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뉴스

[마스크 해제] 버스정류장·마트서도 '코끝까지'…혼선 빚기도

입력 2023-01-30 13:20

more
 버스정류장·마트서도 '코끝까지'…혼선 빚기도
(서울=연합뉴스) 한종찬 기자 =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권고'로 조정된 30일 서울 광화문역 인근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착용한 채 버스에 탑승하고 있다. 지하철역이나 버스정류장, 공항 등 대중교통을 타는 장소에서는 마스크를 꼭 쓰지 않아도 되지만, 대중교통 차량 내부 등 감염 위험이 높은 일부 장소에서는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유지된다. 2023.1.30 saba@yna.co.kr

지난 3년간의 '습관'이 하루아침에 바뀌지는 않았다.



실내 마스크 의무 착용이 풀린 30일 오전 지하철 승강장, 대형마트, 헬스장, 엘리베이터, 경로당 등에선 마스크를 코끝까지 쓰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지하철 승강장이나 버스 정류장에서는 마스크를 벗을 수 있지만 타는 순간부터 마스크를 써야 해 "번거로워서 그냥 쓰고 차를 기다린다"고 말하는 시민이 많았다.


◇ "버스 타면 어차피 써야 해 미리 착용"
출근길인 이날 오전 8시20분께 서울 지하철 1호선 시청역 종각역 방면 승강장에서는 마스크를 벗고 있는 시민이 딱 한 명이었다.

오전 8시50분께 4호선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충무로역 방향 1-1부터 2-3까지 승강장에 대기하던 30여 명도 모두 마스크를 쓴 채였다.

1호선 열차 안에서 만난 대학생 김수아(23)씨는 "어차피 대중교통 안에서는 써야 한다고 하니 아침에 나올 때부터 썼다. 아직 코로나19가 끝나지 않아서 불편하지만 계속 쓸 생각"이라고 말했다.

반면 종로가 직장인 김재영(56)씨는 오랜만에 마스크를 벗은 채 출근길에 올랐다. 그는 "대중교통을 탈 때 쓰고 벗는 게 특별히 불편하지 않다"며 "사람은 얼굴에 감정 표정이 드러나는데 다들 마스크 착용이 습관이 된 듯하다"고 안타까워했다.

심지어 야외 공간인 버스정류장에서도 마스크를 쓰는 이가 더 많았다.

이날 오전 9시께 경기도로 버스가 오가는 서울역 버스환승센터에는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이 한두 명에 그쳤다.

건널목에서는 마스크를 쓰지 않았던 김은숙(49)씨는 버스를 타기 위해 이 정류장에 다가오면서 마스크를 주머니에서 꺼내 썼다.

오전 9시30분께 을지로입구역 인근 버스정류장에선 9명 중에서 6명은 마스크를 쓰고 버스를 기다렸다. 2명은 마스크를 코 밑으로 걸치고 있었고, 나머지 한 명은 얼굴이 다 보이게 턱에 마스크를 걸치고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김용진(30)씨는 "차라리 아예 마스크를 벗도록 했으면 좋겠다"며 "현재로선 실내에서 벗고 싶어도 다른 사람들의 눈치가 보인다"고 했다.

밀폐된 공간이라 마스크 의무 착용이 유지되는 택시에서는 혼선이 빚어지기도 했다.

택시 기사 염모(80)씨는 "오늘 아침 택시에 탄 손님 10명 중 3명은 택시 안에서도 마스크 써야 하냐고 물어봤다"고 말했다.



◇ 밀집 공간서 여전히 조심 vs 해제돼서 '시원'
이날 오전 서울 강남구의 한 대형마트 안에는 20여 명의 손님과 30여 명의 점원이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점원의 경우 회사 차원에서 다음 달까지 마스크를 착용하라는 지침이 내려왔다고 한다.

마트에서 만난 김모(57)씨는 "마트는 아무래도 사람이 많아 불안해서 쓰고 다닐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초구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는 이모(51)씨는 "직원들에겐 마스크를 쓰라고 했다"며 "손님은 마스크를 쓰라고 강요할 순 없는데 정중하게 써달라고 권하는 식으로 할 것"이라고 했다.

경로당에서는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관악구 은천동의 경로당 회장 박모(86)씨는 "어제 전화로 마스크를 쓸지 회원들에게 물어봤는데 다들 계속 쓸 거라고 대답했다"며 "67세가 가장 어리고 90대도 있는데 다들 코로나19에 걸린 경험도 있어 마스크를 벗는 것에 조심스러운 느낌"이라고 전했다.

반면 격한 운동을 해야 하는 헬스장에서는 분위기가 엇갈렸다.

서울 성북구 하월곡동의 한 헬스장에서는 마스크를 쓴 사람이 한 명에 그쳤다. 마스크를 쓰고 러닝머신을 달리다가 숨에 찬 지 내리는 사람도 있었고, 아예 마스크를 벗은 채 실내자전거를 타는 사람도 있었다.

마스크를 벗은 채 땀을 흘리던 최우정(26)씨는 "유산소 운동을 할 때는 마스크를 쓰면 너무 숨이 찬다. 앞으로도 유산소 운동을 할 때는 벗을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 헬스장 대표 임성현(39)씨는 "오랜만에 마스크를 벗고 운동하니 너무 자유롭고 상쾌하다"면서도 "수업할 때는 회원들이 우려할 수 있으니 마스크를 쓰려고 한다"고 했다.
그는 코로나19 이후로 매출이 40% 이상 떨어졌는데 이번 마스크 자율 착용을 계기로 다시 회복할 것 같다고 기대했다.

서울 강북구 미아동의 헬스장에서는 6명이 모두 마스크를 쓴 채 운동하고 있었다. 한승우(31)씨는 "벗고는 싶지만 아직 다른 사람들의 눈치가 보여 지켜보다가 벗으려고 한다"고 했다.



◇ 착용 의무는 아니지만 권고…'엘리베이터'는 혼선
마스크 착용이 의무는 아니지만 밀집한 공간 특성상 착용을 권고하고 있는 건물 내 엘리베이터의 경우 "마스크를 써야 하는 줄 알았다"며 일부 혼선도 빚어졌다.

이날 오전 8시20분부터 10분간 지하철 동묘앞역 1번 출구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21명은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종로구 창신동 19층짜리 사무실 빌딩에서도 10분간 1층에 내리는 14명이 모두 마스크를 착용한 채였다.

이 빌딩에서 만난 박운혁(48)씨는 "오늘 마스크 규제가 풀리는 첫날인 건 알았지만 엘리베이터도 마스크가 권고로 바뀐 건 몰랐다"며 "정확히 어디는 되고 어디는 되지 않는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헷갈린다"고 했다.

이모(58)씨도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로 이 빌딩에 들어와 엘리베이터 앞에서 마스크를 꺼내 썼다. 이씨는 "둘 이상 타면 아무래도 코로나19 감염이 우려돼 마스크를 쓰고 싶다"고 했다.

인근 아파트 단지 내 엘리베이터에서도 5분간 내리는 5명이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주민 임순단(68)씨는 "엘리베이터도 규제가 풀린 줄 몰랐다"며 "어차피 밀폐된 공간이라 계속 쓸 생각"이라고 했다.

아파트 경비원 한명기(65)씨 역시 엘리베이터에서 마스크 착용이 권고로 바뀐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고 했다.

sje@yna.co.kr
<연합뉴스>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