전에 기여한 8명의 '스포츠영웅' 기수단의 일원으로 대회기를 들고 입장한데 이어 이틀 연속 인천을 찾았다.

그의 출연에 역도장이 들썩거렸다. 다른 국가 역도 코칭스태프, 아시아역도 관계자들이 다가와 대학원생으로 변신한 장미란과 악수를 나누며 반가움을 표했다. 또 경기장을 찾은 팬들은 물론 자원봉사자들이 장미란에게 다가와 사진을 찍고 사인을 요청했다. 장미란은 팬들의 요청에 웃음으로 응하면서도 주변 눈치를 살폈다. "응원왔을 뿐이데…." 경기에 나서는 후배들이 취재진이나 팬들에게 더 많은 관심을 받게 된 자신으로 인해 기분이 상하지 않을까 조심스러웠다.

특히 이날 경기의 주인공은 아끼는 후배 임정화였다. 2001년 역도 최연소 국가대표(14세 11개월) 발탁 기록을 세우며 가슴에 태극마크를 단 임정화는 장미란, 윤진희와 함께 여자 역도 전성기를 이끌었다. 장미란은 임정화와 대표팀 생활을 함께 하며 우여곡절 역도 인생을 곁에서 모두 지켜봤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임정화가 몸무게 500g이 더 나가 동메달을 놓쳤을 때,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의 계체 실패했을 당시 임정화를 위로해줬던 사람이 장미란이다. 이후 허리 부상으로 2012년 런던올림픽 출전까지 좌절된 임정화는 꿋꿋하게 시련을 버텨내며 4년만에 다시 태극마크를 달고 인천아시안게임에 섰다. 그래서 장미란은 이날 만큼은 자신이 아닌 임정화가 주인공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나는 이제 뒤에 있는 사람이다. 후배들을 주목해 줬으면 좋겠다."

선수가 아닌 관중의 입장에서 찾은 첫 메이저무대에서 마음이 무거워진 것도 이 때문이다. 장미란은 "대회를 즐기려고 편안하게 왔는데 편하지가 않다. 경기장에 들어서고 후배들을 생각하니 긴장되는건 마찬가지"라며 "선수들을 많이 주목해달라"며 재차 후배들에게 스포트라이트를 양보했다.

그러나 장미란의 바람은 끝내 이뤄지지 않았다. 임정화가 여자 역도 48㎏급에서 합계 174㎏으로 7위에 그쳤다. 메이저대회 징크스 탈출을 노렸던 임정화는 고개를 숙인채 인터뷰도 거절하고 믹스트존을 빠져 나갔다. 이 모습을 지켜본 장미란도 안타까운 마음으로 임정화에게 다가갔다. 후배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마음으로 위로를 전했다. "아쉽지만 최선을 다했다. 다음 세계 대회를 준비하는데 이 경험이 도움이 됐을 것이다." 이어 장미란은 "비록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지만 팬들이 여자 역도를 조금 더 멀리 내다보고 기대해 줬으면 좋겠다"며 여자 역도의 부활을 기원했다.

플랫폼에 선 선수가 아닌 장미란에게 관심이 쏠리는 것이 장미란 은퇴 이후 스타 부재에 시달리고 있는 여자 역도의 현실이었다. 장미란은 메이저대회 첫 나들이에서 자신의 존재 뒤에 가려져 있는 어두운 그림자를 다시 확인하며 쓸쓸하게 발걸음을 옮겼다. 인천=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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