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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zine] 신비의 윈난성 ② 리장(麗江)을 품은 옥룡설산

입력 2024-05-10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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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비의 윈난성 ② 리장(麗江)을 품은 옥룡설산
옥룡설산 [사진/조보희 기자]




(리장=연합뉴스) 조보희 기자 = 중국 소수 민족의 고장 윈난(雲南)성의 리장은 티베트로 오가는 높고 험준한 교역로인 차마고도의 중심지이자 2천400여 년의 역사를 지닌 고도(古都)다.

◇ 리장 어디서나 풍경의 주인은 옥룡설산

옥룡설산의 웅장한 자태는 리장 시내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이 산은 히말라야산맥 끝자락으로 만년설을 이고 있다. 필자가 묵은 호텔에서도 정상 봉우리를 볼 수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면 먼저 찾는 게 옥룡설산이다.
수시로 구름에 싸여 정상 봉우리를 온전하게 보기는 쉽지 않다.
셋째 날 아침에 드디어 정상 봉우리가 얼굴을 드러냈다.
다시는 그 모습을 볼 수 없을 것 같은 조바심이 일어 많은 사진을 찍었다.


옥룡설산에 가기로 한 날이 밝았다.
만년설을 가까이서 보고 생애 최고 높이에 오른다는 설렘으로 밤잠을 설치기도 했다.
고산은 방문객들에게 쉽게 진입을 허락하지 않는다.
아침부터 바람이 강하게 불어 정상에 오르는 케이블카가 운행을 중단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다행히 근처 다른 곳을 볼 수 있다는 안내에 8시에 숙소를 나섰다.
매표소 입구에는 방한복을 빌려주고 휴대용 산소통을 판매하는 상점이 있다.
해발 3,000m의 매표소가 있는 곳은 기온이 15도 정도 되지만 설산 케이블카 하차장이 있는 곳은 4,500m로 급격히 고도가 높아지기 때문에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고 산소 농도도 희박해진다.
4,000m가 넘는 설산 등산로는 한 계단 한 계단 오르기가 힘들어 대비가 필요하다.


◇ 옥룡설산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명소, 운삼평

매표소에선 옥룡설산, 운삼평(가문비나무평원), 모우평(야크평원) 등 3곳의 케이블카 탑승권을 판매한다.
대합실엔 한글 안내도 있다. 운삼평을 가기로 했다.
버스를 타려고 줄을 선 관광객이 대합실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지금까지 관광지에서 보지 못한 긴 줄이었다.

매표소에서 표를 구입한 지 4시간여 만에 운삼평에 도착했다.
해발 3,200m의 운삼평에서 가문비나무에 둘러싸인 넓은 평원 너머로 옥룡설산 봉우리를 가까이 볼 수 있다.
숲에는 양과 소들이 풀을 뜯고 있다.
평원 앞 넓은 나무 데크에는 관광객들이 설산을 감상하거나 기념사진을 찍느라 분주하다.
눈 앞에 펼쳐진 구름에 둘러싸인 설산 봉우리는 바위 근육과 웅장한 만년설이 어우러져 장엄한 모습으로 다가왔다. 파란 하늘에서는 어디에서도 보지 못한 청정함이 느껴졌다.
사진을 찍어도 색감이 뚜렷하다. 옥룡설산은 해발 5,596m인 최고봉 선자두(扇子?)를 비롯해 5,000m가 넘는 고봉이 13개나 된다.
아직 정상에 오른 산악인은 없다.

자외선이 강해서 얼굴을 보호하는 선크림과 선글라스는 필수다.
호흡이 가빠지거나 심장이 두근거리는 고산 증상이 나타나면 수시로 산소를 흡입해야 한다.
증세가 더 심해지면 하산해야 한다.
나무 의자에 앉아 설산을 바라보니 만감이 교차한다.
한국에서 12시간 넘게 이동하고 5시간이 넘는 대기를 견디며 맞이한 만년설의 봉우리가 아닌가.
봉우리 하나하나가 새롭게 다가온다.

◇ 빙하수로 만들어진 옥빛 호수, 람월곡

운삼평을 내려와 전기차를 타고 10분쯤 이동하면 람월곡(藍月谷)이다,
옥룡설산의 빙하수가 흘러내려 만들어진 호수다.
옥빛을 내는 호수는 멀리서 보면 더 푸르게 보인다.
옥룡설산과 어우러져 멋진 풍광을 만들어낸다.
호숫물에 손을 넣어보니 상당히 차다.
곳곳에서 웨딩촬영하는 신랑 신부가 많았다.
호수 아래에는 석회암 계단과 폭포가 있다.
인공적으로 만든 조형물이지만 나름 어울리는 모습이다.
람월곡의 원래 이름은 '백수하'(白水河)이다.
호수 바닥의 진흙이 하얀색을 띠어 비가 오면 호수의 색이 하얗게 변한다고 한다.

◇ 만년설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환상적 공연 '인상리장'

람월곡에서 버스를 타고 6㎞ 정도 내려오면 '인상리장'(印象麗江) 공연장에 닿는다.
리장의 볼거리인 '인상리장'은 영화 '붉은 수수밭' '홍등', 베이징 올림픽 총감독으로 유명한 장이머우 감독이 연출했다.
윈난성에 사는 10개의 소수 민족 500여 명과 말 100필이 출연해 소수 민족의 삶이 아름답고, 장엄하게 펼쳐진다.
공연장에 들어서면 무대 뒤로 옥룡설산의 풍광이 그대로 펼쳐진다.
무대 모양도 설산과 어울리게 한 폭의 멋진 작품을 만들어낸다.
공연이 시작되자 배우들이 말을 타고 공연장을 둘러싼 길을 따라 환호성을 지르며 활기차게 달린다.
소수 민족 마방들의 생활상을 옮겨 놓은 것 같았다.
500여 명의 출연자가 소수 민족 고유 복장을 하고 무대를 채우니 옥룡설산과 멋진 조화를 만들어낸다.
출연자들은 전문 배우가 아니라 현지에 사는 소수 민족이다.
현지 문화를 표현한 공연은 최고의 관광거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장이머우 감독이 중국 정부와 함께 추진해 온 '인상(印象/impression) 시리즈'는 이 외에도 인상유삼저(印象兪劉三姐), 인상서호(印象西湖), 인상대홍포(印象大紅袍), 인상해남도(印象海南島), 인상보타(印象普陀), 인상무륭(印象武隆) 등이 있다.
아름다운 자연을 무대로 활용하고 주민 500~700명을 배우로 출연시켜 현지인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지역의 역사와 설화를 주제로 한 작품들이다.
중국 도시들의 관광 마케팅 성공 사례로 꼽힌다.


※ 이 기사는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24년 5월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jobo@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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